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0일 자 오마이스타 기사 '스크린 독과점 그 너머의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에 따르면 "일부 대형 배급사들이 실패 위협을 낮추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크린을 독점하고 유통에 개입했지만 최근 2년간 상업영화 성공률은 현저히 낮아졌다"고 한다. (관련 기사: '스크린 독과점 그 너머의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그러나 지난 10년의 기간을 돌아보면 여전히 대형 배급사의 흥행률은 실패율보다 3, 4배 높다. 이는 스크린을 독점하고 유통에 개입한 경우에 한해서다. 독점과 유통의 빛을 받지 못한 중소 규모의 영화들의 경우 손익분기점을 넘기란 점점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가고 있다. 영화 <대립군> <비밀은 없다> <마담 뺑덕> 등 우리 영화들은 그 손익분기점의 턱걸이를 넘지 못한 채 사라졌다. 흥행을 담보하지 못한 감독들에게 '차기작'의 기회는 더더욱 요원해진다. 때로는 그래서 첫 데뷔작이 은퇴작이 된 감독들도 많다. 대기업 중심, '대박 아니면 쪽박'의 한국 영화 시장에서 '중견' 감독이 꼭 다음 작품을 보장받기란 점점 어려워지는 구조가 돼가고 있다.

박스오피스 흥행과는 또 다른 문화적 트렌드도 등장했다. 예전에 극장에서 보지 못한 영화는 명절 특선 영화로나 만나야 하던 시절은 이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가 됐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어둠의 경로'를 비롯해 휴대전화, 인터넷 등 다양한 수단으로 영화를 접하는 세상이다. 더구나 이동하는 혹은 잠시 틈을 타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짧은 시간을 활용한 웹툰이나 동영상, 웹드라마의 인기는 미디어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변화하는 트렌드, 감독들을 예능으로 모이게 하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전체 관람가> 캡처

ⓒ JTBC


변화하는 콘텐츠의 흐름을 JTBC 예능 프로그램 <전체관람가>가 발 빠르게 '예능'으로 흡수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아직은' 가장 영향력이 크다 자부하는 두 매체, '영화와 예능' 두 장르의 컬래버레이션 콘텐츠가 탄생한 것이다.

한 시대의 획을 그은 감독들, 이름은 낯설어도 대표작을 들면 영화 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감독들이 <전체관람가> 스튜디오에 모였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이명세 감독, <웰컴 투 동막골> 박광현 감독, <말아톤> 정윤철 감독, <남극 일기> 임필성 감독, <미스 홍당무> 이경미 감독, <남자 사용 설명서> 이원석 감독,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봉만대 감독, <계춘 할망> 창감독, <똥파리> 양익준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한국 영화계에서 내로라하는 대표작을 가진 감독들이지만 안타깝게도 최근작이 부진하거나 혹은 최근작을 만나보기 힘든 감독들이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전체 관람가> 제작발표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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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감독들을 모아놓고 MC로 윤종신, 김구라, 문소리를 내세워 '신나리' 프로덕션을 만들었다. 제작진은 이들에게 제작비 3천만 원으로 12분 내외의, 2017년을 대표할 키워드를 담은 '단편 영화'를 제작할 것을 주문한다. 전체적인 모양새는 영화 제작이다. <전체관람가>는 말 그대로 예능과 영화의 컬래버레이션이지만 엄밀하게 분류하면 '예능'이다.

첫 회, 한자리에 모인 감독들은 늘 카메라 바깥에서 지시하다 카메라 프레임 안에 들어와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프로그램은 스튜디오에 모인 감독들의 재치 있는 입담부터 영화 제작 순서와 제작 과정까지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며 예능의 형식으로 담아낸다. 첫 영화는 정윤철 감독의 <아버지의 검>이지만 그 영화를 만나기 위해서는 1회와 2회를 다 보고 마지막 20분 전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 시간을 채운 건 감독들과 MC진의 토크뿐만이 아니다. 짧은 시간, 부족한 제작비로 그럼에도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감독, 배우, 제작진의 '리얼 버라이어티'다.

<전체관람가>, 트렌디한 관찰예능-토크쇼와 결합하다

<전체관람가>는 자칭 '블록버스터 컬래버 예능'이란 명칭에 어울릴 만큼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감독들의 만남부터 영화 제작기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관찰' 예능의 형식으로 그려낸다. 촉박한 시간 속에 제작진들은 현장에서 정윤철 감독 제작부의 표현대로 '즉흥 환상곡'처럼 변수를 만들어 냈다. '창작'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고 가는 감독, 배우, 제작진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새로운 관찰 예능이었다. 첫 방송 후 '영화 보다 재밌는 감독들'이란 아이러니한 평가(?)를 받았던 스튜디오 녹화 역시 그 자체로 맛깔나는 토크쇼였다. 열 명의 개성 강한 감독들, 그들과 한배를 탄 배우 문소리, 영화에 대해 안목이 있는 중견 MC 윤종신과 김구라의 조합은 그 자체로 흥미를 자아냈다.

