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NC의 2017 KBO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나온 NC 투수 최금강의 '사구 논란'이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최금강은 지난 18일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팀이 7-13으로 끌려가던 7회 말 1사 1·3루에서 타석에 선 두산 김재호와 박건우에게 잇달아 사구를 던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재호는 최금강의 사구에 왼쪽 어깨 근처를 맞자 배트를 집어던지며 강하게 분노했다. 김재호는 최근까지 어깨 부상에 시달려온 상황이라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그라운드에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다행히 주변의 만류로 더 이상의 충돌은 없었다. 특히 더그아웃에 있는 두산의 베테랑 오재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양팀 선수들을 진정시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최금강은 1사 만루에서 다음 타석에 선 박건우에게 사구를 던졌고,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박건우도 최금강을 잠시 노려봤지만 직접적인 대응은 자제하고 1루로 걸어나갔다. NC는 결국 최금강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정수민을 투입했다.

최금강의 '사구 논란', 처음 아니다

 지난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김재호가 7말 NC 최금강 투수의 볼에 맞았지만 1루 전형도 코치가 위로해주고 있다.

지난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김재호가 7말 NC 최금강 투수의 볼에 맞았지만 1루 전형도 코치가 위로해주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는 두산의 17-7 완승으로 끝났지만 이 장면은 경기후에도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두산은 6회 말에도 민병헌이 NC 원종현의 강속구에 직격당해 교체되는 등 무려 3명의 선수가 사구를 맞았다. 공교롭게도 모두 최근까지 부상 전력이 있는 선수들이라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실투에 가까웠던 원종현에 비하면 최금강의 투구는 다분히 고의성이 느껴졌다는 점에서 팬들의 비난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투수의 사구에 대해 고의성 유무는 아무래도 '맞아본 피해자'인 타자들의 입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김재호는 경기 직후 "손목을 그 정도로 꺾어서 던지면 당연히 공이 얼굴을 향해 날아올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하며 최금강의 사구가 의도적이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최금강이 과거에도 여러 차례 사구를 던졌던 사례도 재조명받고 있다. 최금강은 지난 14일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도 문규현에게 사구를 던진 바 있다. 2015년에는 정규리그 경기에서 롯데 김민하의 손목을 맞혀 부상일 입히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사구를 맞히자 곧바로 사과의 뜻을 전하여 크게 논란이 되지 않았다. 특히 김민하의 경우에는 경기후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를 하는가 하면, 며칠후 롯데 벤치에까지 직접 찾아가 고개를 숙이는 모습으로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열린 한화 와의 정규시즌 경기에서 정근우를 상대로 작심한 듯 직구를 던져 허리를 강타하고도 사과하는 제스처를 취하지 않아 보복성 사구 논란에 휘말렸다. 당시에도 정근우가 오히려 동료 선수들을 자제시키며 벤치 클리어링을 막았다.

투수가 사구를 던진이후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도 고의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팬들 사이에서는 최금강이 김재호나 박건우에게 사구를 던진 이후 사과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의도된 빈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현장에서 당시 상황을 지켜본 팬들중에는 방송 중계 화면에만 잡히지 않았을뿐 타자가 1루로 나간 이후에 최금강이 사과하는 제스처를 취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어서 당사자들의 입장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최금강은 적어도 문규현이나 김민하 때와 달리 사구 직후 바로 사과하지 않고 외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오해의 소지를 초래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다시 등장한 '불문율'

 지난 13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4차전 롯데 자이언츠- NC 다이노스 경기. NC 선발 최금강이 1회초 역투하고 있는 모습.

지난 13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4차전 롯데 자이언츠- NC 다이노스 경기. NC 선발 최금강이 1회초 역투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만일 최금강의 사구가 고의적이었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와 팬들은 앞서나온 두산의 연속 도루 시도를 문제의 발단으로 거론하고 있다. 두산이 12-7로 앞선 7회 말 공격. 1사후 오재원이 2루수 왼쪽 내야안타로 출루한 뒤 연이은 도루로 3루까지 훔치는 장면이 나왔다.

