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20일 오후 3시 12분]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받고 프로축구연맹 비판 기사를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재배치한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 네이버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엠스플뉴스>는 20일 네이버 고위층이 '연맹 비판 기사를 뉴스 수용자가 잘 볼 수 없는 곳에 재배치해달라'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016년 10월 <오마이뉴스> 이근승 시민기자의 '한국프로축구연맹, 누군가를 처벌할 자격이 있나'라는 기사의 배치에 대해 네이버에 청탁했다.

네이버는 20일 오후 2시 10분께 한성숙 네이버 대표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감사 결과, 네이버스포츠 담당자가 외부의 기사 재배열 요청을 일부 받아들인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동일한 조직 내에 스포츠 기사를 배열하는 부문과 언론 취재의 대상인 스포츠 단체와 협력하는 부문이 함께 있다 보니, 구조적으로 해당 기사 내용과 같은 의혹의 가능성을 원천차단하지 못했다"라면서 "앞으로 이러한 의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조직의 편재 및 기사 배열 방식에 대해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라고 공식 사과했다(전문 보기).

청탁받고 사라진 <오마이뉴스> 기사, 막전막후

 네이버에 게재된 이근승 시민기자의 기사.

네이버에 게재된 이근승 시민기자의 기사.ⓒ 네이버 갈무리


당시 이근승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전북 현대 모터스의 심판 매수 사건과 관련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내린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했다. 이 기사는 2016년 10월 3일 오전 9시 55분 네이버 스포츠 축구면에 배치됐다.

그러나 이 기사는 낮 12시 44분까지 많은 댓글과 '좋아요'로 큰 호응을 얻었으나 이후부터 갑자기 댓글 증가 폭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낮 1시 56분부터 오후 3시 15분까진 댓글이 단 하나도 달리지 않았다.

<엠스플뉴스>는 청탁의 근거로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네이버 고위관계자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이들이 입수한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한국프로축구연맹 김OO 홍보팀장은 네이버스포츠를 총괄하는 금OO 이사에게 청탁성 문자를 보냈다.

김 팀장은 2016년 10월 3일 월요일 오전 11시 21분 금 이사에게 "휴일에 연락을 드려서 죄송하다"라면서 "K리그의 기사 관련한 부탁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한 번 부탁한다"라고 보냈다.

얼마 후 해당 기사의 댓글이 줄어들기 시작하자 김 팀장은 다시 금 이사에게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라고 보냈다.

전직 네이버 에디터 "청탁 성공한 듯"

<엠스플뉴스>는 전직 네이버스포츠 에디터의 말을 인용해 "기사 재배치 청탁이 수용됐을 때 협회나 구단 관계자 대부분이 '미안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낸다"라며 "(청탁 문자 이후) 기사 노출 위치가 달라졌거나 댓글이 '확' 줄었다면 청탁이 성공한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보도했다.

이번 취재에 협조한 전·현직 네이버 에디터는 "기사를 메인이나 주요 지면에서 네이버 이용자들이 볼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지게 해달라는 청탁이 오면 바로 기사를 재배치하지 않는다"라면서 "그러면 너무 티가 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통 30분에서 길면 2시간 이후 기사를 메인이나 주요 지면에서 슬쩍 내린다"라며 "그간의 경험과 네이버 편집 시스템을 종합할 때, 이 건은 기사 재배치 청탁이 성공한 케이스"라고 밝혔다.

<엠스플뉴스>는 "지난 7월에도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협회나 연맹을 비판하는 기사가 나오면 수시로 네이버 고위층에 전화를 걸어 '기사를 사라지게 해달라' '협회와 연맹 측 입장을 강조하는 기사를 메인에 올려달라'고 청탁하고, 청탁 대부분이 받아들여진다는 제보를 받았다"라고 공개했다.

이어 "네이버는 이전에도 뉴스 편집과 관련해 공정성과 투명성에서 많은 의혹을 받아왔다"라며 "특히 스포츠 기사, 영상 등을 다루는 네이버 스포츠는 외부 청탁과 자사 이익을 위해 언론사 기사를 임의로 편집·재배치한다는 의심을 사왔다"라고 비판했다.

<엠스플뉴스>의 보도가 나간 뒤, 다수의 누리꾼들도 네이버스포츠의 '재배치 청탁 수용' 의혹에 비판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네이버스포츠에 게재된 <엠스플뉴스> 기사에는 "이런 거 보면 정치글 양념 얘기도 그냥 유언비어가 아니네"(일침O), "어쩐지 □□이 사고 치면 □□ 포장 기사가 가득하더라"(매북패극O) 등의 댓글이 달렸다.

<엠스플뉴스>의 단독 보도는 20일 오후 2시 현재 인기순 2위, 댓글순 2위에 랭크돼 있지만 네이버스포츠 축구 섹션 첫 화면에는 배치돼 있지 않다. 네이버스포츠는 네이버 대표 명의의 사과문 발표 이후 <엠스플뉴스>의 기사와 공식사과문을 축구 섹션 첫 화면에 나란히 배치했다.

네이버의 사과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엠스플뉴스>의 보도 이후 네이버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엠스플뉴스>의 보도 이후 네이버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네이버 갈무리


네이버는 20일 오후 2시 10분께 한성숙 네이버 대표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한 대표는 "감사 결과, 네이버스포츠 담당자가 외부의 기사 재배열 요청을 일부 받아들인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라면서 "네이버가 약속해 온 투명한 서비스 운영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사용자와 스포츠 관계자들에게 실망과 걱정을 끼쳐 드리게 돼 죄송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이러한 의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조직의 편재 및 기사 배열 방식에 대하여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보완책에 대해 네이버는 "11월 1일까지 조직 구성이 같은 <네이버스포츠>와 <네이버연예>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는 부문과 기사 배열을 담당하는 부문을 분리하고, 스포츠와 연예 기사 배열의 투명성을 강화해 나가겠다"라면서 "앞으로 기사배열 책임자를 일원화하고, 투명성위원회가 기사 배열에 대해 점검하도록 하겠다. 콘텐츠 선별 및 배열, 매체 및 창작자 선별, 이슈 선별에 대한 기준도 마련해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라고 제시했다.

또한 <오마이뉴스> 기사 재배치의 당사자에 대해서는 "징계 절차를 진행 중이며, 감사가 끝난 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여 인사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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