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방송된 SBS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보수정권의 방송장악 실체를 고발했다.

21일 방송된 SBS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보수정권의 방송장악 실체를 고발했다. ⓒ SBS


탐사 저널리즘이 빛을 발했다. 지난 21일 오후 방송된 SBS 시사 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몸통은 응답하라-방송 장악과 언론인 사찰의 실체'(아래 <그알>)편은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이 자행한 언론인 사찰과 방송 장악의 실체를 제대로 고발했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았지만, 반가웠다. 지난 9년 보수 정권 집권 기간 탐사취재를 필요로 하는 초대형 스캔들이 연이어 불거졌다. 그러나 신문·방송, 특히 공영방송인 KBS·MBC에서 이를 주제로 한 탐사 보도는 볼 수 없었다. 결국, 탐사 보도는 천안함 침몰 의혹을 다룬 <천안함 프로젝트>, 대형교회의 부조리를 그린 <쿼바디스>, 국가정보원의 간첩 조작을 고발한 <자백> 등 스크린으로 옮겨갔다.

이번 <그알>의 취재는 지난해 10월 방송된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의 진실' 편과 더불어 스크린으로 옮겨간 탐사 보도를 다시 TV로 가져왔다고 본다.

<그알>이 파헤친 보수 정권의 방송장악 기도는 실로 놀라웠다. 가장 놀라운 점은 MBC < PD수첩 >, SBS <그것이 알고싶다> 등 시사 고발 프로그램 방송 내용이 전파를 타기도 전에 그 내용이 청와대로 흘러 들어갔다는 점이다.

먼저 2015년 11월 13일 자 '비서실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안) / (정책조정수석)(기획비서관)'이란 제하의 문건 중 한 대목을 인용한다.

"SBS에서 예전 주한미군의 기지촌 주변 성매매 문제, 베트남 전쟁 시 한국군의 베트남 여성 문제 등을 부각시키려 하는데, SBS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해 보고 사회적 파장이 없도록 대응할 것."

이어 2016년 4월 10일 자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안)'이란 제하의 문건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세월호 2주기를 앞두고 내일(4.11) 외신기자 간담회, 정부비판 영화인 업사이드 다운 개봉(4.14~) 등을 통해 비판세력이 재 이슈화를 시도하고 있고,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방송 예정이라는데, 관계 수석들은 상황관리를 철저히 할 것(경제수석, 정무수석, 홍보수석)."

진행자인 김상중 MC는 앞서 언급한 2015년 11월 13일 자 문건에 적힌 취재 아이템은 '방송이 확정되지 않았고, 담당 PD가 관심 갖고 알아보던 아이템'이라고 밝혔다. 김상중 MC는 그러면서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담당 PD를 사찰했거나 머릿속을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절대 알 수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연평도 포격으로 한 숨 돌린 이명박 정권 

사실 보수 정권이 언론인을 사찰했다는 의혹은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이던 2010년 불거졌다. 당시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원충연 전 조사관의 수첩이 공개되면서였는데, 문제의 수첩 속엔 원 전 조사관이 사찰 대상을 감시한 행적이 시간대별로 적혀 있었다. 사찰 대상은 정계, 노동계, 공기업 등 그야말로 전방위적이었다. 특히 MBC, YTN 등 언론인들이 집중 표적이었다.

정권이 법적 근거가 모호한 조직을 동원해 전방위적인 사찰을 감행한 정황은, 민주주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이명박 정권은 국면전환에 성공했다. 불법 사찰 정황이 보도된 직후, 연평도 포격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정권의 존립을 위협했던 사건은 연평도 포격으로 완전히 유야무야됐다. 그런데 시점이 참으로 절묘하다. 이로 인해 <그알> 방송 직후 소셜 미디어 상엔 연평도 포격이 이명박 정권이 유도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섣부른 음모론은 금물이다. 그보다 연평도 포격 당시 모든 언론이 이 사건에 '올인'하다시피 했고, 불법사찰 후속 보도는 불발됐다는 게 사태의 본질이다.

'공범자들' 발본색원해야 바로 선다

이 지점에서 '협력 없이 지배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떠올린다. 신문·방송은 정권에 불리한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정권의 의도에 맞게 물타기에 앞장섰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일 것이다.

 21일 방송된 SBS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보수정권의 방송장악 실체를 고발했다.

21일 방송된 SBS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보수정권의 방송장악 실체를 고발했다. ⓒ SBS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의외로 간단했다. 보수정권은 자신들의 '시그널'에 정확하게 반응하는 협력자들을 신문·방송사 고위직에 내리 꽂았고, 내부의 협력자들이 낙하산 사장들에게 줄 섰기 때문이었다. 청와대 비서실이 <그알> 취재진의 동향을 파악하고, 방송내용도 미리 입수한 것도 내부 협력자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 KBS 송명훈 기자는 <그알>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언론사를 어떻게 장악하고 운영을 해야지만,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뉴스를 만들어내고 또 불편한 뉴스들을 멀리할 수 있는가, 그런 메커니즘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이 회사를 장악했죠."

참 야비하지만, 방송 장악은 효율적이었다. 이에 대해 동아투위 김종철 위원장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음험하고 교활하면서 자기들이 보기에는 효율적이었다"고 일갈했다.

결국 <그알>이 고발한 보수 정권의 방송장악 실체는 언론사 내 '공범자'의 발본색원 필요성으로 귀결되는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알> '몸통은 응답하라 - 방송 장악과 언론인 사찰의 실체' 편은 최승호 감독의 <공범자들>의 확장판이라 해도 좋겠다.

이제 모든 정황은 단 한 사람,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국민이 권력을 위임했음에도, 법적 근거가 모호한 조직을 만들어 정권에 걸림돌이 될 만한 모든 인사를 사찰했다. 특히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언론 본연의 기능을 없애고 철저히 홍보수단으로 전락시켰음이 드러났다. <그알>은 부제를 통해 이 전 대통령에게 호소한다.

'몸통은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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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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