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2>의 한 장면

ⓒ SBS


데이트를 하기 위해 남자가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여자가 나타났는데도 남자의 표정이 떨떠름하다. 왜 그런걸까? 여자가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계속해서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여자의 치마 쪽으로 고정한다. "안 이뻐?"라고 묻는 여자에게 "아니 예뻐서 좋은데"라며 얼버무리더니 집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오라는 손짓을 한다. 결국 여자는 남자의 뜻을 수용하고 청바지로 갈아입고 돌아온다. 그제서야 만족한 남자는 웃음을 띠며 박수를 친다. 여자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는 건 안중에도 없다.

연애 초기의 수많은 '전쟁'을 통해 남자는 승리를 쟁취해 왔을 테고 여자는 무력감을 취득했을 게 뻔하다. 싸움을 피하기 위한 여자의 순종적인 태도가 못내 안쓰럽다. 인터뷰에서 여자는 "오빠 만나기 전에는 제 스타일대로 입고 다녔"지만 연애 후에는 "치마를 못 입게 했다"며 "그게 좀 답답했다"고 털어놓는다. 들어보나마나 뻔하지만 남자의 입장도 확인해보자. 남자는 "워낙 예쁘니까. 더 예뻐보이면 (여자를 쳐다보는) 시선이 좀 있을까봐"라고 운을 떼더니 "혼자만 보고 싶고 아껴두고 싶은 것도 있다"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합리화한다.
 <동상이몽2>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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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을 통제하려는 행위 자체가 '데이트 폭력'

위에서 묘사한 이야기는 지난 23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운명>(아래 <동상이몽2>)에 출연 중인 배우 강경준, 장신영 커플의 에피소드이다. 모르긴 몰라도 '내(가 겪었던) 이야기야!'라고 받아들이고 감정 이입한 시청자들이 상당히 많았을 것이다. 실제로 연애 상대방의 옷차림을 '통제'하려고 드는 케이스는 '흔한 사례'에 해당할 것이다. 4년째 공개 연애를 이어오고 있는 강경준, 장신영 커플의 가슴 아픈 사연을 모르지 않는 터라 응원하는 마음으로 시청하고 있지만 이번엔 그냥 넘어가기가 힘들었다.

방송을 보면서 두 눈과 두 귀를 의심했다. 상당히 충격적이었고 매우 불쾌했다. 첫 번째 이유는 내용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그 내용을 다루는 방송사의 '태도' 때문이었다. 우선 연인인 장신영의 옷차림에 대해 간섭하고 "치마를 입지 마라, 갈아 입고 오라"며 상대방을 통제하려 드는 강경준의 행동에 대해 말해보자. 그것이 '꼰대적'이고 '가부정적'이라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문제는 그러한 행위가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성추행'이나 '신체적 폭력'만 데이트 폭력에 해당하는 게 아니다. 심리적·정서적 폭력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행동도 엄연히 그리고 명백히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 홍영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논문 <성인의 데이트폭력 가해요인>에서 한국 성인 남성의 79.7%가 '연인에게 (데이트) 폭력을 행사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성인 남성 2000명을 대상)했다고 밝혔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유형이 바로 '행동 통제(71.7%)'였다.

 <동상이몽2>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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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식 없이 방송 내보낸 <동상이몽2>

행동 통제라는 말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누구와 있는지 확인하려 드는 것(43.9%)이라든지 통화가 연결될 때까지 계속해서 전화를 건다거나(38.5%) 다른 이성을 만나는지 의심을 하는 것(36.2%) 등이 포함된다. 또 옷차림을 제한하려는 것(36.3%)도 행동 통제다. 그밖에도 상대방의 휴대폰, 이메일, SNS를 점검하는 행동도 데이트 폭력의 범주에 들어간다. 결론적으로 강경준의 행동은 데이트 폭력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장면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방송에 내보내는 <동상이몽2> 측의 태도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보통 남자'를 대변(?)하는 서장훈은 "이해한다"며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 김구라 역시 "되게 싫어하면 어쩔 수 없다"고 발을 뺐다. 한편 여자 패널들은 말을 아꼈다. 온스타일 예능 프로그램 <뜨거운 사이다>에 출연하고 있는 개그우먼 김숙만이 "치마를 못 입게 하냐"며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의 생리를 알고 있는 그도 "고르고 골라서 예쁜 옷을 입고 나갔는데 갈아 입고 나오라고 하면 기분이 확 잡친다"며 '감정'의 문제로 치환시켜 에둘러 말할 수밖에 없었다.

"연인관계에서 통제를 '애정과 관심의 표현'으로 환원하고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공유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면서 사랑과 폭력의 관계가 모호해진다." (송경인 대구여성의전화 사무국장)

"신체적 폭력 등 물리적 폭력만이 폭력으로 인식되는 사회에서 통제의 문제는 비가시화되기 싶다. 통제를 폭력으로 가시화하는 과정은 관계 초기 데이트 폭력을 인지하고 중단시키는 데 중요하다." (손문숙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활동가)

 <동상이몽2>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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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소유가 아니다

<동상이몽2>는 '문제의 발단'이 '(장신영의) 짧은 치마'라고 설명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은 연애를 하면 상대방의 옷차림 정도는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강경준의 잘못된 생각에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옷차림에 간섭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의심하고 통제한다? 상대방의 자유와 사생활을 제한하고 통제하는 건 결코 '사랑'이 아니다. 그와 같은 통제 욕구는 '사랑(연애)=소유'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언제든지 왜곡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기에 위험하다.

그럼에도 강경준, 장신영 커플의 에피소드를 마치 연인 간의 귀여운 '사랑싸움' 쯤으로 치부한 채 방송에 내보낸 <동상이몽2>의 안일한 태도는 한심스럽기만 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연애 관계에서 통제로 인한 피해를 '애정 표현'으로 생각하고 가벼이 넘어가곤 한다. 그러나 "통제행동을 안 한 사람보다는 통제행동을 했던 사람들이 나중에 심리적 폭력이나 신체 폭력도 한 비율이 많"다는 홍영오 연구위원의 지적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강경준 씨의 행동은 결국 데이트 폭력이고, 이 사소한 통제를 우리는 간과해선 안 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직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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