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의 김경문 감독에게는 참으로 가혹한 가을이다. 두산 베어스를 이끌던 시절에는 3년 연속(2007~2009년) 가을야구에서 왕조 시절의 SK와이번스에게 무너졌다. NC를 이끄는 최근 3년 동안에는 친정팀 두산에게 패하고 말았다. 특히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배터리 코치와 선수로,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감독과 코치로 10년 넘게 한솥밥을 먹었던 김태형 감독에게 연이어 당하고 있는 패배라 더욱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해마다 NC와 두산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2015년 첫 만남에서 두산과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NC는 작년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단 2점을 올리는 빈타에 허덕이며 4연패를 당했다. 그리고 올 시즌엔 4경기에서 무려 50점을 내주며 마운드가 초토화됐다. 패한 3경기의 득실점 마진만 무려 -30점에 달한다.

그럼에도 와일드 카드 결정전부터 가을야구 10경기를 치르며 젊은 선수들을 대거 발굴했다는 점은 NC와 김경문 감독의 수확이다. 특히 선발 장현식과 불펜 이민호는 내년 시즌 NC마운드의 핵심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구위를 과시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NC의 미래를 위해 가장 고무적이었던 부분은 간판타자 나성범이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가을야구 울렁증'을 완전히 씻어 버렸다는 점이다.

가을야구 울렁증, 완벽한 나성범의 유일한 약점

류현진(LA다저스)이나 봉중근(LG트윈스)도 고교 시절엔 팀의 중심타자였지만 대학야구 최고의 좌완 나성범을 타자로 전향시킨 것은 김경문 감독의 실수로 보는 시선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6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돌이켜 보면 나성범의 타자 전환은 김경문 감독이 NC를 맡은 후 이뤄 낸 최고의 업적 중 하나다. 나성범이 김경문 감독과 NC 구단의 기대대로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루키 시즌 타율 .243 14홈런64타점을 기록하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았던 나성범은 2014년 타율 .329 30홈런101타점을 기록하며 '나이테 트리오'의 선봉으로 맹활약했다. 경험이 쌓이며 타석에서 노림수를 더한 2015년에는 135타점을 기록했고, 작년 시즌에는 타율 .309 22홈런113타점116득점을 기록하고도 '발전이 없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그만큼 나성범에 대한 야구팬들의 기대치가 올라갔다는 뜻이다.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전 경기 출전 기록을 이어가던 나성범은 6월 손목부상으로 20일 간 결장했음에도 타율 .347 24홈런99타점103득점을 기록했다. 20일의 공백으로 19경기에 결장하면서 4년 연속 3할20홈런100타점은 타점 1개가 부족해 아쉽게 무산됐다. 하지만 타율4위, 장타율5위를 기록한 나성범이 KBO리그 최정상급 외야수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처럼 완벽한 나성범의 성적에도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바로 포스트시즌만 되면 시작되는 '가을 슬럼프'가 그것이다. 지난 2014년 NC의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과 함께 가을 나들이를 시작한 나성범은 작년까지 3년 연속 가을야구에 출전해 총18경기를 소화했다. 하지만 정규리그 통산타율 .314에 빛나는 나성범이 작년까지 세 번의 가을야구에서 기록한 성적은 타율 .224(67타수15안타) 1홈런3타점에 불과하다.

NC타선에서 나성범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비중을 고려하면 대단히 부진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NC의 우승 도전을 위한 적기라고 입을 모았던 작년 한국시리즈에서는 4경기에서 14타수2안타(타율 .143) 무홈런 무타점 무득점에 그쳤다. 물론 작년 한국시리즈에서는 NC의 시리즈 팀 타율이 .168에 그칠 정도로 집단 부진에 빠졌지만 공격의 활로를 뚫어줘야 하는 간판타자 나성범의 부진은 결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었다.

가을야구 10경기 4홈런11타점 작렬, '가을 징크스' 훌훌

올 시즌 정규리그 4위를 차지한 NC는 SK와이번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며 예년보다 일찍 가을야구 일정을 시작했다. 당연히 1승을 안고 경기를 치르는 NC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SK의 이변을 예상하는 일부 사람들은 어김없이 나성범의 '가을야구 울렁증'을 언급했다. 박민우와 재비어 스크럭스의 사이를 잇는 나성범이 침묵한다면 NC타선 전체가 침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성범은 지난 5일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회 결승3점 홈런을 포함해 4타수3안타3타점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NC의 10-5 승리를 이끌었다. 안타 3개가 모두 2루타 이상의 장타였고 7회에는 2사3루에서 박정배로부터 고의사구를 얻어내기도 했다. 우려했던 가을의 시작이 매우 상쾌했던 셈이다.

나성범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5경기에서 타율 .304 1홈런5타점4득점을 기록했다. 삼진9개를 당하며 타석마다 다소 기복을 보이기도 했지만 모창민과 함께 팀 내 타점 공동 1위를 기록하며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특히 11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6회 수비 실수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후 멋진 홈송구로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내는 원맨쇼를 펼치며 홈관중들을 열광시켰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나성범의 뛰어난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비록 팀은 두산 타선을 견디지 못하고 3경기 연속 두 자리 수 실점을 하며 무너졌지만 나성범은 4경기에서 타율 .444(18타수8안타) 2홈런3타점6득점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특히 2차전 4-4에서 나성범이 기록한 백스크린을 때리는 투런 홈런은 두산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나성범은 4차전에서도 호투하던 김승회를 강판시키는 추격의 중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NC는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팀 타율 .327를 기록했다. 하지만 12.60의 팀 평균자책점으로는 결코 시리즈를 이길 수 없었다. 나성범과 NC의 4번째 가을야구는 이렇게 조금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올해 포스트시즌을 통해 유일한 약점으로 꼽히던 '가을 징크스'까지 떨쳐 버린 나성범은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나성범이 이끄는 NC는 2018년 5년 연속 가을야구와 첫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도전을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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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포스트시즌 NC 다이노스 나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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