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사용설명서'를 찾자마자 골도 터지고 팀도 대승했다. 손흥민과 포체티노 감독, 그리고 토트넘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행복했던 하루였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23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버풀과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에 4-1의 대승을 거뒀다. 이날 선발 출장한 손흥민은 69분간 활약하며 올시즌 자신의 2호골이자 고대하던 프리미어리그 첫 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전까지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지난 시즌 21골을 넣으며 토트넘 공격의 한 축으로 맹활약했던 손흥민은 올시즌에는 주전과 벤치를 오가며 들쭉날쭉한 출전시간속에 골운도 따르지 않아 고전하고 있었다.

토트넘은 최근 스리백 전술로 상승세를 타면서 손흥민의 입지가 애매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손흥민의 주 포지션은 측면 공격수다. 그런데 전문 측면 공격수를 두지 않고 공수를 겸비한 좌우 윙백이 날개 역할을 대체하는 스리백 전술상 손흥민이 설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본머스와의 8라운드전에서는 수비가 익숙하지 않은 손흥민을 윙백에 기용하는가 하면,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는 후반 막판에 짧은 시간 투입하는데 그쳐 국내 팬들로부터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원성을 들어야했다. 당초 이번 리버풀 전에서도 손흥민의 출전 가능성에는 의문부호가 붙었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예상을 깨고 리버풀전에서 손흥민을 선발출전시켰다. 그것도  스리백을 쓰는 3-5-2 전술에서 해리 케인과 함께 투톱으로 기용했다. 똑같은 포메이션을 구사한 지난 레알전에서는 페르난도 요렌테가 케인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리버풀의 빠른 스피드와 압박에 대응하기 위하여 돌파와 역습에 능한 손흥민을 케인의 파트너로 낙점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토트넘은 전반 4분 만에 케인의 선제골로 균형을 깨트렸다. 불과 8분 뒤에는 손흥민의 골이 터졌다. 역습 상황에서 케인이 낮게 깔아준 크로스를 손흥민이 왼발슈팅으로 연결하며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지난달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과의 챔피언스리그 경기 득점에 이어 약 한달만에 터진 귀중한 골이었다.

토트넘은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에게 만회골을 내줬으나, 전반 추가시간에 델레 알리의 추가골이 터졌고, 후반 케인의 쐐기골까지 터지며 예상을 넘어선 4-1의 대승을 거뒀다. 손흥민의 득점은 이날의 결승골이 됐다. 리버풀에 유독 약했던 토트넘은 지난 2012년 11월 29일 이후 5년 여 만에 리버풀전 10연속 무승 징크스를 끊어내고 값진 승리를 거뒀다.

이날 토트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는 역시 케인이었다. EPL 9월의 선수로 선정되는 등 물오른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케인은 리버풀전에서도 2골 1도움을 비롯하여 이날 터진 5골(심지어 실점 상황에서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며 경기를 지배했다. 하지만 손흥민 역시 결승골 외에도 공수에서 활발한 움직임으로 케인-델레 알리 등과 함께 이날 팀내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며 승리의 수훈갑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라면 역시 손흥민은 '골잡이'일 때 최고의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익숙하지 않은 윙백 포지션에 배치되었을 때와도 다르게 손흥민은 한결 자신감을 되찾은 듯 억눌린 공격재능을 마음껏 분출하는 모습이었다.

손흥민은 과거에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뛰었던 경험이 있어서 낯선 역할은 아니다. 하지만 플레이스타일상 포스트플레이와 제공권이 떨어져서 원톱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였다. 손흥민은 이날 케인과  투톱이었지만 실제로는 약간 낮은 위치에서 움직이며 끊임없는 스위칭과 배후 침투를 통하여 리버풀의 수비 뒷공간을 위협하는 역할을 맡았다.

빠른 돌파로 리버풀 수비를 끊임없이 교란하면서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냈고 케인과의 호흡도 좋았다. 레알전에서 묵직한 문전플레이가 돋보였던 요렌테-케인 콤비와는 또다른 형태의 스피디한 투톱 조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손흥민이 스리백 전술에서도 충분히 공격적으로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아마도 올시즌 들어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을 전술적으로 가장 제대로 활용한 경기라고 할만했다.

이 장면은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서도 좋은 힌트가 될만하다. 손흥민은 국가대표팀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지만 소속팀에 비하여 활약이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손흥민이 살아나야 대표팀 공격도 살아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전히 공격축구와 스리백 전술에 대한 미련을 갖고있는 신태용 감독 입장에서도 손흥민이라는 골잡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참고해볼만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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