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의 경기력은 예상보다 훨씬 대단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압도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고, 날카로운 역습을 앞세워 승리까지 노렸다.  

토트넘이 18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7·2018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3차전 레알과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3경기 무패(2승 1무) 행진을 달리면서, 죽음의 조를 뚫고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으로 나선 토트넘

선발 명단부터 놀라웠다. 토트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좀처럼 보기 힘든 투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전방에 해리 케인과 페르난도 요렌테가 나선 3-5-2 전술이었다. 무사 시소코가 중원 한 자리를 차지한 것도 예상 밖이었다.

토트넘은 전반 4분 만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헤더가 골대를 때리면서 흔들리는 듯 보였지만, 침착함을 유지했다. 전반 16분에는 수비수 2명의 견제를 이겨낸 호날두가 한 박자 빠른 슈팅을 통해 골문을 위협했지만,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토트넘은 전반 18분, 반격에 나섰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날카로운 코너킥에 이은 케인의 헤더가 레알의 골문을 위협했다. 2분 뒤에는 케인의 우측면 돌파에 이은 낮고 빠른 크로스가 레알을 긴장시켰다.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을 선보이던 토트넘은 전반 27분, 선제골을 뽑아냈다. 오리에가 레알 우측면을 무너뜨린 뒤 날카로운 크로스를 시도했고, 이것이 케인과 라파엘 바란을 거치며 골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토트넘의 빠른 역습과 오리에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만들어낸 행운의 자책골이었다.

홈에서 선제골을 내준 레알은 공격에 더욱 힘을 실었다. 전반 30분, 이스코의 예리한 슈팅이 토트넘의 간담을 서늘케 했고, 6분 뒤 카림 벤제마의 헤더는 골문을 살짝 지나쳤다.

골운이 따르지 않고, 위고 요리스 골키퍼의 연이은 슈퍼 세이브에 마음이 급해질 무렵, 동점골이 터졌다. 전반 41분, 토니 크로스가 벤제마와 기막힌 2:1 패스를 통해 골문 안쪽으로 진입했고, 오리에의 반칙과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이를 호날두가 묵직한 슈팅으로 마무리하면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후에도 레알의 공격은 매서웠지만, 요리스를 넘어서지 못했다. 후반 8분, 카세미루가 박스 우측 부근에서 살짝 찍어 차준 볼을 벤제마가 헤더로 연결했지만, 요리스가 발로 막았다. 이어진 공격 상황에서는 루카 모드리치의 침투 패스를 받은 호날두가 논스톱 슈팅을 시도했지만, 살짝 높았다. 후반 17분에는 호날두가 시도한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골문을 위협했지만, 요리스를 뚫어내지 못했다. 

토트넘은 정교하고, 빠른 역습으로 대응했다. 후반 25분, 에릭센과 요렌테의 원터치 패스가 뒷공간을 허문 케인에게 향했고, 완벽한 일대일 기회에서 슈팅까지 이어졌지만 케일러 나바스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다. 후반 27분에도 요렌테의 머리를 거친 볼이 에릭센에게 향해 슈팅까지 이어졌지만, 나바스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33.6%-66.4%. 토트넘은 점유율에서 완전히 밀렸다. 슈팅 숫자에서도 11-21로 우위를 점하지 못했고,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도 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에 도전하는 레알 원정에서 승점 1점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원정에서 전략 제대로 먹힌 토트넘, 홈에선 어떨까

포체티노 감독의 전략이 제대로 통했다. 점유율을 내주더라도 박스 안쪽 슈팅 허용은 최소화했다. 세 명의 중앙 수비수는 물론, 해리 윙크스와 시소코, 에릭센도 슈팅이 나올 수 있는 지역을 촘촘하게 메웠다. 양 측면 윙백 오리에와 얀 베르통헨도 중앙 수비진과 간격을 좁게 가져가면서 슈팅을 막는 데 집중했다. 혹시라도 이들이 뚫리면, 요리스가 믿을 수 없는 슈퍼 세이브로 골문을 지켰다. 

공격은 소수 인원으로 빠르게 진행했다. 토트넘은 레알의 공격이 종료된 뒤 곧바로 역습을 시작했고, 대부분 3번의 패스 이내에 슈팅까지 연결했다.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볼을 193cm 장신 요렌테가 헤더로 떨구고, 에릭센이 슈팅을 시도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토트넘은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했고, 요렌테의 높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세계 최고의 팀 레알을 90분 내내 긴장시켰다. 경기는 무승부로 마무리됐지만, 토트넘은 승자의 기쁨을, 레알은 패자의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토트넘은 이날 경기를 통해 지난 시즌 조별리그 탈락의 아쉬움을 확실하게 날려버렸고, 유럽 무대에서도 위협적인 팀으로 성장했음을 증명했다. 특히, 포체티노 감독은 한때 4-2-3-1 전술밖에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포백과 스리백, 원톱과 투톱 등 상대에 딱 알맞은 전술을 활용하는 전략가로 성장한 느낌이다.

토트넘은 내달 2일, 레알을 홈으로 불러들인다. 자신감을 획득한 만큼 승리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 이번에는 어떤 전술로 홈팬들을 놀라게 할까. 포체티노 감독이 잉글랜드를 넘어 유럽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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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VS레알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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