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영화 <메리와 마녀의 꽃>에서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향기가 강하게 난다. 빨간 머리색에 호기심이 많으며 통통 튀는 성격을 지닌 주인공, 다양한 색감으로 구성된 마법학교, 평온하면서도 상쾌할 것 같은 마을 배경까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 영화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요네바야시 히로마사는 스튜디오 지브리 출신이다. 가장 유능한 애니메이터로 꼽혔던 그는 <마루 밑 아리에티>(2010)를 연출하며 스튜디오 지브리 최연소 감독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자신의 두 번째 애니메이션 <추억의 마니>(2014)를 통해 지브리 처음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손을 거치지 않은 작품을 내놓았다.

섬세하고 익숙한, 21세기 판 <마녀 배달부 키키>
 
 영화 <메리와 마녀의 꽃> 스틸 컷

영화 <메리와 마녀의 꽃> 스틸 컷 ⓒ CGV아트하우스

 
<메리와 마녀의 꽃>은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이 2014년 말 스튜디오 지브리를 퇴사한 뒤 만든 첫 작품이다. 같은 지브리 출신의 니시무라 요시아키 프로듀서와 함께 2015년 설립한 스튜디오 포녹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포녹에는 지브리를 계승하면서도 애니메이션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다(포녹의 직원 80%는 지브리 출신이다). <가구야 공주 이야기>(2013)의 사카구치 리코가 각본을 쓰고 <추억의 마니>의 무라마츠 타카츠구가 음악감독을 맡은 점도 눈여겨볼 일이다.

이 영화에서 또 인상적인 점은 섬세한 배경이다. 진짜처럼 보이는 숲이나 여러 식물, 여러 형태로 그려지는 빛의 이미지 등이 눈을 사로잡는다. CG보다는 아날로그, 즉 수작업의 힘을 믿는 니시무라 프로듀서의 제안으로 드왕고(Dwango), 주식회사 색상, 스튜디오 포녹 등 세 회사가 출자해 2015년 배경 미술 스튜디오 데호갤러리를 설립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등 극장용 영화에서 배경 제작 및 예술 감독을 맡아 온 11명의 화가가 뭉쳤다.

<메리와 마녀의 꽃>의 내용이 아주 새롭지는 않다. 보다 보면 지브리의 역대 여러 작품들이 머리를 스친다. 그중에서 마녀를 주인공으로 한 <마녀 배달부 키키>(1989)가 가장 많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메리와 마녀의 꽃> 주인공 메리가 빗자루를 타고 다니거나 '사역마'인 고양이가 등장하는 것은 낯설지 않다. <추억의 마니>에서 정적인 캐릭터와 배경을 묘사했던 요네바야시 감독은 "새 작품에선 동적인 것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니시무라 프로듀서와 이야기를 나눈 끝에 21세기의 <마녀 배달부 키키>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지금 세대를 향한 새로운 마녀 영화를 지향하자는 것이다.

마법세계에서 보이는 과학... 메리가 던지는 메시지
 
 영화 <메리와 마녀의 꽃> 스틸 컷

영화 <메리와 마녀의 꽃> 스틸 컷 ⓒ CGV아트하우스

 
메리 스튜어트의 소설 <작은 빗자루>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주인공 메리의 내적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성격은 활발하지만 실수투성이에 "내 인생에 좋은 일은 없을 거야"라며 자신감이 없던 11살 메리는 어느 날 우연히 숲에 들어갔다가 7년에 한 번 피운다는 꽃 '야간비행'을 발견하고 마법을 얻는다. 빗자루를 타고 건너간 마법학교에서는 신기한 마법을 부린 덕에 교장과 과학자의 환대를 받는다. "천재들만 가질 수 있는 머리색",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인재"라는 말을 듣는다.

겉모습으로 인정받은 메리의 진짜 성장은 늘 그렇듯 위기 속에서 이뤄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마법 세계에서 마법이 아닌 인간 스스로의 힘을 발휘했을 때 실마리를 찾는다. 지브리가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다. 기괴하게 설치된 기계가 무너지고 자연이 샘솟는 모습과 "수많은 실패로 과학과 마법이 완성"이라고 말하는 과학자에게서 말이다. 영화는 오는 12월 국내 개봉 예정.
메리와 마녀의 꽃 스기사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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