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손흥민이 지난 13일 영국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2017-2018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뉴캐슬과 개막 원정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관중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은 수술을 받은 오른손에 흰색 붕대를 감은 모습. 2017.8.14 [토트넘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손흥민이 지난 13일 영국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2017-2018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뉴캐슬과 개막 원정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관중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은 수술을 받은 오른손에 흰색 붕대를 감은 모습. 2017.8.14 [토트넘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 연합뉴스


2017-18시즌 초반 힘겨운 상황에 놓여있는 손흥민이 강호 리버풀을 상대로 리그 첫 득점에 다시 도전한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23일 자정(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리버풀을 불러들여 2017-2018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 홈경기를 치른다.

현재 5승 2무 1패(승점 17)로 프리미어리그 3위에 올라있는 토트넘은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맨체스터 형제' 맨시티(승점 22)와 맨유(승점 20)를 추격하고 있다. 최근 토트넘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본머스와의 8라운드에서 웸블리 무승 징크스를 극복한데 이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라운드 원정경기에서는 디펜딩챔피언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선전끝에 1-1로 무승부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하지만 손흥민으로서는 팀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웃지못하고 있다. 손흥민은 우상 호날두와의 맞대결이 기대됐던 지난 레알 마드리드와의 대결에서 후반 막판에 교체투입되어 짧은 시간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손흥민의 선발출장과 득점을 오매불망 기다렸던 국내  팬들로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에는 9월에만 프리미어리그 3경기에서 4골 1도움을 기록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이달의 선수'에 선정될 정도로 맹활약했으나 올 시즌엔 초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9월 14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와의 챔피언스리그 1차전 홈경기에서 선제골을 터트리며 마수걸이 득점포를 신고했지만 이후 한달넘게 다시 골침묵에 시달리고 있다. 개막 이후 벌써 두달이 되었는데 정규리그에서는 아직 공격포인트가 전무하다.

지난 6월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전에서 당한 팔 부상의 여파로 비시즌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못한 손흥민은 초반 주전경쟁에서  밀렸다. 복귀 후에도 선발과 벤치를 오가며 들쭉날쭉한 출전 기회속에 골운까지 따르지않아 고전하고 있다.

손흥민의 입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포지션에 따른 딜레마다. 토트넘은 최근 스리백 전술을 자주 구사하고 있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에도 포백을 쓰는 4-2-3-1 전술과 스리백을 내세운 3-4-2-1를 상황에 따라 번갈아가며 구사했다. 문제를 전형적인 측면 공격수를 두지않는 스리백을 쓸 경우 손흥민의 포지션이 애매해진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스리백 전술이 토트넘의 첫 번째 옵션은 아니었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유연한 전술운영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고, 손흥민이 중반 이후 엄청난 골감각을 과시하며 포체티노 감독으로서도 손흥민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포백 전술로 자연스럽게 회귀할수있는 명분이 됐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빌드업과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센터백 다빈손 산체스의 영입으로 토트넘은 기존의 얀 베르통언-토비 알더베이럴트와 함께 스리백 구성에 더 최적화된 수비진을 보유하게 됐다. 토트넘은 최근 본머스전과 레알전에서 모두 스리백 전술로 나섰으며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포체티노 감독의 스리백에 대한 확신이 강해질수록 손흥민의 입지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포지션 경쟁자들의 벽은 더욱 높아졌다. 지난해 손흥민에 이어 EPL 9월의 선수로 선정된 해리 케인은 절정의 골감각을 바탕으로 이제 확실한 월드클래스 공격수로 자리매김했고, 델레 알리-크리스티안 에릭센으로 이어지는 EPL 정상급 삼각편대의 입지는 견고하다.

여기에 올시즌 새롭게 가세한 공격수 페르난도 요렌테는 레알전에서 케인과의 '투톱' 전술도 꽤 쓸만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손흥민과 포지션이 겹치는 에릭 라멜라까지 장기 부상을  털고 돌아온다면 상황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꾸준히 출전기회를 잡아야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골을 넣을 기회도 기대할수 있는데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가 않다.

포체티노 감독은 최근 손흥민을 윙백으로 기용하는 실험을 시도하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스리백 전술로 활용도가 애매해진 손흥민의 공격력을 살리고 부상중인 측면 수비수 대니 로즈의 공백도 메우는 일석이조를 노린 포석이었지만 현지에서의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다. 전문 수비수가 아닌 손흥민의 수비력이 떨어지다보니 약팀과의 대결에서나 간간이 실험하는 '로테이션용'을 벗어나기 어렵다. 자기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 적응하느라 손흥민의 장점인 공격력까지 반감되는 부작용도 나온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한국인 유럽파 역대 최다골인 21골(리그 14골)을 넣으며 한국축구 역사를 새롭게 썼다. 하지만 토트넘에서는 여전히 확실한 주전이 아닌 1.5군급 정도의 대우를 받으며 잘해봐야 팀내 4.5번째 득점원의 위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게 냉정한 현실이다. 지난 시즌처럼 후반 조커로 기용되거나 혹은 컵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아보인다.

소속팀에서의 부진을 반영하듯, 손흥민은 대표팀에서도 지난 최종예선에 이어 러시아-모로코와의 유럽원정 2연전에서 모두 저조한 활약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PK로 한골을 만회했지만 필드골로는 1년넘게 A매치 무득점에 그치고 있다. 내년으로 다가온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에이스의 성장이 절실한 한국축구로서도 손흥민의 정체가 길어지면 고민이 커질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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