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의 디펜딩 챔피언 두산 베어스가 3년 연속 한국 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두산은 10월 21일 경상남도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렸던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타선의 힘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한국 시리즈에 진출하게 됐다.

이리하여 두산은 김태형 감독 체제가 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으로 한국 시리즈에 진출하게 됐다. 2015년 두산은 정규 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여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올랐고, 2016년에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규 시즌과 한국 시리즈 통합 챔피언을 차지했다.

그리고 2017년 두산은 정규 시즌 2위를 차지하여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했던 NC 다이노스를 상대하게 되었는데, 이 시리즈는 1차전부터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다른 모습의 '판타스틱 4', 불안했던 정규 시즌

 두산 니퍼트

두산 니퍼트 ⓒ 두산 베어스


두산이 2016년 압도적인 전력으로 통합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은 4명의 선발투수, 이른바 '판타스틱 4'가 있기에 가능했다. 두 외국인 선발투수 더스틴 니퍼트(우)와 마이클 보우덴(우), 두 한국인 선발투수 장원준(좌)과 유희관(좌)이 있었기에 두산은 4명의 투수가 모두 15승 이상을 기록하면서 선발 야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2016년에는 니퍼트가 선발진의 핵심으로 28경기(1완투) 22승 3패 평균 자책점 2.95의 압도적인 승률(0.880)을 보이면서 MVP를 차지했다. 당시 KBO리그 첫 시즌이었던 보우덴도 30경기(1완투) 18승 7패 평균 자책점 3.80으로 팀 내 다승 2위를 기록했다. 왼손 투수 장원준(27경기 15승 6패 3.32)과 유희관(30경기 15승 6패 4.41)도 각각 선발진에 힘을 보태면서 완벽한 선발진 좌우 균형을 맞췄다.

그랬던 두산의 선발진이 2017년에 휘청거렸다. 장원준은 29경기(1완투) 14승 9패 3.14로 더욱 발전했으며, 유희관이 30경기(2완투) 11승 6패 4.53으로 분전하는 등 판타스틱 4에서 한국인 선발투수들은 큰 성적 하락세 없이 제 몫을 다했다.

그러나 두 외국인 투수가 문제였다. 니퍼트가 30경기에 등판하여 14승 8패를 거두는 등 자신의 자리는 지켰지만, 평균 자책점이 4.06으로 크게 치솟는 등 이상 징후를 드러낸 것이다. 보우덴은 어깨 부상으로 인해 출전 횟수까지 감소하며 17경기 3승 5패 4.64에 그치고 말았다.

올 시즌 두산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모든 포지션에 1명 이상의 대표팀 선수를 차출하면서 일명 '국대 베어스'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출혈이 심했다. 그리고 그 후유증을 안고 정규 시즌을 치렀다. 후반기의 반등이 아니었다면 하마터면 두산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두산 선발진에서 함덕주가 새롭게 발굴됐다. 2013년에 데뷔하여 풀 타임 4년째를 맞이한 함덕주는 2017년 주로 선발로 등판하며 총 35경기 9승 8패 3.67로 두산 선발진 뒤를 받쳐주는 역할을 착실히 해냈다. 덕분에 보우덴이 어깨 부상으로 한동안 이탈했지만, 두산은 어느 정도 시즌을 길게 운영할 수 있었다.

PO 매 경기 난타전, 두들겨 맞은 '판타스틱 4'

정규 시즌 2위를 차지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두산은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판타스틱 4'를 앞세워 시리즈에 나섰고, 좌우 균형까지 맞추며 니퍼트-장원준-보우덴-유희관 순서로 선발진을 구성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두산과 NC는 난타전 양상을 보였다. 믿었던 니퍼트가 5.1이닝 8피안타(1피홈런) 2볼넷 1사구 9탈삼진 6실점(5자책)으로 무너지는 바람에 두산은 홈에서 열렸던 1차전을 NC에게 5-13으로 대패하고 말았다.

