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방식으로 승리하든 두산은 역시나 두산이었다. '디펜딩챔피언' 두산 베어스가 화력쇼의 정수를 과시하며 NC를 완파하고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두산은 2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3승제) 4차전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17안타와 5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14-5로 승리했다. 두산 오재일은 이날 한 경기에만 4개의 홈런과 9개의 타점을 몰아치는 괴력을 선보이며 팀을 한국시리즈에 이끌고 플레이오프 MVP까지 선정됐다.

두산은 이로써 1차전 패배를 극복하고 내리 3연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에 올라 정규리그 1위팀 기아 타이거즈와 최후의 한판승부를 펼치게 됐다. NC에게는 지난 2015 플레이오프와 2016년 한국시리즈에 이어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승리를 거두며 천적의 면모를 굳건히 했다.

두산의 한국시리즈행은 이미 시즌 전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결과다. 하지만 압도적인 전력으로 정규리그 최다승(93승)와 한국시리즈 스윕(4연승)까지 이뤄냈던 지난해와 달리 올 시즌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올해 초 진행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두산은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무려 8명의 선수들이 차출되며 정상적인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었다. 시즌이 개막된 후에는 예상치 못한 투타의 불균형이 지속되며 고전했고, 마이클 보우덴, 양의지, 민병헌 등 핵심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에 시달리며 중반까지 좀처럼 승수를 쌓지 못했다.

두산이 주춤하는 사이에 기아가 탄탄한 타선과 선발진의 조화에 힘입어 단독 선두로 급상승했다. 두산은 전반기를 5할 승률에 간신히 턱걸이한 5위에 그치며 가을야구 진출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자아냈다.

하지만 2년 연속 우승에 빛나는 두산의 저력은 후반기에 비로소 진가를 드러냈다.  상 선수들이 속속 복귀하고 제 컨디션을 찾아가면서 두산은 지난 시즌의 막강 전력을 회복했고 후반기에는 7할에 육박하는 고공비행을 거듭하며 가파르게 순위를 끌어올렸다.

전반기에 최대 13경기까지 벌어졌던 격차는 점점 좁혀지며 시즌 막판 한때 공동선두까지 치고 올라오기도 했다. 비록 리그 최종일까지 가는 접전 끝에 2게임 차이로 기아에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내줘야 했지만 많은 이들이 두산을 포스트시즌에서 만나면 가장 두려운 실질적 '끝판왕'으로 평가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두산은, 와일드카드전과 준PO를 거쳐 올라온 NC와 화끈한 난타전을 펼쳤다. 지난 2016시즌이나 올해 후반기의 두산이 투타의 균형이 잘 잡힌 밸런스형 팀이었다면,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의 야구는 무지막지한 공격야구로 요약된다.

두산은 1차전을 5-13으로 역전패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2차전에서 치열한 공방 끝에 17-7로 완승하며 분위기를 가져왔고, 3.4차전에서도 잇달아 타선의 힘으로 경기를 장악했다. 두산의 플레이오프 4경기 총 50득점을 쓸어 담으며 평균 12.5점을 득점하며 역대 KBO PO 한 팀 최다 평균 득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2차전 이후 3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기록도 두산이 플레이오프 역사상 최초다. 

두산은 이미 정규시즌에도 팀홈런(178개), 타율(0.294) 2위에 오르며 강타선을 증명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의 화력 폭발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두산 타자들은 플레이오프에서 무려 3할 5푼 5리의 팀타율을 기록했고, 출루율도 0.462로 매우 높았다. 4경기에서 무려 12개의 홈런을 쏘아 올린 두산의 팀 장타율은 무려 0.645에 이른다.

오재일(타율 0.600, 5홈런, 12타점)-김재환(타율 0.471, 3홈런, 9타점)을 선봉으로 두산이 자랑하는 좌타 중심타선의 화력이 특히 돋보였다. 정규시즌 종료 이후 2주간의 휴식동안 체력은 회복되어도 타격감이 무뎌질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흔히 야구계에서 자주 거론되는  '야구는 투수놀음' '단기전일수록 방망이는 믿을게 못된다' 같은 속설을 정면으로 뒤집는 장면이었다.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NC의 투수력이 고갈된 상태였던 것도 핸드볼 난타전의 원인이었다. 불펜 의존도가 높은 NC는 이미 두산을 상대하기 전 와일드카드결정전과 준PO를 거치며 6경기를 더 치르고 올라온 상태였다.

확실한 선발요원으로 기대했던 제프 맨쉽이 계속된 부진 때문에 PO에서는 불펜으로 보직을 임시변경해야 했다. 3차전에 나선 에릭 해커도 4일 휴식만의 등판에서는 정상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하며 두산의 화력을 눌러줄 에이스가 없었다. 한편으로 그만큼 풍부한 포스트시즌 경험을 바탕으로 정규시즌 종료 이후에도 경기 감각과 집중력을 잃지 않은 두산 타자들의 자기 관리를 칭찬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두산에게도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당초 두산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던 선발진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전혀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NC를 상대로 4경기 29.1이닝간 단 1점(평균자책점 0.31)밖에 내주지 않았던 두산의 판타스틱4(더스틴 니퍼트-장원준-마이클 보우덴-유희관)는 올해 플레이오프에서도 건재했지만 활약상은 불과 1년 전과 천지 차이였다.

니퍼트와 장원준(5.1이닝 6실점 5자책)이 그나마 5이닝을 채웠지만 나란히 피홈런을 허용하며 NC 타자들의 장타력에 고전을 면치 못했고, 마산 시리즈에서 3차전의 보우덴(3이닝 3실점), 4차전의 유희관(4.2이닝 4실점)은 더욱 저조했다. 두산 선발진 4인방은 플레이오프에서 18.1이닝 19실점. 평균자책점을 9.33에 그치는 충격적인 부진을 보였다. 그나마 불펜에서 PO 전 경기에 등판해 6⅔이닝 2피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펼친 함덕주의 호투로 중반 이후 NC 타선의 추격세를 한 풀 꺾을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플레이오프 내내 두산 타선이 워낙 대폭발한 데다 상대적으로 NC 마운드의 부진이 더 두드러졌기 때문에 큰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 만날 기아를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는 대목이다. 기아는 팀타율 1위인 데다 양현종-헥터-팻  딘 등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의 깊이도 NC와는 비교하기 어렵다. 두산 타선이 과연 한국시리즈에서도 플레이오프만큼의 위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과정은 다사다난했지만 양 팀 모두 올라올 만한 팀들이 한국시리즈에서 만났다는 평가다. 정규시즌에 이어 '타고투저' 성향이 유난히 두드러지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만일 한국시리즈도 방망이의 화력이 승부를 좌우하게 된다면, 앞으로의 '야구는 타자놀음'이라고 속설을 고쳐야할지도 모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