두산은 허경민의 적시타로 1점을 더 달아났고 다시 조수행의 안타로 계속된 1사 1·3루에서 NC의 7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있던 최금강은 두산 김재호가 번트 모션을 취하자 그대로 몸쪽을 향해 공을 던졌다. 이른바 "큰 점수차에서는 도루나 번트를 대지않는다"라는 야구계의 '불문율'을 어겼다는 논란이다.

하지만 불문율은 결코 이날 사구를 합리화하는 명분이 될 수 없다는 게 대다수 팬들의 여론이다. 일단 '7회 말 5점 차'가 얼마나 여유있는 리드인가는 보는 이에 따라 생각이 다를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이날 경기는 양팀 모두 치열한 난타전으로 진행되던 경기였고 두산은 6회에만 8득점을 뽑아냈다. NC도 전날 1차전에서 8회에만 7득점을 뽑아낸 바 있어서 2차전에도 후반에 그런 빅이닝을 만들어내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무엇보다 오늘날의 팬들은 잊을만 하면 한번씩 터져나오는 '불문율 타령' 자체에 점점 피곤함을 느낀다. 이번엔 사구 피해자였던 두산만 해도 지난 9월 삼성과의 경기에서 두산 니퍼트가 삼성 박해민의 무관심 도루에 항의하며 불만을 표출하여 불문율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당시는 이닝 종료 후 박해민이 먼저 니퍼트 측에 사과하며 빈볼이나 벤치클리어링 논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당시 팬들은 두산이 무려 13점 차로 크게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지고 있던 삼성이 도루를 한 게 무슨 잘못인가' 의구심을 제기하며 오히려 두산과 니퍼트 측에 더 곱지않은 반응을 보인 바 있다.

프로의 세계에서 그 어떤 규정보다 최상위에 있는 불문율은 "프로라면 어떤 순간에도 팬들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하나뿐이다. 룰에 어긋나는 비열한 수단을 썼다거나, 선수에게 신체적·정신적 위협을 가하는 행위가 아닌 이상, 프로라면 모든 노력과 방법을 동원하여 승리를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점수 차가 벌어졌다고 도루나 번트를 대선 안 된다, 투수교체도 마음대로 하지말아야 한다, 홈런을 쳐도 '빠던(배트플립)을 하거나 세리머니를 해서 안된다 등등. 야구에는 참 잡다한 불문율이 많다. 심지어 흉기나 다름없는 프로투수의 공을 가지고 상대 선수를 맞추는 보복성 행위마저 불문율의 일환으로 포장되는 게 현실이다.

명확히 하자, 불문율은 절대 불변이 아니다

물론 상호 존중의 페어플레이와 스포츠맨십을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불문율도 존재한다. 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일반인들의 상식에도 어긋나는, 그저 '그들만의 암묵적인 관행'으로 존재하는 불문율을 지켜보는 팬들에게까지 강요하는 것은 피곤함과 짜증만을 안길 뿐이다. 

지난 2015년 NC는 최금강이 롯데 김민하에게 사구로 부상을 입혔던 사건 당시 구단 페이스북을 통해 '불문율의 진화'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당시 NC는 "투수가 몸에 맞는 공을 던졌을 때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사과하는게 요즘 야구판에 부는 변화의 풍경이다. 승부를 겨루는 상대팀에 별다른 표시를 하지 않던 과거와는 달라지는 모습이다. 야구의 불문율도 진화하고 있다"며 사구 가해자였던 최금강을 오히려 스포츠맨십의 미담 사례로 포장했다. 최금강만이 아니라 모든 프로야구 선수들이 한 번쯤 복기할 필요가 있는 장면이다.

야구의 불문율은 헌법이 아니다. 시대에 맞춰서 낡은 것은 버리고 새롭게 진화해나가야한다. 불문율을 따지기전에 과연 야구 그 자체나 스포츠맨십보다 중요한지를 먼저 생각해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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