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폐막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심사위원들

21일 오전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폐막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심사위원들ⓒ 부산국제영화제


2년 연속 영화단체들의 보이콧 속에 파행으로 치러진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21일 폐막식을 끝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박근혜 정권과 서병수 시장이 망쳐 놓은 영화제는 전년보다는 나아졌으나 전체적으로 예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영화제 기간 중 방문해 힘을 실어주면서 정상화의 단초는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부산영화제를 찾은 전체 관객 수는 19만2991명으로 관객으로 전년도 16만5149명에 비해 늘어났으나 20만을 웃돌던 평년과 비교하면 떨어진 수치다. 2012년부터 영화제 기간이 9일에서 10일로 늘어난 이후 매해 20만을 가볍게 넘어섰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강제로 해임되면서 부산영화제 사태가 불거진 후 20만을 못 넘기고 있다.  

초대된 300편의 영화들은 전반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지난 5월 타계한 고(故)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추모행사에도 많은 아시아 영화인들이 참여했다. 영화인들은 부산국제영화제에 김지석 부집행위원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에 매우 안타까워했다.

영화제 안팎의 여건은 어려웠다. 지난해 4개 단체가 보이콧했고 올해는 한 곳이 줄어 3개 단체가 보이콧을 유지했다. 영화제를 앞두고 서병수 시장은 계속해 사과를 거부했다. 또 김동호 이사장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직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영화계의 반발을 샀다. 핵심 스태프들이 집단 사표를 제출하고 사무국 직원들이 성명을 발표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으나 다행히 영화제는 별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21일 오전 폐막 기자회견에서 "부산영화제 주인은 관객임을 느낄 수 있었다"며 "올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사실은 부산을 만들고 지키는 것도 관객이고, 그 외 어떤 것도 영화제를 흔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토니 레인즈 "서병수가 내년에는 시장이 아니길 바란다"

 21일 부산국제영화제 폐막 기자회견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는 지석상 심사위원 영국 평론가 토니 레인즈

평론가 토니 레인즈ⓒ 부산국제영화제


올해 부산영화제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뻔뻔함만 도드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화제를 자신의 선거 운동 공간으로 이용하고 싶었던 걸까. 부산영화제 사태의 주범인 서 시장은 뻔뻔하다는 비판 속에서도 일말의 사과 없이 개, 폐막식 레드카펫을 걸어 영화인들의 공분을 샀다. 항의시위와 퍼포먼스는 폐막일까지 이어졌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영국 평론가 토니 레인즈는 폐막 기자회견에서 "서병수 시장이 레드카펫으로 들어온 것을 보고 놀랐다"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들어오는 게 너무나도 이중적이었다"고 불쾌해했다. 이어 서 시장이 영화인들의 사과 요구에 아무 답변도 하지 않는 태도를 지적하며 "선거를 통해 내년에는 서병수 시장이 자리에 안 계시길 바란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부산영화제의 독립성에 힘을 실어줬다.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김동호 이사장과 함께 "자원봉사자 해단식 직후 곧바로 물러나겠다며 이후 과정은 정관에 따라 이사회가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를 통한 명예회복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영화계 중론이다. 문 대통령도 영화제에 방문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복직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큰 매듭은 풀리는 모양새다.

이 전 집행위원장 외에 전양준 부집행위원장이나 양헌규 전 사무국장 등도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야 마땅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영화계가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있는 만큼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상화를 위한 시동이 곧바로 이어질 전망이다.

마켓 최대 성과... 정치적 상황에 지장 안 받아

 21일 오전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폐막 기자회견

ⓒ 부산국제영화제


산업적으로 가장 중요한 아시아필름마켓은 지난 14일부터 오는 17일까지 4일간의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폐막했다. "작년 대비 200여 명 증가한 45개국의 1583명이 마켓을 찾아 제작, 투자, 수입, 수출, 판권 구매 등의 비즈니스를 활발히 수행했다"고 영화제 측은 밝혔다.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의 경우 28개의 프로젝트와 국제 공동제작 및 투자 관계자 간 645건의 미팅을 성사시키며 역대 최대 미팅 건수 기록를 기록했다. 이를 통해 아시아 최대 공동제작 마켓의 위치를 공고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6회를 맞은 소설과 웹툰, 웹소설을 영화 소재로 소개하는 북투필름과 E-IP피칭에서 총 18편의 작품이 소개돼 국내외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았고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예고했다.

