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기업은행이 힘들게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챙겼다.

이정철 감독이 이끄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22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15,25-20,22-25,17-25,15-11)로 승리했다. 아울러 여자부의 개막 후 6경기 연속 풀세트 접전도 계속 이어졌다(이젠 별로 놀랍지도 않다).

기업은행은 메디슨 리쉘이 50%의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27득점을 올린 것을 비롯해 무려 5명의 선수가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리는 고른 활약을 펼쳤다. 반면에 도로공사는 이바나 네소비치가 시즌 첫 트리플크라운(서브,블로킹,후위공격 각 3개 이상 성공)을 기록하며 무려 36득점을 쏟아 부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특히 이날 경기는 기업은행의 창단멤버로 7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김희진과 박정아의 첫 맞대결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6번의 시즌에서 챔프전 5회 진출, 우승 3회 이끈 최고의 콤비

 전문 라이트 공격수 김희진은 지난 시즌까지 기업은행에서는 센터로 활약하기도 했다.

전문 라이트 공격수 김희진은 지난 시즌까지 기업은행에서는 센터로 활약하기도 했다. ⓒ 한국배구연맹


1991년생 김희진과 1993년생 박정아는 사실 2년의 나이 차이가 난다. 하지만 김희진이 중앙여중 시절 유급을 하고 박정아가 나이보다 학교를 1년 일찍 들어가면서 두 사람은 동기생이 됐다(물론 평소에는 박정아가 두 살 많은 김희진을 '언니'라 부른다). 그리고 김희진과 박정아의 묘한 인연을 여자부 제6구단 창단을 준비하던 기업은행에서 재빠르게 낚아챘다.

기업은행은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신생팀 우선지명이라는 권리를 이용해 중앙여고의 에이스 김희진과 남성여고의 기둥 박정아를 모두 붙잡는데 성공했다. 각기 다른 년도에 등장했으면 능히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프로에 지명됐을 특급 유망주들이다. '여제' 김연경(상하이)의 해외 진출 후 매 시즌 우승팀이 바뀌며 춘추전국시대로 흘러가던 V리그 여자부에 새로운 '왕조시대'가 열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2011-2012 시즌 정규리그 4위에 오르며 리그 적응 기간을 가졌던 기업은행은 2012-2013 시즌 창단 2년 만에 정규리그와 챔프전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독주 체제의 서막을 알렸다. 외국인 선수 알레시아 리귤릭과 함께 강력한 삼각편대를 형성한 김희진과 박정아가 기업은행 전성기의 시작을 주도했음은 물론이다.

이후 기업은행의 외국인 선수는 알레시아에서 카리나 오카시오(2013-2014 시즌), 데스티니 후커(2014-2015 시즌), 리즈 맥마혼(2015-2016 시즌), 메디슨 리쉘(2016-2017 시즌)로 꾸준히 교체됐다. 주전 세터가 이효희(도로공사)에서 김사니로 바뀌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2012-2013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5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해 3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주포지션이 라이트 공격수이고 실제로 대표팀에서는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하는 김희진은 기업은행에서는 전력의 극대화를 위해 센터 변신을 마다하지 않았다. 박정아 역시 윙스파이커로 활약하다가 서브리시브가 가능한 메디가 합류한 지난 시즌에는 오른쪽으로 자리를 이동하기도 했다. 공격에 전념한 박정아는 지난 시즌 프로 데뷔 후 개인 최다 득점 기록(460점)을 세우기도 했다. 두 선수 중 한 명만 없었어도 기업은행의 왕조 시대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첫 맞대결서 각각 20득점과 19득점, 승리는 기업은행

 박정아는 과거의 명콤비 김희진과의 첫 맞대결에서 20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박정아는 과거의 명콤비 김희진과의 첫 맞대결에서 20득점으로 맹활약했다. ⓒ 한국배구연맹


리그 참가 후 6년 동안 세 번의 우승을 합작한 김희진과 박정아는 2016-2017 시즌이 끝난 후 나란히 FA자격을 얻었다. 김희진이 연봉 3억 원에 기업은행에 잔류한 반면에 박정아는 2억5000만 원의 연봉을 받고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챔피언 팀에서 최하위 팀으로 이적한 것은 그만큼 박정아의 레프트 복귀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희진과 박정아는 각자 다른 팀을 선택한 후에도 월드그랑프리와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 예선전 등 국제대회를 함께 소화했다. 김희진과 박정아는 대표팀에서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16년 리우올림픽 8강을 견인한 바 있어 대표팀 일정을 함께 소화하는 모습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배구팬들은 2017-2018 시즌이 개막하자 '박정아가 없는 기업은행, 그리고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은 박정아'라는 낯선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시즌 개막 2주 차가 되던 22일 김희진이 잔류한 기업은행과 박정아가 합류한 도로공사는 시즌 첫 맞대결을 가졌다. 경기는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기업은행이 승리했지만 김희진과 박정아의 활약에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김미연의 센터 변신으로 원래 자리인 라이트로 활약한 김희진은 서브득점 3개와 블로킹 2개를 포함해 19득점을 올렸다. 1세트에서는 박정아의 공격을 블로킹하고 박정아를 상대로 목적타 서브를 넣는 등 비정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박정아의 활약은 김희진에게 전혀 뒤지지 않았다. 박정아는 서브득점 2개와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4개의 블로킹을 포함해 20득점을 올렸다. 이바나와 함께 사실상 도로공사의 공격을 양분한 셈이다. 0-2로 뒤져 있던 3세트에서는 13-13에서 김희진의 공격을 2개 연속으로 막아내며 1세트에서 김희진에게 당했던 부분을 깨끗하게 설욕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까지 7년 동안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땀을 흘리던 김희진과 박정아는 이제 네트를 사이에 두고 경쟁하는 사이가 됐다. 두 선수에게는 다소 껄끄러울 수도 있겠지만 배구팬들에게는 시즌을 더욱 뜨겁게 만들 또 하나의 흥미로운 라이벌전이 만들어진 셈이다. 첫 경기부터 우열을 가릴 수 없었을 만큼 치열했던 김희진과 박정아의 라이벌전은 이번 시즌 아직 5차례나 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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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IBK기업은행 알토스 김희진 박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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