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폐막식에서 레드카펫 대신 일반 출입구로 입장하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폐막식에서 레드카펫 대신 일반 출입구로 입장하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 부산국제영화제


서병수 부산시장이 '또' 레드카펫을 밟았다. 아니, 정확히는 폐막식에 참석했다, 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서 시장은 지난 12일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이어 21일 폐막식에도 보란 듯이 참석했다. 하지만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레드카펫 대신 일반 출입구로 입장하는 '꼼수'도 부렸다. 이미 개막식은 물론이요 영화제 개막 전부터 서 시장의 참석에 반대하는 영화인들의 목소리가 신경이 쓰이긴 했던 걸까.

그런데도, 서 시장이 영화제 측과 영화인들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폐막식 참석을 강행했다. 앞선 지난 13일 자신의 SNS를 통해서는 "오직 부산시민만을 바라봅니다"며 "우리 좀 더 당당하게 요구하고 당당하게 영화제를 즐겨도 되지 않을까요?^^"란 글을 게시하며 영화인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이런 서 시장의 행보를 두고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행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낯짝도 두껍다"란 옛말은 이런 서 시장의 행보에 해당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폐막식은 개막식 때와는 분위기와 대접이 사뭇 달랐다. 수상을 위해 폐막식 무대에 선 수상자로부터 영화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쓴소리를 듣는 한편 그로 인해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기 때문이다. 발단은 다큐멘터리 영화 <소성리>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대상을 받은 박배일 감독의 수상 소감으로 비롯됐다.

서병수 시장의 SNS 글에 요목조목 일침 가한 <소성리> 박배일 감독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다큐멘터리 <소성리>로 비프 메세나상을 수상하며 소감을 말하고 있는 박배일 감독.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다큐멘터리 <소성리>로 비프 메세나상을 수상하며 소감을 말하고 있는 박배일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폐막 무대에 오른 박배일 감독은 수상 소감 중간 "2014년도에 한 정치인이 제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를 정치적으로 훼손하고 왜곡시키고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안겼다"며 "그분이 이 자리에 와 계시는데, 서병수 시장은 당장 사과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즉시 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관련 기사 : 박배일 감독 "서병수는 사과하라" 직격탄 수상소감, 관객 들썩)

개막식 이후 이어졌던 지난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부산국제영화제 파행과 관련해 개막식 이후 서병수 시장 사과 요구를 이어왔던 영화인들과 부산지역 영화과 학생들이 주축이 된 부산국제영화제대학생행동의 서명 운동에 방점을 찍는 속 시원한 일성이 아닐 수 없었다. 박 감독의 수상 소감이 알려진 이후 소셜미디어상에서는 그의 수상 소감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발끈했던 걸까. 아니면 억울하기라도 했던 걸까. 아마도, 폐막식에 참석한 외국 영화인들의 인식과 언론을 통해 기사화된 이후 확산될 부정적인 이미지를 의식한 탓이리라. 그래서일까. 서 시장은 폐막식이 끝난 21일 밤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오늘 어느 젊은 영화감독이 상 받으러 올라와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망친 주범이 서병수 부산시장이란다. 진실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늘 우리가 성공적으로 치루어낸 영화제는 어느 영화제란 말인가? 그리고 그 감독은 지금 어떤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있는가?"

안타깝다. 부산이 고향이며 부산 지역을 주축으로 활동하는 박배일 감독의 이름 석 자 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어느 젊은 영화감독"이라 지칭한 서 시장의 기억력과 비겁함이. 이어 서 시장은 "나는 이 젊은 영화감독을 탓할 생각이 없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모르고 한 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라며 구구절절 지난 3년간 일어난 영화제의 파행에 변명을 늘어놓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간의 입장에서 한 치도 변한 것이 없었다.

