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스산한 기운이 조금씩 감도는 가을은 발라드가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굳이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이용 <잊혀진 계절>)' 같은 가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수많은 가수들이 이 시기에 잘 어울릴 법한 대중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곡들을 많이 내놓았다.

한동안 힙합, 댄스 등에 밀려 예전의 위용을 잃어가던 발라드는 지난 여름을 관통한 <좋니>(윤종신)의 대성공에 힘입어 다시 대중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최근 가요계에서도 가을 정서를 담은 다양한 발라드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당신의 가슴속 한 편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줄 발라드는 과연 어떤 향기일까?

[하나] 마마무 솔라가 선사하는 1980년대 감성 발라드


ⓒ ㈜RBW


대세 걸그룹 마마무의 핵심 보컬 솔라는 지난 2015년부터 <솔라감성> 연작 싱글을 꾸준히 발표했다. 1980년대 우리 가요계에 한 획을 그은 발라드 명곡을 재해석한 리메이크였다. 마마무에선 볼 수 없었던 색다름을 선사했다.

17일 공개된 <솔라감성 Part.5>는 지난 3년간 이어온 시리즈를 마무리 짓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싱글이다. 앞서 한 곡씩을 발표해왔던 데 반해 이번엔 2곡을 내놓으면서 모두 뮤직비디오로 제작해 공을 기울인 작품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 곡들을 모아 요즘엔 보기 힘든 카세트테이프로도 발매할 예정이다.

 그룹 마마무 멤버 솔라

그룹 마마무 멤버 솔라 ⓒ ㈜RBW


1970~1980년대의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 겸 기타리스트 이정선의 1988년 발표작 <외로운 사람들>은 그 시절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곡은 아니었지만 뒤늦게 진가를 알아준 대중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꾸준히 사랑받았던 명곡이다.(그룹 봄여름가을겨울, 햇빛촌, 강허달림 등이 리메이크 했다.)

현악기와 한영애의 코러스가 어우러졌던 원곡과 달리, 이번 재해석에선 일렉트릭 피아노, 베이스, 드럼 위주의 단출한 악기 구성 속에 감정을 가급적 절제한 솔라의 목소리가 애잔한 마음을 전해온다.

김민기 원곡으로 최양숙, 양희은, 조관우, 김종국, 박효신 등 수많은 가수들의 버전으로 재탄생했던 <가을편지>는 어쿠스틱 기타(홍준호 연주) 하나에 의존한 곡의 전반부, 간주와 후반부를 책임진 융스트링의 현악기 연주로 독특한 맛을 첨가했다.

파격이나 모험적인 시도는 없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최대한 원곡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힘과 기교를 앞세웠던 그룹 활동과는 차별되는 솔라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줬다는 점은 <솔라감성>의 큰 의의로 볼 수 있다.



[둘] 박재정의 나쁜 남자 이야기 <악역>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Mnet 예능 프로그램 <슈퍼스타K-시즌5> 우승자였지만 그동안 박재정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못했었다. 화제성 낮았던 시즌이었던데다 2014년 발표한 데뷔 음반 역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 정도 공백기 후 지난해 박재정은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규현과의 듀엣 <두 남자>를 시작으로 조금씩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갔다.

특히 올해 들어선 <월간 윤종신>, < SM스테이션> 등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줬고 6월 발표한 싱글 <시력>에선 '스승' 윤종신의 뒤를 잇는 발라드 유망주로서 한 단계 도약을 이뤄냈다.

4개월여 만에 발표한 또 다른 솔로 싱글 <악역>은 전형적인 윤종신 표(작사를 맡았다) 이별 발라드다. 아직까진 시장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박재정의 재발견이라는 측면에선 합격점을 줄 만하다.

반복되는 다툼 속에 이별을 통보하는 '악역'을 자처한 한 남자의 이야기에 실린 박재정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서글프게 들려온다.

특히 015B 정석원이 만든 멜로디+장엄한 분위기의 후반부 편곡이 어우러지며 <악역>은 오랜 세월 호흡을 맞췄던 동료 윤종신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 새롭게 힘을 얻는다.  


[셋] <그리워하다>...역시 믿고 듣는 비투비

ⓒ 큐브엔터테인먼트


지난 3월 펑키 스타일의 팝 음악 <무비(Movie)>로 음악팬들의 귀를 즐겁게 해준 비투비가 드디어 일을 냈다.

16일 공개된 통산 두 번째 정규 음반 <브라더 액트(Brother Act.)>는 경쟁이 치열한 음원 시장에서 곧장 실시간 1위에 올라섰고 공개 24시간이 넘도록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을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비투비는 그동안 동료 아이돌그 룹과는 차별되는 발라드곡으로 믿고 듣는 그룹이란 자랑스런 별명을 얻었다. 이번에도 역시 비투비답게 타이틀곡 <그리워하다>로 기존 노선을 계승했다.

 새 음반 발표와 동시에 주요 음원 사이트 순위를 석권한 비투비

새 음반 발표와 동시에 주요 음원 사이트 순위를 석권한 비투비 ⓒ 큐브엔터테인먼트


그동안 팀의 주요 곡을 책임졌던 멤버 임현식과 싱어송라이터 이든의 합작으로 만든 이 곡에선 비투비의 최대 강점인 멤버들의 고른 능력치가 이제 절정에 올라왔음을 증명해낸다.

밖에선 장난기 많은 20대 청년들이지만 조명이 켜지면 어느 가수들을 능가하는 혼신의 무대를 선보이는 '지킬과 하이드' 같은 비투비는 그런 점에서 칭찬이 아깝지 않은 그룹이다.

서은광, 임현식, 이창섭, 육성재(이상 보컬), 이민혁, 정일훈, 프니엘(이상 랩) 라인업은 그 어느 때보다 성숙함을 담았고 '고막 남친'의 모범 답안 같은 음악을 들려준다.

특히 음반의 대미를 장식하는 <피날레(Finale): 우리들의 콘서트>에선 서은광을 중심으로 한 멤버들의 소름 끼치는 가창력으로 듣는 이에게 전율을 느끼게 해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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