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O리그는 정규리그 마지막날이 돼서야 상위권의 최종순위가 결정됐을 정도로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졌다. 하지만 여자프로농구(WKBL)의 2016-2017 시즌에 비하면 올해의 KBO리그 순위경쟁은 귀여운(?) 수준이었다. 지난 시즌 WKBL은 정규리그 3위와 꼴찌의 승차가 단 1경기에 불과했을 정도로 사상 초유의 대접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위비가 33승2패(승률 .943)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역대 최고 승률 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삼성생명 블루밍스가 18승17패로 무난히 플레이오프에 안착했다. 하지만 하향평준화된 중위권 경쟁은 시즌 끝까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됐고 14승21패의 KB스타즈가 단 4할의 승률로 플레이오프행 막차 티켓을 따냈다.

이토록 치열했던 중위권 경쟁의 최대 피해자는 KEB하나은행이었다. 하나은행은 13승22패를 기록하고도 KB에 단 한 경기 뒤져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고 KDB생명 위너스와의 상대전적에서도 뒤지는 바람에 최하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하나은행은 우수한 외국인 선수가 합류하고 신지현, 김이슬 등 부상 선수들이 순조롭게 복귀한 이번 시즌 구단 인수 후 처음으로 봄 농구 진출을 노리고 있다.

최하위 추락 속 얻은 김지영, 강이슬 등 유망주 발굴

 신지현은 2015년9월에 당한 십자인대 부상으로 지난 두 시즌 동안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신지현은 2015년9월에 당한 십자인대 부상으로 지난 두 시즌 동안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하나은행은 2015-2016 시즌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고 플레이오프에서 KB를 꺾으며 챔프전에 진출했다. 비록 챔프전에서는 우리은행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만년 하위팀으로 꼽히던 하나은행의 돌풍은 리그에도 신선한 자극을 주기 충분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땀과 눈물을 흘리며 만들어 낸 결실은 여자농구계 전체를 충격에 빠트린 이른 바 '첼시 리 사태'가 터지며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연맹은 선수 검증 및 관리를 소홀히 한 하나은행 구단에 책임을 물어 2015-2016 시즌 성적을 모두 말소해 버렸다. 박종천 감독은 첼시 리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고 하나은행은 새 감독을 구하지 못한 채 이환우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렀다. 당연히 팀 분위기는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고 하나은행은 1라운드에서 5전 전패를 당하며 동네북으로 전락하는 듯 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2라운드부터 외국인 선수 나탈리 어천와(우리은행)와 카일라 쏜튼(신한은행 에스버드)의 활약을 앞세워 승리를 적립해 나가기 시작했다. 신지현과 김이슬의 부상으로 운 좋게 주전가드 자리를 꿰찬 '지염둥이' 김지영은 작년 11월 14일 KDB생명전에서 유로스텝에 이은 그림 같은 더블클러치 득점으로 농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가장 큰 수확은 역시 '에이스' 강이슬의 발견이었다. 2015-2016 시즌까지 주로 패스를 받아 슛을 던지는 전형적인 '캐치앤슈터' 유형이었던 강이슬은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하나은행을 이끄는 중심 선수로 떠올랐다. 실제로 강이슬은 지난 시즌 하나은행 국내 선수 중에서 득점(13.29점), 리바운드(4.31개), 블록슛(0.31개), 출전시간(36분), 공헌도(744.10)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프랜차이즈 스타 김정은(우리은행)을 비롯한 주력 선수들의 부상이탈에도 고른 선수기용과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는 전략으로 열심히 코트를 누볐지만 하나은행은 끝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2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는 10승5패로 선전했지만 5라운드 전패를 비롯해 마지막 15경기에서 3승12패로 무너진 것이다. 역시 순위 싸움이 치열해진 시즌 후반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줄 리더가 없다는 것이 치명적이었다.

1순위 외국인 선수 해리슨 지명, 리더 부재는 약점

 강이슬은 이번 시즌 주득점원은 물론이고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 역할까지 해야 한다.

강이슬은 이번 시즌 주득점원은 물론이고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 역할까지 해야 한다. ⓒ KEB하나은행


하나은행은 시즌이 끝난 후 이환우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하지만 신세계 쿨캣 시절부터 10년 넘게 팀을 이끌어 온 김정은이 FA자격을 얻어 '챔피언'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다. 비록 전성기는 지났지만 팀의 정신적 지주가 될 수 있는 리더를 잃은 것이다. 하나은행은 수비가 좋고 궂은 일에 능한 포워드 자원 김단비(신한은행 김단비와는 동명이인)를 보상 선수로 지명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를 한 덕분에(?) 얻게 된 외국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으로는 1993년생의 젊은 빅맨 이사벨 해리슨(192cm)과 자즈몬 과트미(188cm)를 지명했다. 특히 해리슨은 지난 시즌 WBVA 샌안토니오 스타즈에서 주전 센터로 활약하며 평균 11.4득점 6.4리바운드로 준수한 활약을 펼친 바 있다. 두 선수 모두 190cm를 넘나드는 좋은 신장을 가진 빅맨으로 골밑이 허약한 하나은행에 꼭 필요한 자원이 될 전망이다.

외국인 선수 한 명과 슈터 강이슬이 붙박이로 나설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가드진의 교통정리는 하나은행이 이번 시즌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2014-2015 시즌 신인왕 신지현은 2015-2016 시즌을 앞두고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한 후 2년 만에 복귀 시즌을 맞는다. 복귀 첫 시즌인 만큼 많은 출전 시간을 기대하긴 힘들다. 김지영, 서수빈, 김이슬로 인해전술을 펼칠 수도 있지만 자칫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된다면 풍부한 가드진은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다.

토종 빅맨의 부재도 이환우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부분이다. 상대의 외국인 선수는 해리슨과 과트미에게 맡긴다 하더라도 하나은행에는 배혜윤(삼성생명)과 박지수(KB), 곽주영(신한은행) 같은 리그 정상급 토종 빅맨들을 상대할 만한 신체조건과 기량, 경험을 갖춘 선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182cm의 신장을 가진 1996년생 유망주 이하은의 꾸준한 성장이 필요한 이유다.

하나은행은 맏언니 염윤아와 백지은, 백업슈터 박언주를 제외하면 선수단 전체가 1990년대생의 젊은 선수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선수단이 젊다는 것이 장점이 될지 약점이 될지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진 알 수가 없다. 젊음과 패기를 앞세워 돌풍을 일으킬 준비를 끝낸 하나은행은 기록이 말소당한 2015-2016 시즌을 제외하면 구단 인수 후 처음으로 봄 농구 도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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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KEB하나은행 이환우 감독 강이슬 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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