"부산시는 시도 때도 없이 던지는 일부 영화인들의 비난과 조롱, 영화제 보이콧 위협에도 오로지 부산국제영화제가 지속되고 성공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모든 것을 인내하고 묵묵히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계속해 왔다. 실제로 올해 영화제 예산 116억 8천만 원 중 절반이 넘는 63억 9천만 원을 부산시가 지원하고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자신은 책임이 없다. 조직위원장도 민간에 이양했다. 그렇지만 일부 영화인들이 비난과 조롱, 영화제 보이콧으로 위협했다. 자신은 영화제의 성공을 빌었다. 예산도 63억 9천만 원이나 지원했다. 영화제의 성공과 지속은 (자신을 포함한) 부산시와 부산시민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어쩜 그리 '핵심'만 쏙 비껴갈 수 있을까. 왜 만천하에 드러난 박근혜 청와대의 외압은 언급하지 않는가. 영화제의 핵심인 '표현의 자유'를 심각히 훼손했던 자신의 과오는 단 한 줄도 언급이 없는가. 그렇게 책임지지 않는 자세야말로 서 시장이 영화제의 1등 공신으로 부르짖는 그 부산시민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 아니겠는가. (개인적으로, 영화제 기간 실제로 만나본 적지 않은 부산시민들의 서병수 현 시장에 대한 여론은 흉흉하기 그지없었다)

서병수 부산시장 페이스북 글 전문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성공리에 폐막했다. 준비에 수고하신 김동호 조직위원장님, 강수연 집행위원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두분이 안계셨더라면 과연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만큼 성공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오늘 어느 젊은 영화감독이 상 받으러 올라와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망친 주범이 서병수 부산시장 이란다. 진실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늘 우리가 성공적으로 치루어낸 영화제는 어느 영화제란 말인가? 그리고 그 감독은 지금 어떤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있는가?

나는 이 젊은 영화감독을 탓할 생각이 없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모르고 한 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2014년도에 시작된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에 관한 갈등을 두고 한 말이리라.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었던 나는 영화상영에 관한 찬반양론으로 연일 격한 대립과 갈등이 분출되는 것을 보며, 부산국제영화제가 결코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고, 그렇다면 상영을 안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빙벨은 상영이 되었다.

그리고 그 후 지금까지 일부 영화인들은 지속적으로 나와 부산시를 비난하고 일부 영화감독, 제작자 그리고 배우들은 아직까지도 부산국제영화제를 보이콧하고 참여하지 않고 있다.

나는 갈등을 해소하고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부산시장이 맡고있던 당연직 조직위원장을 과감히 민간에 이양했고 지금은 오롯이 민간단체인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영화제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는 시도때도 없이 던지는 일부 영화인들의 비난과 조롱, 영화제 보이콧 위협에도 오로지 부산국제영화제가 지속되고 성공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모든 것을 인내하고 묵묵히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계속해 왔다.

실제로 올해 영화제 예산 116억 8천만원 중 절반이 넘는 63억 9천만원을 부산시가 지원하고 있다.

물론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만큼 성공적으로 성장하기까지 영화인들의 헌신과 노력은 필수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음지에서 묵묵히 행정과 재정적으로 뒷받침한 부산시의 노력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오늘의 영광은 영화제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부산시민과 팬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부산시는 누가 어떤 비난을 하더라도 영화제의 성공을 위해 계속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영화인들도 이제 제발 영화제에 모두 참여하여 부산국제영화제를 세계적인 영화제로 만드는데 힘껏 동참했으면 좋겠다. 부산시민들과 영화팬들, 부산시와 조직위원회, 그리고 영화인들 모두가 함께 힘을 모을 때 진정한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병수 시장이 '어느 젊은 영화감독'이라 칭한 박배일 감독이 서 시장의 글에 직접 화답했다. 23일 장문의 SNS 글을 통해서다. 박 감독은 "마지막으로 영화인들과 지난 주말에 함께 외쳤던 구호를 이 기회에 전하겠습니다. 서병수 시장이 서 있어야 할 곳은 레드카펫이 아니라, 검찰청 포토라인입니다!"라며 폐막식에 이어 또 한 번 영화인들의 바람을 직설화법으로 전했다.

"서병수 시장이 있어야 할 곳은 검찰청 포토라인"

 폐막식 포토월에서 주먹을 불끈 쥔 박배일 감독.

