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 월드 챔피언 트로피를 가장 많이 들어올린 팀은 미국 뉴욕 주를 연고지로 하고 있는 뉴욕 양키스이다. 그들은 2009년까지 무려 27번이나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조 지라디 감독의 등번호 28번이 새로운 우승을 기원하는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지라디 감독은 2009년까지 등번호 27번 사용).

양키스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 연속 월드 챔피언에도 오른 적이 있으며, 이후 2009년에 27번째 월드 챔피언에 오르며 옛 홈 경기장 시대를 마무리했다. 그 때 우승을 경험했던 양키스 현역 선수는 이제 베테랑 왼손 투수 CC 사바시아 정도만 남아 있으며 2010년에 새로운 경기장을 개장한 이래 아직 월드 챔피언에 오른 적이 없다.

그랬던 사바시아가 이제 다시 한 번 팀의 28번째 챔피언을 위해 공을 던지고 있다. 사바시아는 10월 17일(이하 한국 시각) 뉴욕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 경기에서 자신의 관록을 발휘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사바시아 포스트 시즌 시즌 통산 10승 달성, 역대 12번째

1980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바에호 출신인 사바시아는 1998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20순위)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지명됐다. 2001년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여 육중한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빠르고 묵직한 공을 앞세워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탈삼진도 많이 뽑아내는 투구 스타일을 가졌던 사바시아였다.

2007년 사바시아는 34경기에서 19승 7패 평균 자책점 3.21을 기록했다. 다승에서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에이스 조시 베켓(20승)에게 밀렸고, 포스트 시즌에서의 맞대결도 당시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2경기 모두 사바시아가 베켓에게 패했다(베켓은 2007년 ALCS MVP 수상). 하지만 부상자 명단에 잠시 들어갔던 베켓과 달리 사바시아는 무려 241이닝을 던지면서 내구성에서 우위를 보였고, 결국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을 수상했다.

FA를 앞둔 2008년 시즌에는 시즌 초반에 부진하긴 했지만, 시즌을 치러가면서 점차 성적이 좋아졌고, 당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의 인터리그 원정 경기에서 박찬호를 상대로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이후 후반기에 밀워키 브루어스로 트레이드되어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사바시아는 FA 시장에서 7년 1억 6100만 달러의 계약을 맺고 양키스로 이적했다. 당시 FA 시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투수 계약이었다. 양키스 이적 첫 해에 사바시아는 정규 시즌 34경기 230이닝을 던지며 19승 8패 평균 자책점 3.37을 기록했다. 또한 포스트 시즌에서는 A. J. 버넷과 앤디 페티트 등으로 이뤄진 3인 로테이션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3일 휴식을 버텨내며 월드 챔피언 등극에 기여헀다.

사바시아는 2010년 237.2이닝 21승 7패를 기록했고, 2011년 237.1이닝 19승 8패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양키스 로테이션을 이끌었다. 7년 계약 중에서 3년 후 옵트 아웃 권한을 갖고 있었던 사바시아는 대다수의 예상대로 옵트 아웃을 행사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FA 시장에 나오기 전에 양키스와 연장 계약에 성공했고, 2015년까지 남아 있던 3년의 계약에다가 2016년 2500만 달러를 보장하고 2017년 베스팅 옵션 2500만 달러까지 붙였다.

2013년 사바시아는 통산 200승에 성공했으나 그 이후 노쇠화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체구가 너무 육중하다 보니 상체를 받치고 있는 무릎에 탈이 났다. 꾸준히 두 자리 승수를 거두면서 현역 투수들 중 300승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던 사바시아는 2014년 3승, 2015년 6승, 2016년 9승에 그치고 말았다. 2014년에는 부상, 2015년에는 예년에 비해 부진했다.

2016년 사바시아는 다시 30경기에 선발로 등판하며 3점 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성적에 비하면 만족스러운 모습은 아니었지만, 어깨 부상이 없을 경우 자동으로 베스팅 옵션이 성사된다는 조건에 의해 사바시아는 2017년에도 양키스에서 뛰게 됐다.

2017년에도 사바시아는 노쇠화로 인하여 이닝 소화력은 크게 떨어졌다. 27경기에서 규정 이닝(162이닝)에 모자란 148.2이닝에 그쳤지만 사바시아는 관록의 투구를 선보이며 14승 5패 3.69를 기록, 현재까지 통산 237승을 기록했다.

