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레드카펫에서 사드 반대와 핵 반대, 서병수 사과 구호를 들고 입장하는 박배일 감독.

21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레드카펫에서 사드 반대와 핵 반대, 서병수 사과 구호를 들고 입장하는 박배일 감독. ⓒ 부산영화제


개막식보다 상대적으로 밋밋했던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이 들썩였다. 다큐멘터리상 수상자인 박배일 감독이 서병수 부산시장을 향한 작심발언을 날리고, 영화인들의 항의가 공개적으로 표출되며 야외극장에 모인 관객들에게 영화인들의 자존심을 세웠기 때문이다.

21일 오후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마지막을 장식한 스타는 독립영화 감독 박배일이었다. <공범자들>을 배급한 엣나인필름 정상진 대표 역시 서병수 시장을 찾아가 책임을 추궁하는 등 영화인들의 행동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폐막식에 모인 영화인들과 관객들을 흥분하게 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소성리>로 부산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대상인 비프 메세상 수상자로 결정돼 레드카펫을 밟은 박배일 감독은 입장부터 남달랐다. 박 감독은 '사드가고 평화오라', '모든 핵을 반대한다', '서병수는 사과하라'는 구호를 연이어 붙인 세 장의 종이를 들고 포토월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부산영화제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날 레드카펫 대신 조용히 입장했으나 영화인들의 항의를 비켜가지는 못했다. 먼저 레드카펫 행사가 끝나갈 무렵인 7시쯤  엣나인필름 정상진 대표가 SNS의 라이브방송을 활용해 서병수 시장에게 다가가 직접 질문을 던졌다.

정 대표가 "부산영화제를 망친 주범이라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묻자 서병수 시장은 "영화인들이 망친 영화제인데 왜 제게 묻습니까?"라며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발뺌하기에 급급했다. 영화인들은 댓글을 통해 뻔뻔하다거나 낯짝도 두껍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정 대표는 "사과하라는 말을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박배일 감독 사이다 발언에 함성과 박수 이어져

 21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수상 소감을 활용해 서병수 시장에 대해 사과 요구를 하고 있는 박배일 감독.

21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수상 소감을 활용해 서병수 시장에 대해 사과 요구를 하고 있는 박배일 감독. ⓒ 부산영화제


7시 폐막식이 시작되고 수상을 위해 단상에 오른 박배일 감독은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사드 배치 반대 투쟁 중인 소성리 주민들에 대한 연대의 발언으로 운을 뗐다. 박 감독은 먼저 "제 마음속에 두 개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며 "저의 주인공들이 차가운 바닥에서 사드라는 무기를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바닥에서 전쟁과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에 대해서 안타깝고, 모든 영광을 그분들에게 돌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한 가지 전쟁은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서병수 시장을 겨냥했다. 박 감독은  "2014년도에 한 정치인이 제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를 정치적으로 훼손하고 왜곡시키고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안겼다"며 "그 분이 이 자리에 와 계시는데, 서병수 시장은 당장 사과하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박 감독은 "마지막으로 하늘에서 보고 계시는 김지석 선생님, 올해도 당신 덕에 영화제 잘 즐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을 추모했다.

박 감독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는 폐막식에 모인 영화인들과 관객들에게 커다란 환호성을 지르게 만들었다. 영화인들과 관객들은 커다른 박수와 함성으로 박 감독의 발언에 지지와 연대의 뜻을 나타냈다.

영화인들은 서병수 시장이 사과와 반성 없이 뻔뻔하게 폐막식에 나타나 영화인들을 분노하게 만든 가운데 나온 '사이다 발언'이었다며 한국 영화인들의 자존심을 세운 행동이었다고 극찬했다.

부산영화제 내부도 영화인 행동에 속 시원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일은 21일 오후 영화의 전당 앞에서 서병수 시장 규탄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부산독립영화협회 최용석 감독과 부산지역 영화과 학생들.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일은 21일 오후 영화의 전당 앞에서 서병수 시장 규탄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부산독립영화협회 최용석 감독과 부산지역 영화과 학생들. ⓒ 성하훈


폐막식을 앞두고는 영화의전당 앞에서 부산독립영화협회 회원들이 시위를 진행하는 등 영화인들의 서병수 시장 반대 시위는 영화제 기간 내내 이어졌다. 첫 주자로 나선 최용석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 탄압과 적폐의 몸통, 후안무치의 극치, 서병수 시장을 강력히 규탄한다. 검찰은 서병수를 구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는 구호를 들고 폐막식에 참석하는 관객들을 상대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지난 12일 개막식에서는 <황제> 민병훈 감독이 '니가 가라'는 구호를 들고 레드카펫을 밟아 서병수 시장 비판에 포문을 열었고, 다음날에는 <메소드> 방은진 감독이 야외무대 인사에서 서병수 시장 사과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기도 했다.

지난 주말에는 한국독립영화협회 소속 영화인들과 부산영화제에 참석 중인 영화인들이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며 서병수 시장을 규탄했다. 부산지역 대학 영화과 학생들로 구성된 부산영화제학생대행동도 개막일부터 폐막일까지 내내 서명운동과 피켓 시위를 벌이며 서병수 시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21일 오전 열린 폐막 기자회견에서도 심사위원으로 온 영국의 평론가 토니 레인즈가 서병수 시장을 강력하게 비난하며 내년에는 서병수 시장이 시장 자리에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 관계자들 역시 영화인들의 행동에 속이 시원함을 느낀다며 서 시장에 대한 반감을 나타냈다.

영화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서병수 시장이 끝내 사과나 반성이 없을 경우 낙선운동이라도 벌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부산영화제 사태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과 영화계의 갈등이 부산영화제를 통해 더욱 격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12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을 비판하는 니가 가라 구호와 사과를 들고 입장하는 <황제> 민병훈 감독.

지난 12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을 비판하는 니가 가라 구호와 사과를 들고 입장하는 <황제> 민병훈 감독. ⓒ 부산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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