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성리>의 한 장면.

영화 <소성리>의 한 장면. ⓒ 오지필름


"농부 손이 많이 가야 작물도 잘 자라는기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농사짓고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평범한 대화 틈에 '투쟁'이란 단어가 끼어든다. 날씨와 가족 걱정에 쏟을 기운을 아스팔트 거리 위에서 쏟게 된 할머니, 할아버지들. 모든 게 사드(THAAD) 때문이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사드 배치 문제를 영화 <소성리>가 다뤘다. 18일 오후 부산 롯데시네마 센텀에서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현장에 영화 주인공인 소성리 주민 35명이 참석해 더욱 자리를 빛냈다.

"주민들이 가장 많이 외치시는 게 '사드가고 평화오라'는 구호입니다. 평화가 무엇이고 사드가 의미하는 게 뭘까라는 질문을 안고 마을에 갔습니다. 한국은 휴전국가로 여전히 전쟁 중이지 않나요. 사드는 곧 전쟁의 상흔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럼프도 계속 전쟁으로 분위기를 끌고 가고 있고, 지금 정부 역시 평화를 외치지 않고 있습니다. 평화라는 게 무엇일까? 일상적인 게 곧 평화 아닐까요? (영화 속) 할머님 말씀처럼 일상이 깨지면 평화가 깨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배일 감독)

'마이콜 할머니'의 눈물

박 감독의 말대로 영화는 치열한 대정부 투쟁 장면 보단 마을 사람들이 동네를 어슬렁거리거나 농사일을 하는 장면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평화가 깨지는 게 무엇인지를 보이기 위해 일상을 보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박배일 감독은 "함께 평화의 의미를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중후반부에 경찰을 향해 소리 지르고 욕하는 할머니들, 보수단체의 시위에 속상해 하는 어르신들 모습이 나오지만, 8할 이상이 마을 사람들의 일상이다. 진보 미디어 운동을 이어가고 있는 오지필름의 다큐멘터리라고 하기엔 매우 잔잔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상영 내내 관객석에선 영화 속 할머니들의 대화나 노래에 따라 웃음과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상영 직후 박배일 감독은 두 분의 마을 주민을 무대로 모셨다. 사드 배치 반대에 가장 앞장서 온 팔부녀회의 임순분 회장은 "이렇게 영화로 만들어 질 줄 알았으면 옷도 예쁘게 입고 그랬을 텐데 속았다"며 재치 있게 말을 시작했다.

"우리 동네는 정말 맑은 날이면 하늘의 별이 동네로 떨어질 것 같은 밤하늘이 있고 주민들이 서로 보듬으며 사는 곳입니다. 그런 마을에 갑자기 사드가 와서 그것에 대해 알게 되면서 반대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이장을 중심으로 뭉쳐 지금까지 왔는데 우리와 함께 사드 반대를 많은 분들이 외쳐주셔서 지금까지 견딜 수 있었고,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다. 사드 (발사대)가 빠질 때까지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저처럼 젊은 부녀회원들이 어르신들과 함께 공사차량과 미군들을 막을 겁니다. 오늘 영화제에 참석했다가 다시 내려가면 조를 짜서 마을을 더 세게 지킬 겁니다." (임순분)

무대에 함께 오른 도금연 할머니에게 마이크가 가자 객석 일부에서 환호가 나왔다. 영화에서 가장 격렬하게 경찰과 보수단체에 대응하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한 모습을 잃지 않은 캐릭터였기 때문. 박배일 감독은 특유의 '파마머리'로 "마이콜 할머니라고도 불린다"며 친근하게 소개했다.

"모두 감사합니다. 난데없이 사드가 온다 해서 성주에 1년 반을 다녔습니다. 거기나 소성리나 마찬가지라서. 근데 소성리에 사드가 온다고 했습니다. 성주 사드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 동네가 최전방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낮 없이 지키고 있습니다. 미군 놈들 들어오기에 장대를 가지고 가서 어딜 이리 오노! 막 두드리고 그랬습니다. 앞으로도 못 오게 막겠습니다. 연대자 분들이 도와줘서 얼매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도금연)

 18일 부산 롯데시네마 센텀에서 열린 영화 <소성리> 관객과의 대화 행사.

18일 부산 롯데시네마 센텀에서 열린 영화 <소성리> 관객과의 대화 행사. ⓒ 이선필



또 다른 지지자

말을 맺으며 도금연 할머니는 복잡한 심경이 벅차오른 듯 눈물을 흘렸다. 몇몇 관객도 함께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었다. 도금연 할머니 말에 이어 진행자가 특별한 손님 한 사람을 언급했다. 영화 <닉슨> < JFK > <스노든> 등을 연출한 명장이자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붐문 심사위원장인 올리버 스톤 감독이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소성리>를 보고 싶다는 의사를 미리 주최 측에 밝혔고, 영화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 시간 내내 자리를 지켰다.

미국 사회와 패권주의를 비판해 온 그는 강정마을 군사기지 건설 문제로 한창 뜨거웠을 때 제주도를 찾아와 함께 연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소성리>에 대해 "매우 슬픈 영화였다"고 소감을 전한 올리버 스톤 감독은 "사드 배치 문제는 제주 강정마을 상황과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한국은 현재 위험한 상황인 것 같다. 전쟁에 가까워진 모양새다. 시민들이 혁명을 일으켜 정권을 바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현 정부가 다 잘한다고 볼 수만은 없다. 특히 사드 문제에 있어서는 (지지자들이) 명확하게 요구했는데 청와대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게 실망스럽다. 영화에 나온 할머님들은 매우 용감한 여성들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올리버 스톤)

관객과의 대화가 끝나고 <소성리> 측은 관객들과 함께 '사드 가고 평화오라'가 적힌 손 피켓을 함께 들 것을 제안했고 대부분이 응했다. 상영관을 나가며 한 관객은 "영화를 보기 위해 하루 전에 예매했는데 박배일 감독의 말처럼 우리 일상이 지켜지는 게 평화라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전했다.  

 영화 <소성리> 상영 이후 박배일 감독과 관객들이 피켓을 들고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

영화 <소성리> 상영 이후 박배일 감독과 관객들이 피켓을 들고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 ⓒ 시네마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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