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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무더위가 지나고 자전거 타기 가장 좋은 계절. 지난 9월 22~23일 이틀간 몇 년째 벼르고 벼르던 영산강 자전거길 종주를 다녀왔습니다. 지난 5월 150여km 되는 섬진강 자전거길을 하루 만에 달렸더니 너무 힘이 들어 이번 영산강 종주는 이틀로 나눠 달렸습니다.

지난 여름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를 함께 진행했던 후배 실무자들과 함께 영산강 자전거 종주를 하였습니다. 여섯 명이 한 팀이 되어 차량 지원 한 명을 제외하고 승합차에 자전거 다섯 대를 싣고 첫날은 마산을 출발하여 자동차로 담양댐까지 이동하였습니다.

오후 2시쯤 마산을 출발하였는데 추석 연휴를 앞둔 벌초기간이었지만 2시간 30분 만에 담양댐인증센터에 도착하여 영산강 종주를 시작하였습니다. 섬진강 자전거길은 총 135km쯤 되는데 첫날 담양댐에서 약 60km를 달려 나주시에서 숙박을 하고 둘째 날 나주에서 목포까지 75km를 타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섬진강댐에서 출발하는 자전거길은 오르막 구간이 없는 쉬운 코스였습니다만, 노면이 고르지 못하고 끈적거리기까지 하여 마치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담양댐에서 메타세쿼이아길 인증센터까지는 고작 7km. 겨우 몸이 풀릴만한 거리에 인증센터가 있어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메타세쿼이아길을 홍보하기 위한 인증센터가 아닌가 싶더군요. 고작 7km를 달렸는데도 자전거를 타니 단것이 땡기더군요. 마침 멜론을 파는 노점에서 시원한 멜론을 사서 나눠먹었습니다. 메타세쿼이아길 인증센터에서 짧은 휴식을 취하고 다시 영산강 자전거길로 가야 하는데 이정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조금 골탕을 먹었습니다.

담양댐 인증센터...영산강 자전거길 출발지점
 담양댐 인증센터...영산강 자전거길 출발지점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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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세콰이아길 인증센터에서 자전거길 찾기 헷갈려...

결국 길을 찾긴 했지만, 자전거길 표지판와 길 안내가 허술하여 거꾸로 갈 뻔도 했고 다른 길로 갈 뻔도 하였습니다. 여기 말고도 영산강 구간 전체에는 길이 헷갈리는 곳이 몇 군데 더 있더군요. 두 번째 휴식지인 담양대나무숲 인증센터까지는 그야말로 무난하게 달렸습니다. 대나무숲 인증센터 주변에 변변한 대나무숲이 없는 것은 아쉬움이었지요.

짦은 휴식을 취하고 대나무숲 인증센터를 출발할 즈음엔 여름보다 훨씬 짧아진 가을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서쪽 하늘로 해가 지면서 붉은 노을이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나주시내 숙소까지 30km가 넘는 길이 남아 있어 조금씩 걱정이 들더군요.

야간 라이딩을 해야 하는 건 필수였고, 저녁 8시 전에 숙소까지 도착 하려던 계획대로 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다섯 명 중에서 한 명은 장거리 라이딩을 처음하는 그야말로 '쌩초보'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다섯 명 모두 후레쉬를 준비해 왔고 일반 도로에 비해 안전한 영산강 자전거길만 따라가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광주 시내에 진입하여 나주까지 가는 길엔 산책 나온 시민들도 많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 전동휠과 전동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많아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나주를 향해 가는 동안 해는 완전히 떨어지고 강변 자전거길엔 어둠이 짙게 깔렸는데, 후레쉬도 켜지 않고 전동휠이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깜깜한 길을 후레쉬도 없이 마주 달려오는 자전거들 때문에 깜짝 깜짝 놀라는 일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오후 7시 40분쯤 다섯 명 모두 승촌보에 무난하게 도착하였습니다. 점심을 든든히 먹고 중간 중간 간식도 챙겨 먹었지만, 3시간 넘는 강행군에 몸도 지치고 배도 많이 고팠습니다.

영산강 자전거길 종주 안내도
 영산강 자전거길 종주 안내도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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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자전거길, 도심 구간이 더 위험하더라 

승촌보에서 나주까지는 6~7km의 짧은 거리였습니다만, 모두가 초행길인데다 어둠이 짙게 깔려 여러 번 길을 헤맺습니다. 강변 자전거길의 경우 낮에는 표지판이 잘 보이지만, 밤에는 후레쉬가 비추는 방향이 아니면 표지판을 놓치기 일쑤여서 몇 번이나 길을 햇갈렸습니다.

스마트폰 지도를 보면서 이동하였습니다만, 영산강 자전거 길을 벗어나서 나주 시내로 들어가는 길을 찾느라고 시간을 많이 허비하였습니다. 결국 마지막에는 스마트폰 지도를 보면서 100m 정도 도로를 역주행을 해서 숙박 장소까지 찾아갔습니다.