2차전은 왼손 투수 장원준이 나섰다. 그러나 장원준도 5.1이닝 10피안타(3피홈런) 1볼넷 1탈삼진 6실점(5자책)으로 처절하게 무너졌다. 니퍼트보다 더 큰 우려를 보였던 점은 바로 실점 과정에서 피홈런이 3개나 되었다는 사실로, 팀 타선이 터져 준 덕분에 간신히 승패를 면했다. 두산은 2차전에서 타선이 반등에 성공하며 17-7 대승을 거뒀다.

3차전에 나왔던 보우덴은 더 처참했다. 그나마 니퍼트나 장원준은 최소 5이닝은 넘기면서 선발투수가 버텨야 할 때까지 버티기는 했다. 하지만 보우덴은 3이닝 6피안타 4볼넷 4탈삼진 3실점으로 제구력 난조를 보이는 바람에 조기 강판당하고 말았다. 그나마 2차전과 마찬가지로 팀 타선의 득점 지원을 받은 덕분에 보우덴은 승패 없이 내려갔고, 두산은 14-3 대승을 거뒀다.

4차전 선발투수 유희관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유희관은 4.2이닝 10피안타 2볼넷 4실점을 기록했으며, 탈삼진을 하나도 잡지 못할 정도로 타자들을 압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아무리 맞혀 잡는 투수라 할지라도 탈삼진이 하나도 없는 데다 안타를 10개나 맞는 바람에 유희관 역시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팀이 14-5 대승으로 시리즈를 끝내긴 했지만, 유희관이 제 몫을 다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

타선의 힘으로 시리즈 이긴 두산, 작년과는 분명 다른 임팩트

그나마 두산은 타선이 터져 준 덕분에 선발진이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리즈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2차전에서 박건우가 3안타를 날렸고, 김재환이 7타점, 최주환이 4타점을 올리는 등 골고루 활약한 덕분에 두산은 간신히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3차전에서는 민병헌과 오재일의 활약이 빛났다. 오재일은 3안타 2타점을 올렸고, 민병헌은 홈런을 포함하여 2안타 6타점을 쓸어 담는 맹활약을 펼쳤다. 오재일은 4차전에서도 홈런 4개를 날리면서 혼자 9타점을 쓸어담았다. 시리즈 중반부터 오재일의 활약이 없었다면 두산은 5차전까지 가는 힘겨운 시리즈를 치렀을지도 모른다.

시리즈가 4차전에서 끝난 덕분에, 두산은 3일을 쉬고 25일부터 한국 시리즈를 치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단 한 번의 선발승도 거두지 못한 판타스틱 4를 생각하면, KIA 타이거즈와 치르게 될 한국 시리즈가 당장 걱정이 태산이다.

KIA가 불펜이 불안했다고 하지만, 올 시즌 KIA는 리그 최강의 원투 펀치를 보유한 팀이었다. 20승으로 공동 다승왕에 오른 양현종(좌)과 헥터 노에시(우)가 이끄는 선발진과 맞붙어야 한다. 올 시즌 보여준 모습을 보자면 상위 선발 맞대결에서 두산은 KIA에게 밀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KIA의 올 시즌 타선은 피해 갈 곳이 없다. 타격왕 김선빈(0.370)을 포함하여 라인업에 3할 타자들이 즐비하다. 최형우는 팀에서 가장 많은 120타점을 쓸어 담았으며, 로저 버나디나는 컨택, 파워, 주루 등 다양한 면에서 공포의 모습을 보였던 만능 타자다.

안치홍 역시 0.316 타율에 21홈런 93타점을 올리는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이범호는 타율이 0.272로 다른 팀 동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지만, 25홈런 89타점으로 여전한 파워를 과시했다. 나지완 역시 0.301 타율에 27홈런 94타점을 기록했으며, 이들이 모두 선발 라인업으로 출전할 경우 두산의 투수진이 이들을 상대로 얼마나 버텨낼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두산은 3년 연속 한국 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예년과 다른 투수력으로 인하여 시리즈에서 상당한 고전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시리즈가 5차전까지 가지 않은 덕분에 다시 니퍼트부터 순서대로 등판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작년보다 임팩트가 약해진 판타스틱 4에 대한 문제를 두산이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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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두산베어스 판타스틱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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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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