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빅이닝을 빅이닝으로 되갚으며 1차전 패배를 설욕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홈런 4방을 포함해 장단 15안타를 터트리며 NC 다이노스에게 17-7로 대승을 거뒀다. 13점을 내준 1차전보다 더 많은 득점을 올리며 설욕에 성공한 두산은 침체된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3,4차전이 열리는 창원 원정을 떠날 수 있게 됐다.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최주환은 6회말 역전만루홈런을 터트리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4번타자 김재환도 멀티 홈런을 포함해 무려 7타점을 쓸어 담았다. 두산은 선발 타자 전원이 득점을 기록했을 정도로 활발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반면에 NC는 두산 투수들을 상대로 4개의 홈런을 때리고도 6회말 불펜진이 차례로 무너지며 큰 점수 차이로 패하고 말았다.

1차전 8회초 7실점을 2차전 6회말 8득점으로 되갚은 두산

1차전에서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투입하고도 뜻밖의 대패를 당한 두산은 2차전에서 반드시 반격의 계기를 마련해야 했다. 투구내용만 보면 올 시즌 두산에서 가장 꾸준했던 장원준을 투입한 이유다. 어깨부상에서 회복한 김재호의 선발 출전이 힘든 두산은 1차전 실책을 기록했던 류지혁이 오히려 2번에 전진배치됐고 사이드암 이재학을 맞아 닉 에반스 대신 좌타자 최주환이 7번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1차전에서 외국인 투수 제프 맨쉽을 불펜으로 활용한 NC는 올해 가을야구에서 한 타자 상대에 그쳤던 이재학이 선발 등판했다. 비록 올 시즌엔 5승7패 평균자책점 5.67로 부진했지만 이재학은 2013년부터 작년까지 4년 연속 10승을 기록했던 NC의 검증된 선발 투수다. 김경문 감독은 좌완 장원준에 대비해 1차전 승리의 주역 김준완 대신 우타자 김성욱을 8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시켰고 모창민을 2번에 전진 배치했다.

NC와 두산은 2차전에서도 초반부터 홈런쇼를 펼치며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두산의 3번타자 박건우는 1회말 2사 후 비디오 판독 끝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선제 솔로 홈런을 터트렸고 2회초에는 1사 후 NC의 지석훈이 좌측 담장을 넘기는 동점 솔로 홈런으로 응수했다. NC는 이 기세를 몰아 허경민의 실책으로 출루한 손시헌을 김성욱이 투런 홈런으로 불러 들이며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NC는 3회에도 나성범의 내야안타에 이은 재비어 스크럭스의 적시 2루타로 스코어를 4-1로 벌렸다. 두산 역시 3회말 공격에서 2사 후 류지혁, 박건우의 연속 안타에 이어 김재환이 동점 3점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며 NC와의 화력전에서 뒤질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불이 붙은 NC타선은 5회 나성범이 백스크린을 때리는 투런 홈런을 때려내며 다시 경기를 리드해 갔다.

여러 차례 바뀐 경기의 주도권이 완전히 두산 쪽으로 넘어간 이닝은 6회말이었다. 두산은 6회말 공격에서 김재환, 오재일, 양의지의 연속볼넷으로 만든 무사 만루에서 최주환이 좌측담장을 넘기는 만루 홈런을 터트렸다. 두산은 이어진 2사 1,2루에서도 박건우의 적시타와 김재환의 3점 홈런으로 스코어를 12-6으로 벌렸다. 1차전 8회초에 당했던 7실점을 2차전 6회말의 8득점으로 되갚은 것이다.

두산은 7회에도 오재원의 내야안타와 연속도루, 허경민의 2루타와 박건우의 몸 맞는 공, 김재환의 희생플라이로 3점을 추가했다. NC는 7회 스크럭스가 솔로 홈런을 터트렸지만 경기 초,중반 같은 활발한 타격은 나오지 않았다. 두산은 6회 김승회에 이어 7회 좌완 함덕주, 9회 마무리 김강률이 차례로 등판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지명타자 출전 최주환, 역전 만루홈런으로 증명한 존재감

두산의 12년 차 내야수 최주환은 2017년 매우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 고교시절 청소년 대표까지 선발될 정도로 뛰어난 타격 재능을 인정 받았던 최주환은 프로 입단 후 두산의 쟁쟁한 내야진에 가려 10년이 넘도록 만년백업 및 대타요원으로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최주환은 올 시즌 2루와 3루를 오가며 129경기에 출전해 타율 .301 7홈런57타점으로 두산에서 주전 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가을야구에서 최주환의 자리는 다시 애매해졌다. 아무래도 단기전에서는 수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김태형 감독은 1차전에서 2루 오재원, 3루 허경민으로 내야진을 꾸렸다. 최주환은 5-13으로 뒤져 있던 9회 대타로 출전했지만 평범한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하지만 2차전 NC선발이 사이드암 이재학으로 정해지면서 좌타자 최주환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에반스 대신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최주환은 첫 두 타석에서 이재학과 이민호를 상대로 포수 파울 플라이와 내야 플라이로 물러나며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4-6으로 뒤진 6회 무사만루 기회에서도 최주환을 바꾸지 않았고 최주환은 맨쉽을 상대로 경기를 뒤집는 극적인 만루 홈런을 터트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증명했다. NC의 유일한 좌완 선발 구창모가 가을야구에서 불펜으로 활약하는 만큼 최주환은 남은 시리즈에서도 요긴하게 쓰일 확률이 높다.

두산의 2차전 승리가 더욱 값진 이유는 1차전에서 당한 대패를 대승으로 갚아주며 시리즈의 분위기를 바꿨다는 데에 있다. 실제로 1차전 8회초 수비에서 4명의 투수가 7점을 허용했던 두산은 2차전 6회말 공격에서 5명의 투수를 상대로 8점을 뽑아냈다. NC와의 화력전에서 뒤질 것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만큼 두산은 마산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됐다.

사실 공격력만 놓고 보자면 NC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특히 정규리그 3경기에서 16.2이닝 동안 단 하나의 홈런도 때려내지 못했던 장원준을 상대로 3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만만치 않은 화력을 뽐냈다. 하지만 불펜의 핵 이민호가 마운드에서 내려간 후 한 이닝에만 무려 8점을 허용했다. 특히 외국인 투수 맨쉽의 불펜 변신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남은 시리즈에서도 NC에게는 큰 부담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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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플레이오프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 최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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