차량 지원을 하는 후배는 노심초사하며 자전거 타는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숙소 준비를 다 해두고 저녁을 먹을 식당까지 예약해두었더군요. 나주 하면 딱 떠오르는 대표 음식인 '나주곰탕' 나주에서 제일 유명한 식당을 예약해두었더군요. 8시 20분까지만 주문을 받는다고 하였는데, 마감 5분 전에 식당에 도착하였습니다.

나주곰탕은 명성 만큼 맛이 좋았습니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 사이에 "자전거 맛집은 믿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나주 곰탕은 이름 값을 하더군요. "자전거 맛집을 믿지 말라"는 말은 자전거를 타다가 허기 진 상태로 가면 뭘 먹어도 다 맛있기 때문에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는 뜻 입니다.

여섯 명이 맥주와 소주부터 시켜 갈증을 해소하고 '나주곰탕'을 주문 하였는데, 뚜껑을 덮을 수 없을 만큼 수북이 담은 공기밥 네 그릇을 추가해서 모두 먹어치웠습니다. 사장님은 자전거를 타고 멀리서 마감시간에 맞춰 달려 오느라 고생한 사람들이라고 특별히 곰탕 국물을 덤으로 챙겨주시고 음료수도 서비스해주더군요.

나주곰탕 늦은 저녁식사
 나주곰탕 늦은 저녁식사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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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곰탕, '역시 역시' 명불허전

따뜻한 물이 나오는 샤워기가 1곳 뿐이라 여섯 명이 차례로 씻고, 후배가 아껴뒀던 쿠폰으로 치킨을 시켜 놓켰습니다만, 오후 라이딩에 지쳐 피곤해서 그런지 눈꺼풀이 무거워져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피곤한 몸과 가벼운 반주로 마신 소맥 덕분에 알람이 울릴 때까지 푹 자고 일어났습니다.

둘째 날, 아침 6시에 일어나 준비를 서둘렀지만 7시가 조금 지난 후에야 숙소에서 출발 할 수 있었습니다. 나주시내에서 영산강 자전거 길을 찾아가는 길은 간밤에 비해 훨씬 수월하였습니다. 밤엔 멀리 볼 수 없어 어렵게 시내로 왔지만, 아침엔 멀리까지 훤히 보이는 길을 쉽게 찾을 수 있었지요.

영산강 자전거길은 대부분 평지 구간이었습니다. GPS에 기록된 고도 표시를 보면 확인이 되겠지만, 첫 날은 담양댐에서 나주까지 오후내내 고도를 낮추면서 내려왔습니다. 아주 얕은 오르막길을 길게 달려다고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둘째 날은 짧은 오르막 구간이 두어 번 있었습니다만 자전거를 좀 타는 사람들이면 가뿐하게 지날 수 있는 길들이었습니다. 영산강 자전거길 전 구간에서 가장 높은 오르막이라고 해봐야 '느러지 관람 전망대'입니다. '느러지 관람 전망대'는 강물이 굽이쳐 돌아가는 곳에서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는 높은 강둑 위에 만들어 놓은 전망대입니다.

담양댐에서 나주까지 라이딩 기록
 담양댐에서 나주까지 라이딩 기록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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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업힐 구간, 느러지 관람 전망대

강변에서 전망대까지 약 70m 정도 고도를 높여야 합니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 구간이기도 하구요. 큰 비로 자전거길이 유실되었는지 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회 도로 표지판이 새워져 있더군요. 하지만 이 길을 자주 다니는 현지 분들도 모두 공사 구간으로 다니더군요.  우회도로보다 짧은 대신에 오르막 구간은 제법 짜릿하였습니다.

이른 아침 영산강은 안개 자욱하였습니다. 해가 올라오면서 안개가 조금씩 걷혔습니다만, 느러지 관람 전망대에 도착하였을 때만 해도 여전히 안개가 남아 있어 한반도 지형을 또렷하게 볼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9시 30분쯤 전망대에 도착하여 사진을 찍고 숨을 돌리는 동안 조금씩 안개가 옅어졌습니다. 

자전거를 타지 않는 후배가 준비해준 김밥과 오댕 국물로 아침 식사를 든든히 하는 동안 광주와 나주 그리고 목포 지역 자전거 동호외에서  오신 분들이 10~20여 명씩 팀을 이뤄 지나갔습니다. 전날 담양댐으로 가면서 지난 번 섬진강 라이딩을 할 때 숙박을 했던 순창군을 지나면서 영산강과 섬진강을 이어서 자전거로 여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전망대에서 쉬는 동안 그런 분을 만났습니다.

목포에서 출발하였는데 담양댐까지 영산강 종주 라이딩을 마치고 섬진강댐으로 이동하여 섬진강 종주를 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영산강과 섬진강 종주 계획을 세우시는 분들은 따로따로 시간을 내는 것보다 2박 3일 정도 일정으로 두 곳을 한꺼번에 다녀가는 것도 괜찮겠더군요. 

느러지관람 전망대 아침식사
 느러지관람 전망대 아침식사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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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하구둑까지 36km... 지루하다

느러지 관람 전망대를 지나서 영산강 하구둑까지는 36km인데 인증센터가 없습니다. 자전거 국토순례를 여러 차례 경험하면서 20km 남짓 달린 후에  쉬어가는 것에 익숙해 있는데, 인증센터가 없으니 적당한 휴식처를 찾기가 쉽지 않더군요.