폐막식 포토월에서 주먹을 불끈 쥔 박배일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부산영화제가 영화인들이 분열되고 시민들의 관심이 점점 줄어드는 이 사태까지 오게 된 상황은 서 시장이 '그렇다면 상영을 안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이 한마디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저는 태어나면서부터 부산에서 살았고, 22년 동안 부산영화제를 즐겼습니다. 그 기간 동안 제가 지지하는 인물이 단 한 번도 시장직에 오르지 못했음에도, 시장이 '영화에 대한 상영 여부'를 이야기를 한 적 없습니다.

왜냐하면, 63억9천만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부산시의 수장이 말하는 그 한마디가,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걸 그 전 시장은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킨 것이죠."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신조는 부산국제영화제 사태 이후 한국의 모든 영화제가 다시금 확인하고 있는 원칙이 됐다. 이러한 원칙을 서 시장에게 재확인시킨 박 감독은 부산 출신 영화인으로서, 부산영화제를 사랑하는 영화인으로서, 젊은 영화인으로서 서병수 시장의 '어이없는' 글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면서 더는 서 시장에게 사과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이러하다.

"이제 저는 더 이상 서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제가 나이가 좀 젊어서요. 손발을 움직이려 합니다. 내년 부산영화제 때는 '서병수 전 시장'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입니다. 누군가가 오늘 제게 물었습니다. "그렇게 난리 쳐놓고 두렵지 않냐고?" 솔직히 조금 두렵습니다.

제가 전 정권 블랙리스트에 적힌 1인이어서 밥줄이 다 끊겼었거든요. 하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 한다고 저와 함께 부산에서 사시는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밥만큼 중요한 것이 있으니, 저는 아버지 말씀 따르려고요."

박배일 감독의 글은 소셜미디어상에서 수많은 영화인으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폐막식에서 국제적 수모를 안긴 수상 감독이 서 시장에게 직접 '화끈하게' 대응했을 뿐 아니라,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다수 영화인의 심정을 대변하기 때문이리라.

박배일 감독의 글 전문 역시 양해를 얻어 함께 싣는다. (정치인인 서병수 시장의 글은 옮겨오면서 따로 양해를 구하지 않았음을 밝힌다)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주민들의 '사드 반대' 투쟁을 그린 <소성리>로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대상을 받은 박배일 감독의 글은 영화만큼이나 명문이다. 일독을 권한다.

박배일 감독 페이스북 글 전문
서시장이 묻길래, 그저 답할 뿐!!!

안녕하세요. 저는 '젊은 감독'이라고 명명된 박배일입니다. 이 글을 어제 확인하고 굉장히 화가 났지만 그냥 넘어가려 했습니다. 왜냐하면 서병수 시장은 어차피 사과할 분이 아니고, 부산 사람의 한 사람으로서 내년에 있을 지방 선거에서 심판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올리는 이유는 서시장이 말하는 '사실 관계'를 알리기 위함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행정을 하고 있는 부산시 직원들을 부산 시민으로서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함이고, 내년 지방 선거에서 반드시 지금 드러난 죄를 심판하겠다는 의지를 표하기 위함입니다.

부산영화제가 영화인들이 분열되고 시민들의 관심이 점점 줄어드는 이 사태까지 오게 된 상황은 서시장이 '그렇다면 상영을 안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이 한마디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저는 태어나면서부터 부산에서 살았고, 22년 동안 부산영화제를 즐겼습니다. 그 기간 동안 제가 지지하는 인물이 단 한 번도 시장직에 오르지 못했음에도, 시장이 '영화에 대한 상영 여부'를 이야기를 한적 없습니다.

왜냐하면 63억 9천만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부산시의 수장이 말하는 그 한마디가,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걸 그 전 시장은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킨 것이죠. 그래서 우리들은 제주 4.3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 <레드 헌터>를 볼 수 있었고, 미군 해군기지 건설의 부당함을 알리는 <Jam Docu 강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서시장은 <다이빙벨>을 결국 상영하지 않았냐고 강변합니다. 끝끝내 그 한마디가 가진 의미를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제의 생명은 자율성과 독립성 확보입니다. 2014년 전까지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그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왜 그랬겠습니까? 그런 말을 할 필요 없이 자율적이었고, 독립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그 두 단어는 부산영화제를 이야기할 때 끊임없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닙니다. 저는 프로그래머들이 서시장의 행동 때문에 이후 프로그래밍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권력과 예산 줄을 쥔 이가 감시하고 있다는 압박감은 스텝들과 프로그래머 스스로를 위축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 압박감 자체가 '자율성'과 '독립성' 훼손의 출발입니다. 그래서 문화예술과 관련된 예산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원칙이 있는 것입니다. 자유롭게 뛰어 놀아야 더 깊이 들여다보고, 더 높이 날아오르고, 더 넓게 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2000년 대 초 한국영화의 성장을 보며 이미 확인했습니다.