한국 대표 투자배급사들의 신작과 개봉 흥행작도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쇼박스는 최근 개봉해 흥행 중인 영화 <희생부활자>, 김영하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살인자의 기억법>, 천만 관객을 돌파한 <택시운전사>를 내놨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영화 <신과 함께>의 12분 하이라이트 영상을 마켓스크리닝을 통해 처음 공개했다. 이에 가장 많은 바이어가 참가했으며 선판매도 이뤄졌다. CJ 엔터테인먼트는 최민식 주연의 영화 <침묵>과 이병헌 주연의 <그것만이 내 세상> 등을 아시아에 다수 판매했다. 또한 올 연말 개봉 예정인 하정우 주연의 영화 <1987>에도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다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사드' 문제로 중국 측의 참여가 예년보다 저조한 현실은 피할 수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올해도 마켓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이끌어갈 사람이 필요하다. 그간 전양준 전 부집행위원장이 맡아왔으나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과 함께 밀려난 이후 해마다 책임자가 바뀌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산영화제의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보완해야할 사안이다.

이에 대해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사드 등 외적인 환경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으나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영화인들은 어떠한 정치·사회적 상황에서도 자기 영화를 틀 수 있고 소개할 수 있는 곳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마켓은 상업적인 부분에서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으나 중국 외에 아시아와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복잡한 상황에 상관없이 영화제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드 반대 <소성리> 다큐멘터리 대상

 '뉴 커런츠' 수상작 스틸 컷. 위부터 김의석 감독 영화 <죄 많은 소녀>, 모흐센 가라에이 감독 영화 <폐색>

'뉴 커런츠' 수상작 스틸 컷. 위부터 김의석 감독 영화 <죄 많은 소녀>, 모흐센 가라에이 감독 영화 <폐색>ⓒ 부산국제영화제


올리버 스톤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뉴 커런츠' 상은 한국 작품으로는 김의석 감독의 <죄 많은 소녀>가, 아시아 작품으로는 이란 모흐센 가라에이 감독의 <폐색>이 선정됐다. 수상작을 발표한 이란의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범작들이 많아 수상작 선정이 수월했다"고 말했다.

아시아 감독들을 지원하기 위해 처음 신설된 지석상 수상자로는 태국 아누차 분야와타나 감독의 <마닐라 이별의 꽃>, 일본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의 <금구모궐>이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인 비프 메세나 상은 사드 반대 주민의 삶을 담은 박배일 감독의 <소성리>가 수상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역시 사드 반대 투쟁을 다룬 박문칠 감독의 <파란나비효과>에 다큐멘터리 상을 수여한 바 있다. 사드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국내 주요 영화제의 다큐멘터리상을 휩쓴 것 또한 의미 있어 보인다.

다만 <소성리>에 수상에 대해 심사위원인 김영조 감독은 "한국 감독으로서 상황에 대해 잘 알지만 연대의식 같은 것은 없었다"며 "순전히 작품들의 메시지와 대중적인 방식과 독창적인 방식으로 전달되는 부분 등 영화적인 평가에 초점을 맞췄다"고 정치적 의미는 없음을 강조했다.

CGV아트하우스상은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에 돌아갔다. <밤치기>와 <이월>은 각각 2관왕을 차지하며 다관왕에 올랐다. 수상자(작) 명단은 아래와 같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수상자(작) 명단
▲ 뉴커런츠 상
<죄 많은 소녀> / 김의석 감독(한국)
<폐색> / 모흐센 가라에이 감독(이란)

▲ 지석상
<마닐라 이별의 꽃> / 아누차 분야와타나(태국)
<금구모궐> / 요시다 다이하치(일본)

▲ 비프 메세나상
<소성리> / 박배일 감독
<센난 석면 피해 배상소송> / 하라 카즈오

▲ 선재상
<대자보> / 곽은미 감독(한국)
<마돈나> / 시눙 위나요코(인도네시아)

▲ 올해의 배우상
박종환 배우 / <밤치기>
전여빈 배우 / <죄 많은 소녀>

▲ KNN관객상
<여름의 끝> / 조우취엔 감독

▲ BNK부산은행상
<심장소리> / 스티비 크루즈-마틴(호주)

▲ 시민평론가상
<얼굴들> / 이강현 감독

▲ 비전-감독상
<이월> / 김중현 감독
<밤치기> / 정가영 감독

▲ CGV아트하우스상
<소공녀> / 전고운 감독

▲ 부산시네필상
<자유인> / 안레아스 하트만

▲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이월> / 김중현 감독

▲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
<살아남은 아이> / 신동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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