영산강 하구둑까지 가는 마지막 구간은 좀 지겨웠습니다. 좁은 도랑물처럼 시작된 영산강이 하구로 내려 올 수록 강폭이 넓어졌습니다. 출렁이는 강물과 강변의 초목들을 보고 다리는 상쾌한 자전거길이지만, 이틀 째 비슷한 풍경을 보고 달리자니 감동도 흥미도 점점 줄어들었지요.

느러지관람 전망대를 지나고는 더 이상 업힐 구간도 없었고, 상류보다 자전거길 노면 상태는 훨씬 좋았습니다. 비슷한 속도로 달리는 동호회 분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은근히 경쟁을 하게 되었지요.  느러지관람 전망대를 출발하여 10km 정도 달렸을 때 동호회 회원 세분이 저희 일행을 추월하였습니다.

낯 선 사람들에게 이렇게 추월당하면 은근히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아쭈 이거 뭐야" 하는 마음이 들기 마련입니다. 일단 속도를 높이고 오버 페이스하며 추월해 간 분들을 바짝 뒤쫓게 마련이지요. 속도를 높여 따라갈 수 있는 경우라면 엎치락 뒤치락하게 되고 암만 페이스를 높여도 쫓아갈 수 없으면 포기하게 됩니다.

후자의 경우는 마음은 찜찜하지만 몸은 고단하지 않습니다. 추월해 간 라이더가 보이지 않으면 곧 평정심을 되찾고 속도를 낮춰 자신의 페이스를 회복하기 때문이지요.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든 것은 전자입니다. 이 날도 우리 일행을 추월해 간 세 사람과 5~6km 정도를 앞서거니 뒷서거니 몇 번이나 서로 추월하였습니다.

해질무렵 영산강
 해질무렵 영산강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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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 분들과의 경쟁, '오버 페이스' 했지만 무사히 완주

세 분은 저희 다섯 명의 평균 속도 보다 확실히 속도가 빨랐습니다. 하지만 함께 온 일행 대부분은 저희 일행들과의 신경전+추격전 때문에 점점 뒤쳐지게 되었지요. 앞서가던 세 분은 같이 온 동호회 분들이 보이지 않자 쉼터에서 자전거를 세우더군요.

그 틈에 저희 일행은 모두 그 분들을 멀찌감치 따돌렸습니다. 26km 지점을 지날 때 밥과 음료와 간식을 파는 식당이 나타났습니다. 급하게 자전거를 세우고 아이스커피를 사서 한 잔씩 마시면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전날부터 시작하여 10km가 넘어가니 엉덩이도 많이 아프고 다리에도 피로감이 몰려오더군요.

시월한 아이스 커피를 30분쯤 휴식을 하고 있을 때, 앞서 만났던 동호회 분들도 식당으로 들어와 아이스크림을 주문 하는 것을 보고 마지막 10km를 달리기 위해 출발하였습니다. 역시 지루한 길이 이어졌고, 중간에 길이 헷갈리는 구간이 한 곳 있었는데 초보자 한 명이 딴 길로 가는 바람에 가장 자전거를 잘 타는 후배가 되돌아가 데리고 와야 했습니다.

나주에서 목포까지 라이딩 기록
 나주에서 목포까지 라이딩 기록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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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하구둑은 시시했습니다. 공중전화 부스 같은 인증센터만 딸랑 서 있더군요. 영산강 종주 전체를 기념할 만한 표지석이나 안내판 같은 것도 제대로 없었습니다. 담양댐을 출발하여 들렀던 여러 인증센터 중에 가장 초라한 곳이더군요. 영산강 종주를 마치는 감흥이 별로 없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목포의 이름난 맛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차를 타고 마산으로 돌아오니 오후 5시가 넘었더군요. 벌초 다녀오는 자동차들 때문에 고속도로 정체가 심한 탓에 평소보다 1시간 이상 더  걸렸습니다. 자전거 타고 갈 곳도 많고 갈 수 있는 곳도 많아 다시 영산강 자전거길을 가게 될 지 모르지만 섬진강 못지않게 아름다운 길을 달릴 수 있어서 행복하였습니다.

난생 처음 장거리 라이딩에 함께 참가한 후배는 늘 맨 꼴찌 자리를 지켰지만,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담양댐에서 영산강 하구둑까지 종주에 성공하였습니다. 심지어 자기 자전거도 없어 빌려 온 자전거를 타고 영산강 종주를 해낸 겁니다. 이날 영산강 종주를 함께 한 다섯 명 중 누구보다도 후배의 감동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싶네요.

만약 4대강 자전거길 종주를 시작하는 분이라면 영산강부터 시작하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가장 짧고 가장 쉬운 구간을 먼저 시작한 후에 금강, 한강, 낙동강 순서로 난이도를 높여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블로그에도 포스팅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영산강, #자전거, #국토종주, #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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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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