서시장의 말 한마디 이후 수많은 영화인들과 관객들, 그리고 부산 시민이 상처받았습니다. 제가 어제 수상소감을 얘기할 때 영화의 전당을 채운 수많은 관객들과 영화인들이 서시장에게 사과하라고 외쳤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어떻습니까? '사실관계'를 모르는 '젊은 감독]의 일탈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부산시를 이끌어가는 수장이 시민들이 상처를 받았다는데... 정말 슬픈 현실입니다.

부산영화제는 영화제에 소속된 스텝뿐만 아니라, 부산시 직원들도 정말 많은 수고를 해주고 있습니다. 영화인과 시민들은 부산시에 속한 직원들을 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부산시를 욕하는 게 아닙니다. 제 얼굴에 왜 침을 뱉겠습니까!! 부산영화제는 영화제 스텝뿐만 아니라 부산 시민, 영화인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부산시 직원들이 함께 키운 소중한 영화제입니다. 제가 대만에 있는 영화제에 갔을 때, 시상자들이 모두 부산영화제를 언급하며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단순히 언론에서 떠드는 말인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아시아 영화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걸 보고 느꼈기 때문에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산영화제를 키운 시민들과 부산시 직원들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큰 자부심을 가져도 됩니다. 영화인들과 시민들은 묵묵히 일하고 있는 부산시 직원에 대해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영화제를 압박한 부산 시장을 비판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서시장은 저에게 '오늘 어느 젊은 영화감독이 상 받으러 올라와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망친 주범이 서병수 부산시장이란다. 진실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늘 우리가 성공적으로 치러낸 영화제는 어느 영화제란 말인가? 그리고 그 감독은 지금 어떤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있는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저는 영광스럽게도 제가 사랑하는 부산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부산영화제가 한 사람의 정치인 때문에 울부짖고 있는데 그냥 지켜봐야겠습니까? 제가 상을 받았기 때문에 비판해야 할 대상을 혹은 사건을 보고도 가만히 있어야겠습니까? 결국 서시장의 말은 '상 받았으니까 입 닫고 있어라! 가만히 있어라!'라는 얘기입니다. '돈을 줬으니, 상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법한 이야기이지만, 이 말은 민주주의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에서 권력을 쥔 정치인 입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될 말입니다.

이제 저는 더 이상 서시장의 사과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제가 나이가 좀 젊어서요. 손발을 움직이려 합니다. 내년 부산영화제 때는 '서병수 전시장'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입니다. 누군가가 오늘 제게 물었습니다. "그렇게 난리 쳐놓고 두렵지 않냐고?" 솔직히 조금 두렵습니다. 제가 전 정권 블랙리스트에 적힌 1인이어서 밥줄이 다 끊겼었거든요. 하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 한다고 저와 함께 부산에서 사시는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밥만큼 중요한 것이 있으니, 저는 아버지 말씀 따르려구요.

지난 열흘 동안 영화제 스텝과 부산시 직원들의 노력으로, 시민들의 열기로, 관객들의 참여로 정말 정말 즐겁게 영화제 즐겼습니다. 그 모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내년에는 '독립성', '자율성'이라는 단어가 영화제 기간 동안 나오지 않게끔, 영화인들과 시민들이 이 문제를 잘 해결했으면 합니다. 2018년 부산영화제에서는 오롯이 영화의 바다에 빠져들 수 있길!!!

마지막으로 영화인들과 지난 주말에 함께 외쳤던 구호를 이 기회에 전하겠습니다. 서병수 시장이 서 있어야 할 곳은 레드카펫이 아니라, 검찰청 포토라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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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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