<전체관람가> 영화 제작에는 '오디션을 통한 신인 배우 1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신인 배우 오디션부터 출연기까지를 그리는 방식은 또 한 편의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을 띤다. 또 영화 개봉 이전 미리 온라인 시사회 관객단 100명에게 사전 시사를 진행하고 그 댓글을 공개하거나 영화 제작 후 동료 감독들의 평가를 들어보는 모습 등은 최근 등장한 상호 교감 방송의 또 다른 사례로 볼 수 있다.

'화룡점정'으로서의 영화, 그 첫 번째 정윤철 감독 <아빠의 검>

 JTBC 예능 프로그램 <전체관람가> 정윤철 감독 단편 영화 <아빠의 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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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체관람가>는 예능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다 구비해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화와 예능의 컬래버레이션를 내세운 이 프로그램은 중견 감독들이 만드는 단편 영화라는 신선한 시도로 호객하고 '영화'로 절정에 이른다.

그 첫 영화 정윤철 감독의 <아빠의 검>이 지난 22일 오랜 기다림 끝에 방영됐다. 과연 정윤철 감독의 영화는 토크와 메이킹을 뛰어넘어 '영화' 프로그램으로서 위신을 지켜냈을까? 댓글의 호평과 달리 이명세 감독은 메이킹을 봤을 때의 기대에 비해 "만듦새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명세 감독의 "영화는 한 방이다"는 말처럼 정윤철 감독은 총 12신, 165컷, 1759테이크를 밤을 새워가며 '전광석화'처럼 한 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어 냈다. <아버지의 검>은 실사 영화와 게임의 절묘한 컬래버레이션을 이뤄내 이 프로그램의 가치를 증명했다.

적은 제작비로 짧은 시간 동안 중견 감독이 만들어 낼 영화는 어떤 것이어야 했을까? 정윤철 감독은 영화 <좋지 아니한가>(2007) <말아톤>(2005) <대립군>(2017) 등을 통해 드라마틱한 서사로 주인공의 '성장'을 그려내는 데 탁월한 연출력을 보였다. 정윤철 감독은 예의 자신의 장점을 살려 왕따 문제를 영화화했다. 그 장점에 더해 단편영화만이 할 수 있는 '실험적 도전'으로 게임과의 컬래버를 시도했다.

왕따를 당하는 중학생 소년에게 학교 폭력을 가하는 무리들은 게임머니 충전을 요구한다. 돈이 없어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소년은 아버지가 사고로 쓰러지며 더욱 절망하게 된다. 이 평범한 '클리셰'의 반전은 병실에 찾아와 아버지를 '군주'라 부르며 흠모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아버지는 일상생활에서 존재감이 없었지만 게임 속에서는 '최 게바라'로 여러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악의 무리에 대항하여 전쟁의 승리를 이끈 영웅이었다는 것이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전체 관람가> 정윤철 감독 단편 영화 <아빠의 검> 캡처

ⓒ JTBC


이 '황당무계'한 설정은 배우 이희준, 구혜선의 진지한 연기로 설득력을 얻는다. 정윤철 감독은 '현실'과 '게임'의 세계를 이으며 영화 <좋지 아니한가>처럼 '역설'의 존재론을 설파한다. 또 '포켓몬 고'처럼 가상과 현실을 이은 영화는 소년이 지리산까지 찾아가 아버지의 검을 획득해내고 스스로 왕따의 굴레에서 벗어나 '최 게바라' 아버지를 만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왕따, 가장의 죽음이라는 현실적 소재는 '게임', '가상 공간 속 관계'를 통해 '인간 존재'의 또 다른 의미를 짚는다. 그리고 이런 파격적 정의야말로 12분의 한계 속에 적은 예산의 단편 영화이기에 가능한 시도다. 정윤철 감독은 첫 영화로 스타트를 끊으며 프로그램의 가치를 높였다.

남겨진 과제

이제 2회를 마친 <전체관람가>는 새로운 숙제를 남겼다. 새로운 콘텐츠 환경에 대한 시도라는 점에서 획기적이지만 '과연 영화와 예능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어 갈 것인가'의 고민은 내내 남을 것이다. <전체관람가>가 과연 '단편 영화'의 부흥에 기여할 수 있을지가 최대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영화'가 재밌어야 한다. 과연 예능보다 재밌는, 혹은 화제성 있는 영화의 탄생기가 될  그 귀추가 주목된다.

구혜선은 이 프로그램에 '노 개런티'로 참여하며 화제가 됐다. 또한 감독들은 3천만 원이라는 적은 제작비에 "그건 솔직히 출연 배우와 제작진들에게 사과와 구걸을 하라는 말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대로라면 또 다른 '열정 페이'의 현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사족으로 더해본다. 좋은 시도와 좋은 과정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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