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 8강 FC서울 대 산둥 루넝 경기. FC서울의 박주영의 오른쪽 측면에서 두번째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 연합뉴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내달 10일(콜롬비아)과 14일(세르비아) 평가전(국내)에 나설 명단을 발표했다. 기성용과 손흥민, 구자철 등 유럽파들의 합류는 당연했고, 이명주와 이창민 등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이 새롭게 합류했다.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18골을 뽑아낸 양동현, 15골을 몰아친 주민규, 도움 1위(12개) 윤일록 등은 이번에도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데 실패했다. 대신 슈틸리케의 황태자이자 K리그 챌린지에서 활약하는 이정협이 대표팀에 복귀한 상황. 신태용호는 전임 감독들과 달리 올바른 경쟁 시스템과 희망 넘치는 대표팀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신태용 감독이 이전 감독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라며,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최고의 선수로 구성된 대표팀이 나설 수 있기를 희망한다. - 기자 말

'미련'을 떨쳐버리기 힘든 선수들이 있다.

2004년 발롱도르 수상자 안드리 세븐첸코는 AC 밀란(이탈리아)과 조국 우크라이나에서 전설적인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그는 2006년 여름 첼시(잉글랜드) 이적 후 내리막길을 걸으며, 팬들의 곁에서 멀어졌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리버풀을 거치며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로 떠오른 페르난도 토레스 역시, 2011년 겨울 첼시 이적 후 이전과 같은 활약을 이어가지 못했다. 감독과 동료, 팬 모두가 이들의 찬란했던 시절을 기억하며 부활을 기대했지만, 기적은 없었다.

한국에도 '미련'이 남는 선수들이 있다. 앞선 이들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국내에서만큼은 '최고'가 어울렸던 선수. 박지성 이후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재능으로 손꼽힌 박주영과 이청용, 사상 첫 유럽 중심에서 활약하는 중앙 수비수였던 홍정호,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희망으로 떠올랐던 지동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K리그를 넘어 유럽에 진출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우리는 과거에 대한 믿음이 지나치면, 크나큰 실망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확인했다. '천재' 박주영의 아스널 이적 후 모습, 큰 부상 이후 이청용의 행보, 중국 슈퍼리그를 택한 뒤 소속팀마저 잃어버린 홍정호, 임대 신화에 멈춰있는 지동원의 현재는 이전과 많이 다르다. 사실 달라진 지는 꽤 오래됐다.

문제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다. 우리는 현 소속팀에서 보여주고 있는 활약상과 몸 상태가 대표팀 선발 원칙이란 것이 기본이지만, '믿음을 주면 과거의 기량을 되찾을 것'이란 미련을 이겨내지 못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대표팀을 지휘했던 조광래와 홍명보, 울리 슈틸리케 모두 똑같았다. 그 결과, 이들은 제법 화려했던 출발과는 달리 비판과 실망감을 안은 채 우리 곁을 떠나야 했다.

조광래와 홍명보의 실패, 신태용은 반면교사 삼아야

 10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빌/비엔 티쏘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모로코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빌/비엔 티쏘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모로코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 연합뉴스


신태용 감독은 실패한 과거를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화려했던 과거에 사로잡혀 현재를 보지 못하는 실수는 실패를 불러올 뿐이다. 지난 유럽 원정 평가전 2연전이 또다시 증명했다.

신태용 감독은 대표팀 내에 사라져버린 공정한 경쟁 시스템을 살려내야 한다.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는데도 대표팀에서는 주전으로 활약하는 아이러니함은 없어야 한다. 이름값에 치중한 선발이 아닌, 현재 소속팀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이 구성되어야 한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말하지 않더라도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수차례 확인했다.

허정무 이후 대표팀을 이끈 조광래 감독 시절로 돌아가 보자. 조광래호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만화 축구', '포어 리베로' 등 우리와는 거리가 멀었던 축구를 시도하며 기대감을 불러왔다.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20세를 갓 넘긴 구자철과 지동원 등을 대표팀 중심축으로 끌어올렸고, 재미와 경기력을 모두 잡아냈다.

그러나 그때가 조광래호 최전성기였다. 유럽에 진출한 구자철과 지동원은 쉽사리 자리를 잡지 못했고, 부동의 원톱이었던 박주영은 출전 자체를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이들은 대표팀에 꾸준히 선발됐고, 경기에 나서는 데도 문제가 없었다. 풀백에 나설 수 있는 선수가 있음에도 이용래와 김재성 등 자신이 선호하는 선수들의 무리한 포지션 변경을 시도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까지 더해졌다.

조광래 감독은 선수 선발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고, 대표팀 내 경쟁은 사라졌다. 그 결과 레바논에 무너졌고, '숙명의 라이벌' 일본에는 0-3이라는 굴욕적인 패배까지 맛봤다.

'미련'에 사로잡혀 실패를 맛본 대표적인 인물은 홍명보가 아닐까 싶다. 홍명보는 자신이 말한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렸고, '런던 세대'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이면서 허무하게 쓰러졌다.

감독의 '미련', 팀을 망친다

생각에 잠긴 홍명보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월드컵 이후 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이희훈


박주영이 대표적이다. 박주영은 월드컵 출전을 위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소속 셀타 비고, 잉글랜드 챔피언십 소속이던 왓포드 등으로 임대를 떠나 부활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아스널을 떠나서도 주전 경쟁에 우위를 점하지 못했고, 경기에 출전하는 시간보다 벤치를 지키는 일이 익숙했다. 그런데도 홍명보 감독은 K리그를 B급으로 취급하는 등 국내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보다 유럽 무대 벤치에 머무르는 이에게 믿음을 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에서 활약한다고 해서 무한한 신뢰를 보낸 것도 아니었다. 박주호가 대표적이다. 홍명보는 FC 바젤(스위스)에서의 맹활약을 독일 분데스리가(마인츠 05)에서도 이어가던 박주호는 외면했다. 아르연 로번과 프랑크 리베리를 상대로도 좋은 수비력과 오버래핑 능력을 보여줬지만, '런던 세대'이자 잉글랜드 챔피언십 소속 QPR 후보에 머물던 윤석영을 뛰어넘지 못했다. J리그 소속이었지만, 홍명보 감독의 큰 신뢰를 등에 업은 김진수도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박주호는 김진수의 급작스러운 부상에 따라 월드컵 최종 명단에 합류했지만, 홍명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실패했다.  

정성룡은 홍명보의 가장 큰 실책 중 하나였다. 그는 2010 남아공 월드컵부터 대한민국 최고의 골키퍼임이 틀림없었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서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K리그 클래식 무대에서 어이없는 실책을 남발했고, 팬들의 불신과 비판에 정신적으로도 무너졌다. 그런데도 홍명보는 본선 조별리그 2차전까지 정성룡을 고집했다. 2012 런던 올림픽부터 보내온 신뢰에 사로잡혀, 현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야 김승규를 선택하며 변화를 줬지만, 너무 늦었다.

조광래와 홍명보는 성공했던 지도자 생활을 보내기도 했지만, 대표팀에서는 큰 아쉬움을 남겼다. 가장 큰 원인은 과거에 대한 '미련'이었다. 자신이 잘 아는 선수만 바라봤고, 과거의 활약상에 사로잡혀 현재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은 공정한 선수 선발과 원칙을 되살려야 한다. 소속팀 내 활약에 따라 누구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는 희망. 한국 축구에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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