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6시, 14년 차 힙합 그룹 에픽하이의 정규 9집 앨범 <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 >의 음원이 공개되었다.

정규 8집 <신발장> 이후 3년 만의 앨범인 이번 앨범에 대한 대중의 기대는 높았다. 같은 날 진행된 SBS 파워FM의 <정찬우, 김태균의 두시 탈출 컬투쇼>에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어진 음원 공개 후 흔히 '차트 줄 세우기'로 1위부터 순위권에 모든 곡을 올리며 관심의 크기를 입증했다.

화려한 피쳐링 그리고 피쳐링보다 빛난 에픽하이

에픽하이는 이번 앨범의 발매 전 SNS를 통해 9명의 뒷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시했다. 이후 9명의 뒷모습이 이번 앨범의 피쳐링 가수들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아이유, 오혁 등의 피쳐링진의 앞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되었고, 앨범에 대한 기대와 함께 피쳐링진에 대해 '역대급'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이 '역대급' 피쳐링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3년 만의 정규앨범에 '무리한 피쳐링으로 인해 기존 에픽하이만의 음악색이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었다. 넬의 보컬 김종완이나 사이먼 도미닉 같은 에픽하이 앨범의 단골손님도 있었지만, 악동뮤지션의 수현, 아이유, 혁오밴드의 오혁 등과의 작업은 처음이었기에 조화로운 모습이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결과물은 걱정을 만족으로 바꿔놓았다. 아이유와 함께한 '연애소설'과 오혁과 함께한 '빈차'는 차트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유와 함께한 '연애소설'은 아이유의 청아한 목소리로 이별의 아픔을 덤덤하게 이야기하며 가슴을 울렸다. 오혁이 참여한 '빈차'는 타블로와 미쓰라 진의 현실에 대한 고민이 담긴 가사에 오혁의 울림으로 완성된 후렴구가 청춘의 공감을 얻어냈다.

에픽하이는 본인들의 스타일을 지켜내면서 아이유와 오혁의 목소리로 곡을 완성했다. 이별의 아픔에 대한 노래와 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노래에서 아이유와 오혁의 목소리는 빛을 발했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피쳐링 속에 더 빛난 것은 주옥같은 가사를 담은 에픽하이의 목소리였다.

기대만큼 컸던 논란

에픽하이 에픽하이가 3년 만에 정규 앨범 <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 >을 발표했다. 더블 타이틀곡 '빈차', '연애소설' 외에 '난 사람이 제일 무서워', '노땡큐' 등 총 11개의 수록곡이 실렸다. 또한 아이유, 오혁, 크러쉬, 악동뮤지션 수현, 이하이 등 9명의 피처링진이 앨범의 색깔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 에픽하이 에픽하이가 3년 만에 정규 앨범 <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 >을 발표했다. 더블 타이틀곡 '빈차', '연애소설' 외에 '난 사람이 제일 무서워', '노땡큐' 등 총 11개의 수록곡이 실렸다. 또한 아이유, 오혁, 크러쉬, 악동뮤지션 수현, 이하이 등 9명의 피처링진이 앨범의 색깔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 YG 엔터테인먼트


타이틀 곡은 차트 최상위권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차트 밖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었다. 수록곡 '노땡큐'에 피쳐링을 한 송민호와 사이먼 도미닉의 가사에 대한 여성 혐오와 장애인 비하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문제가 벌어진 가사는 'Motherf**ker만 써도 이젠 혐이라 하는 시대', '틈만 나면 한눈팔아, 나는 5급 장애죠'였다.