2008년까지 포스트 시즌에서 약했던 사바시아였지만, 그 역시 양키스에 온 이후로 포스트 시즌 출전 기회가 많아지면서 큰 경기에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당장 2009년만 해도 5경기 3승 1패 1.98로 맹활약했고, 2012년에도 3경기 2승 1패 3.38로 좋은 모습이었다.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도 이닝은 길지 않지만 3경기 1승 무패 2.30으로 회춘했다.

사바시아가 17일 경기에서 거둔 승리는 그의 포스트 시즌 통산 10번째 승리였다. 사바시아는 포스트 시즌 통산 22경기(21선발)에서 10승 5패 4.24를 기록하게 됐다. 평균 자책점이 다소 높지만 파란만장한 경험을 많이 쌓으며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베테랑으로서의 위용을 보이고 있다.

물론 사바시아는 포스트 시즌에서 임팩트가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애스트로스, 포스트 시즌 10승 5패 3.18)나 존 레스터(시카고 컵스, 포스트 시즌 9승 7패 2.55),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포스트 시즌 8승 3패 1세이브 2.11) 등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바시아는 양키스에서 뛰었던 덕분에 이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꾸준히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경험이 있다.

현역 PS 최다승 공동 1위, ALCS에서 만난 사바시아와 벌랜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메이저리그이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두 자리 승수를 거둔 선수는 역대 12명 뿐이다(최다승 앤디 페티트 19승). 현역 선수로 범위를 좁히면 벌랜더(1983년 생, 통산 정규 시즌 188승 114패)와 사바시아 2명으로 두 선수 모두 올해 포스트 시즌에서 이 목표를 달성했다.

공교롭게도 벌랜더가 뛰고 있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사바시아가 뛰고 있는 양키스는 두 팀 모두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다. 벌랜더의 포스트 시즌 통산 10승은 15일 ALCS 2차전에서 달성했고, 17일 3차전 경기에서 사바시아가 통산 10승을 달성했다.

현역 포스트 시즌 10승 투수가 올해 포스트 시즌에서 한 명이 더 나올 가능성은 있다. 시카고 컵스의 에이스 레스터가 현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경기에 등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는 다저스가 현재 2승으로 앞서 있다.

레스터는 16일에 있었던 2차전에서 4.2이닝 1실점으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레스터는 22일에 예정된 6차전까지 시리즈가 이어질 경우 다음 등판이 예정되어 있다. 다만 시리즈가 다저스의 승리로 일찍 끝날 경우 레스터의 포스트 시즌 10승은 올해가 아닌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한다.

사바시아와 벌랜더는 이번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포스트 시즌 통산 승리를 다시 늘릴 가능성이 있다. 양키스와 애스트로스 둘 중 한 팀은 월드 시리즈에 진출하게 될 예정이고 다른 한 팀은 탈락하는 운명을 맞게 된다. 사바시아와 벌랜더 중 한 선수는 포스트 시즌 통산 승리를 올해 더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시리즈가 3차전까지 간 가운데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는 애스트로스가 2승 1패로 앞서 있다. 최소 5차전까지 시리즈가 이어질 예정으로 등판 순서에 의하면 벌랜더가 6차전에서, 사바시아가 7차전에서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만일 팀의 작전 변경으로 등판 간격에 변동이 생길 경우 그 이전에 등판할 수도 있으며 벌랜더는 이미 디비전 시리즈에서 일정을 앞당겨 등판한 이력이 있다.

사바시아는 2000년대 후반을, 벌랜더는 2010년대 초반을 전성기로 보낸 선수들이다. 두 선수 모두 2007년과 2011년에 각각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을 수상한 이력도 있다. 사바시아는 2014년, 벌랜더는 2015년에 각각 부상을 겪으며 둘 다 2016년에 하락세를 극복했다.

그리고 두 선수 모두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팀을 이끌며 승리에 한 몫을 하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 베테랑 선수들이 같은 경기에서 맞대결하진 않지만, 같은 시리즈에서 각자의 명예를 걸고 또 다른 대결을 펼치고 있다. 양키스와 애스트로스의 대결을 보는 또 다른 묘미인 사바시아와 벌랜더 두 베테랑 투수들의 개인 기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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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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