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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빠르트망>, 내가 사랑할 때…. 나를 사랑한 누군가의 이야기." - 고선웅 연출

지난 18일 오후,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연극 <라빠르트망> 프레스콜이 열려 고선웅 연출과 출연 배우 김소진, 오지호, 김주원이 자리해 기자간담회를 했다. <라빠르트망>은 배우 오지호와 발레리나 김주원의 연극 데뷔작이다. 그뿐만 아니라, <칼로막베스> <푸르른 날에>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창극 <홍도>, 뮤지컬 <아리랑> 등을 통해 공연 관객들 사이에서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한, '믿고 보는 연출가' 고선웅의 신작이다.

아래는 기자간담회에서 오간 말을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사랑, 이 시대에 여전히 유효"

 연극 <라빠르트망> 공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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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에 대한 소개를 하자면?
고선웅 "<라빠르트망>은 누구를 사랑하고 있을 때, 누군가 나를 사랑하는 얘기다. 미스터리하지만, 사랑의 편린이 얽히고설켜 만든 스릴러 같은 작품.

사랑은 그 자체로 시작해서 계속 진화한다. 스마트폰이나, 더 오락적인 것이 있다고 해서 '사랑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편지도 하고 전화도 했던 그때 감수성이 요즘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원한 것이다. 사랑의 감정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가치 판단은 관객의 몫이겠지만, 정서나 사랑에 대한 감정이, 이 시대에 여전히 유효하고, 필요하다고 확신한다. 많은 분이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긴장과 설렘 사이였던 <라빠르트망>, 출연 소감은?

오지호 "이렇게 잠을 뒤척인 적이 없는데, 어제 자다가 다시 일어나 한 장면 연습하고 잤다. 긴장되고 떨린다."

김주원 "평생 발레리나로 살았는데 배우라는 낯선 수식어를 달게 됐다. 모든 스태프, 배우가 열심히 했는데 그만큼 보이길 바란다. 설레도 떨린다."

김소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말보다 침묵에서 많은 것을 읽어낼 때가 있지 않나. 김주원이 춤추는 모습을 보노라면 말보다 더 표현의 감정이 더 증폭되고 입체화되는 것 같다. 그런 모습이 극 안에서 많은 부분을 설명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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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리나에서 배우로 변신한 '김주원'의 가능성에 대해서
고선웅 "배우는 백지 같은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주원은 백지상태를 유지하면서 금방 자신의 색깔로 바꾸는 팔색조 같은 매력이 있다. 디렉션을 떠나 자유로운 존재가 되는 과정을 봤다. 계속 진화할 수 있는, 훌륭한 장점이 많은 전도유망한 배우다.

연극에서 말보다 중요한 것은 존재의 문제다. 김주원에게 선입견을 갖고 작품을 보지 않아도 된다. 작품을 보면 배우들을 통해 정확한 인물이 보일 것이다."

김주원 "(작품에 대해) 고민거리가 무궁무진하더라. 고선웅 연출님의 좋은 가르침 덕분에 '리자'에 나를 입혀서 표현할 수 있었다. 즐겁고 행복하다."

영화 <라빠르망>과는 다른, 연극 <라빠르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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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무대로 옮겼다. 작품에 매료된 부분이 있다면?
고선웅 "좋은 스태프와 무대를 즐길 수 있는 배우들과의 만남이다. 영화의 감정을 잘 구현해내지 못하면 아무것도 안 한 것 아닌가. 연극의 장점을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와 똑같은 스토리텔링으로 끌고 가면서, 연극의 정서로 담는 것. 정말 스릴 넘치는 작업이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열정적으로, 뜨겁게 임했다. 사랑이 많아지는 것 같다."

- 배우들, 영화 속 인물을 자신의 색채로 표현하는 건 어땠나.

오지호 "'막스'가 순수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많은 사랑을 하고 있더라. 작품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하게 된다. 관객들이 '막스'를 볼 때 바람둥이 기질이 있다고 볼 수도 있는데, 난 순간순간 감정을 따르는 순수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김소진 "혼란스럽다. 폭풍 속에 있는 것 같다. 사랑 이야기이긴 한데. '알리스'에게는 '리자' '루시앙' 등 주위 사람들과 관계하고 있다. 과연 어떤 사랑이 진짜 사랑이었을까. 진짜 알리스의 모습은 뭘까, 고민하면서 작업을 해나가는 중이다. 관객들이 '알리스'에 대한 감상을 말씀해주시면, 저 또한 '내가 알리스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구나' 알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그 안'에 있어서 잘 모르겠다. 작품을 하면서, '알리스'로서 그려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주원 "'리자'의 '난 미지근한 건 싫다. 둘 중 하나다. 엄청 뜨겁거나 엄청 차갑거나'라는 대사가 있다. 리자를 잘 나타낸 대사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의 나도 그런 모습이 있어서 이입하는 데 어렵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20대 초반인데 난 40대라(웃음). 그때 당시를 떠올리려고 한다. 그러면서 애정이 생긴다. 나도 '리자'와 같은 예술가고, 극 중 자기 생각이 가장 또렷하고 분명한 것 역시 '리자'이기 때문.

가장 중요한 것은 '리자'의 표현이다. 연습 과정에서 얘기도 많이 나누고 연출님의 트레이닝이 있었다. 이런 얘기를 하자니 부끄럽다(웃음). 훌륭한 배우들이라, 연습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다. 말하는 거나 표현하는 거나. 같이 듣고 대화하면서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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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빠르트망>은 뱅상 카셀, 모니카 벨루치 출연의 <라빠르망>을 원작으로 하며(원제는 < L'appartement >이며, '아파트먼트' 발음을 올바르게 표기해 <라빠르트망>으로 수정했다), 연출가 겸 극작가 오세혁이 고선웅 연출과 함께 원작을 각색했다. 순수한 사랑에 대한 열정을 가진 인물 '막스'는 오지호, '막스'의 마음을 빼앗은 매혹적인 '리자'는 김주원, 인물의 열쇠를 쥔 '알리스'는 김소진이 각각 분한다. 오는 11월 5일까지 공연된다.


라빠르트망 고선웅 오지호 김소진 김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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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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