이런 논란에 대해 에픽하이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진심으로 그런 걸 의도하지 않았다. '노땡큐'라는 노래의 메시지가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로 무분별하게 판단되는 세태를 풍자하고자 한 것이었고 그런 것 안에서 저희 자아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데뷔 14년 에픽하이, 여혐-장애인 비하 논란 가사 어떻게 나왔나)

3년 만의 정규앨범이자 대중의 높은 기대치가 있었기에, 이번 논란은 당사자인 에픽하이도 아쉬울 수 있는 내용이다. 가사의 전달에 있어서 의도와 다르게 전달이 된 부분에서 과도한 표현이나 선을 넘어선 자극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부족했던 점은 듣는이로서 아쉬운 부분이었다.

에픽하이가 전하는 '꿈'에 대한 접근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완성도에 기여한 것은 에픽하이의 메시지가 담긴 음악이었다. 이번 앨범에서 에픽하이는 11곡의 수록곡으로 앨범을 구성했다. 각각의 곡을 연출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수록곡 모두에서 에픽하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확실했다.

청춘에 대한 위로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괜찮아'라는 말로 용기를 줄 수도 있지만 '나도 똑같아'라는 말로 공감을 줄 수도 있다. 에픽하이의 이번 앨범은 후자와 같은 느낌을 준다. 새로운 무언가에 대한 기대와 용기보다는 현재의 아픔에 대한 공감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다. 이것이 어쩌면 에픽하이가 이번 앨범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바 일수도 있다. '꿈'을 꾸는 일은 모두가 힘겹게 겪는 일이고, 그 과정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

에픽하이는 늘 이런 메시지가 담긴 음악을 추구하는 그룹이었다. 대중은 'Fly'와 같은 밝은 곡으로 기억하기도 하지만 실제 에픽하이의 앨범은 마치 하나의 그림을 연상시키듯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하나의 메시지를 담아 보여준다. 이번 앨범 역시 꿈이라는 주제로 에픽하이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9집 앨범 전반에 걸쳐 '나도 똑같았어'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간 힙합 음악에서 주류로 올라온 'Swag(스스로에 대한 자랑)' 문화 사이에서 에픽하이가 전하는 '공감'은 큰 울림이다. 앨범 발매 전 가진 SNS 라이브에서 에픽하이는 이번 앨범의 제목을 정규 5집 < Pieces, Part One >의 후속인 'Pieces, Part Two'로 생각하고 작업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정규 5집 앨범 역시 꿈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던 만큼 이번 앨범과 일맥상통한다. 정규 5집에서 보여줬던 꿈에 대한 이야기와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이야기들은 에픽하이만의 색으로 담아낸 '꿈'에 대한 깊이 있는 고뇌가 담겨 있다.

에픽하이의 '꿈'을 담은 음악을 응원한다

 에픽하이 정규 9집 앨범 재킷 이미지.

에픽하이 정규 9집 앨범 재킷 이미지. ⓒ YG 엔터테인먼트


현실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음악은 이동시간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존재이거나, 일의 피곤함을 해소해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혹은 스스로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주기도 하고, 또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가능한 이유는 음악이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에픽하이의 음악이 가지는 크기는 차트 상위권에 머무르는 것보다 크다. 많은 사람이 듣는 음악이기 이전에 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에서는 '꿈'을 소재로 만들어냈다. 앨범의 11곡은 '꿈'을 쫓는 20대에게, 또 '꿈'을 돌아보는 30대에게, '꿈'을 놓쳐버린 40대에게, 자식의 '꿈'을 응원하는 50대에게 응원을 보낸다.

에픽하이의 음악이 늘 기다려지는 이유도 이런 맥락과 일치한다. 언제나 듣는 이에게 생각하게끔 하는 음악을 가지고 찾아오기 때문이다. 에픽하이의 9집 <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 >은 당신에게 에픽하이가 생각하는 '꿈'을 전하는 앨범이다. '꿈'을 쫓는 현실을 살아가는 대중을 위로하는 에픽하이의 음악, 내가 에픽하이의 음악을 응원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임동준 시민기자의 네이버 블로그 < easteminence의 초저녁의 스포일러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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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에서 관중석까지. 작은 눈으로 보는 큰 세상. 초저녁의 스포일러.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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