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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그 주변부를 국한해 서스펜스를 진행한 영화는 이미 관객 눈에 익숙하다. 한국 영화만 봐도 1998년 <조용한 가족>과 2003년 <장화, 홍련>이 그랬고, 외국 영화는 지난 9월에 개봉한 <매혹적인 사람들>과 5월에 개봉한 <겟 아웃>이 그랬다. 이들 영화 모두, 주 무대는 집이었지만 서사는 계속 변주됐다. 영화 중엔 코미디를 결합한 것도 있고, 공포를 불러일으킨 것도 있었다.

집을 배경으로 한 서스펜스 영화들이 서로 맥이 닿는 듯하면서도, 비슷하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한편으로 영화에서 긴장감을 극대화할 최적의 장소로 집이 선택됐던 건, 생의 근본과 집은 밀접히 연관됐기 때문일 것이다. 의식주 중 '주'는 사람이 '의'와 '식'을 지속해서 공급받고,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다.

집을 가진 사람은 퇴근 이후든, 남는 시간대든 대개 집에 들러붙기 마련이고, 집에 긴장감이 발생하면 이를 회피할 수단은 길이 사방으로 난 바깥보다 적기 마련이다. 긴장감이 고양되는 건 집이 제공하는 빠질 수 없는 효과인 셈이다. 지난 19일에 개봉한 영화 <마더!> 역시 서스펜스면서 극을 집에 한정했다. 예시로든 영화들처럼 집이 배경인 건 유사하지만, 서사는 새롭다.

의구심을 두고 일단 결말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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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위에 집 한 채가 덜렁 정중앙에 있다. 집엔 딱 둘이 산다. 부부인 마더(제니퍼 로렌스 분)와 '그'(하비에르 바르뎀 분)뿐이다. 영화는 집의 전체 구도를 관조하지 않는다. 시선은 마더와 마더의 곁에 머무른다. 마더의 시선이 곧 관객의 시선이다. 시선부터가 관객을 향해 수수께끼를 던지는 구실을 한다.

어느 날 밤, 생면부지의 한 사람, '남자'(에드 해리스 분)가 집에 와 묵는다. 마더는 이를 탐탁지 않아 남편인 '그'에게 묵는 걸 만류해달라고 하지만, '그'는 갈 곳이 없는 사람의 딱한 사정을 헤아리자며 낯선 이를 집에 묵게 한다. 걱정과 불안감은 차츰 증폭한다. '남자'는 부인인 '여자'(미셸 파이퍼 분)마저 집에 부르고, '여자'는 마더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일장 연설을 하는 등 민폐를 일삼는다.

무슨 영문에선가 '그'는 마더가 느끼는 불안감에는 아랑곳없이 처음으로 대면하는 사람들을 집에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작가인 '그'는 외부인과의 소통이 시를 쓰는 데 영감이 된다는 이유로 마더의 불편은 개의치 않아야 한다. 집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폭증하고, 마더는 속수무책의 상황에 빠진다. 사람을 계속 받아들이려는 '그'의 행동은 의구심만 키운다. 영화는 이 의구심의 해소에 나서기보단 일단 결말을 향해 달린다.

영화가 구현해놓은 일종의 세계나 다름없는 집은 사람의 극단을 오가는 면면을 반영한다. '그'가 받아들인 불특정 다수의 사람은 마더에 대한 존중 없이 무차별적인 언사와 행동을 벌이며 극단에 치닫는다. '그'는 사람들이 주는 관심의 열기에 주체하지 못한 듯, 절제감을 잃어버린 것 같은 아리송한 행동을 펼친다.

상식과 벗어난 사람들의 행동에 의구심은 사그라지지 않지만, 결말에 대한 복선은 극 곳곳에 녹아있다. 마더가 벽을 기대면 불그스레한 게 보인다던가, 화염에 휩싸이는 시작부가 그렇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그'가 마더의 의사에 반하여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집에 온 이들은 어찌 하나같이 모두 극단을 향해 가는지 명확한 설명은 되지 않는다.

감독이 창조한 인위적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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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쓰고 만든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이에 대한 설명으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독교적 세계관을 영화에 반영했다는 취지를 밝히며, 리얼리즘에 기댄 영화가 아니라 초현실적이고도 종교론적 관점에 입각한 영화임을 나타낸 바 있다. 감독은 마더는 대자연을 상징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마더에게 전해지는 폭력과 존중의 결여는 사람이 대자연을 대하는 맥락과 연결된다. 사람이 펼치는 극단은 곧 광활한 대지, 청명한 하늘을 무한히 제공하는 대자연에 욕망의 소용돌이 속에 가해지는 훼손으로 풀이된다. 사람의 폭력성과 잔인한 면모, 뒤틀린 심사, 그런데도 펼쳐지는 사랑과 애정, 이 모든 복합체가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마더!>가 구현한 집에 있다.

한편으로 영화 포스터는 2016년 개봉한 <곡성>을 잇는 스릴러라고 영화를 묘사했다. 그러나 비교적 사실감(사실감 위에 비현실이 더해졌다고 보는 게 맞겠다)에 입각해 믿음에 대한 의문을 풀어보려 했던 <곡성>과 견주면 <마더!>는 비현실의 강도가 크면서도 감독이 인위적으로 만든 세계에 군상의 면모를 끼워 대입한 측면이 있다.

마더를 사람으로 그려놓고, 한 인격으로서 왜 별 저항을 하지 않고 인내를 감내했는지를 비롯해 개연성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또 집이란 배경이 주는 긴장감을 영화는 톡톡히 효과를 봤으나 집을 소재로 한 기존 서스펜스 영화와 달리, 자유 의지를 가진 마더가 굳이 집에 눌러 있으려 한 것도 감독의 인위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물론 영화가 재현한 군상은 우리가 사는 현실과 마냥 동떨어진 것만은 아니다. 영화가 그려낸 사람들의 광기와 빗나간 욕망은 과격한 욕설이 펼쳐지는 인터넷 댓글로, 방화와 살인 사건이 보도되는 TV로 접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인류를 빗댈 순 없다. 인간의 욕망과 극단을 용서와 구원, 사랑이라는 종교적 세계관에 대입하려 했던 감독의 의도가 엿보이지만 이를 관객이 얼마나 공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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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름을 해소할 생수 같은 기자가 되겠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스스로를 물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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