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 최다승(104승)을 거뒀던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정규 시즌 승리가 괜히 거둔 104승이 아님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다저스가 10월 16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두면서 시리즈 2연승을 거뒀다.

정규 시즌 마지막 한 달(9월과 10월) 승률에서 13승 17패에 그쳤던 다저스였고, 특히 9월 초에 11연패를 당할 정도로 큰 우려를 샀던 다저스였다. 하지만 30팀 중 승률 1위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102승)나 휴스턴 애스트로스(101승)에게 내 주지 않고 포스트 시즌 홈 어드밴티지를 모두 확보했다.

그리고 다저스는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다시 한창 치고 나갈 때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정 선수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매 경기 다른 선수들이 수훈 선수가 되는 시리즈를 치르면서 한 선수가 부진하면 다른 선수들이 메워주는 등 그야말로 빈 틈 없는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포스트 시즌에서 아직까지 한 번도 패하지 않은 팀은 다저스 밖에 없다(5전 전승).

매 경기 다른 수훈 선수, 빈 틈이 생겨도 메워버리는 다저스

디비전 시리즈 1차전의 수훈 선수는 5타점을 기록한 저스틴 터너였다. 이 날 경기에서 터너는 홈런 1개를 포함하여 3안타 5타점의 맹활약으로 다저스의 9-5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 날 경기에서 터너 뿐만 아니라 코리 시거가 2타점, 야시엘 푸이그가 2타점을 기록하는 등 상위 타선이 고른 활약을 펼쳤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도 6.1이닝 4실점(4피홈런)에 그쳤지만 6회까지 2실점이었던 점과 그의 포스트 시즌 성적을 감안하면 팀 승리에 나름 공헌을 한 셈이었다.

디비전 시리즈 2차전의 수훈 선수들은 하위 타선에서 나왔다. 이 날은 푸이그가 3안타로 2타점을 올렸고, 오스틴 반스도 2안타 2타점(2득점)을 올렸다. 로간 포사이드가 3안타 1타점(3득점)을 올리는 등 하위 타선이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리치 힐이 4이닝 만에 물러났지만 공격 흐름을 이어가기 위한 대타 교체였고, 이후 필승조가 나름 승리를 지켜줬다.

디비전 시리즈의 첫 2경기를 타선의 힘으로 이겼다면, 3차전은 투수들이 일궈낸 승리였다. 다저스의 득점은 코디 벨린저(2점)와 반스(1점)의 홈런이 끝이었지만,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가 5이닝 2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호투했고, 뒤이어 나온 필승조가 도합 1피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이어 던지기를 선보였다.

컵스와의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리턴 매치도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1차전에서 에이스 커쇼가 5이닝 2실점으로 커쇼의 이름값에 비하면 부진했지만 이후 등판한 5명의 구원투수들이 단 한 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으며 승리에 가장 큰 발판을 놓았다. 그러는 동안 크리스 테일러의 홈런, 찰리 컬버슨과 터너 등 3명이 각각 1타점을 올렸고, 푸이그가 홈런을 포함한 2안타 2타점의 활약을 선보였다.

16일에 있었던 2차전에서 다저스 타선은 터너가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포함하여 혼자서 4타점을 모두 책임졌다. 그러나 이 날 경기에서도 터너 혼자서 활약한 것은 아니었다. 선발투수 리치 힐이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잘 버틴 가운데(79구) 이 날도 다저스 구원투수 4명이 도합 4이닝 4탈삼진 퍼펙트를 기록했다.

사실 다저스의 투수 역사를 보면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5이닝 이상 1실점 이하 피칭을 2번 이상 기록한 것은 힐이 6번째(2016 NLCS 3차전, 2017 NLCS 2차전)일 정도로 의외로 많지 않다. 놀랍게도 포스트 시즌에서 유독 부진하다고 알려진 에이스 커쇼(CS 통산 1승 4패 5.30)가 의외로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6이닝 무자책(패전)과 7이닝 무실점(승리)을 각각 기록한 적도 있어 이 6명의 명단에 들어가 있다.

다저스 타선이 매 경기 다른 타자들이 골고루 터지고 있다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사실 이번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다저스는 코리 시거를 빼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디비전 시리즈에서 슬라이딩 도중 부상을 입었던 시거가 결국 허리 통증으로 인하여 시리즈 로스터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저스는 시거를 빼고도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가장 큰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은 다저스의 구원투수들이다. 다저스의 구원투수들은 디비전 시리즈 3차전부터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까지 3경기에서 도합 1피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챔피언십 시리즈에 올라와서 아직까지 다저스 구원투수들은 상대 팀에게 아예 출루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보이는 다저스의 빈 틈... 아직까지 승리에는 지장 없어

물론 완벽하게 보일 것 같은 다저스도 빈 틈은 있다.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다저스는 3명의 선발투수(커쇼, 힐, 다르빗슈)와 6명의 구원투수들이 등판했다. 이들 중 4명의 구원투수들이 아직까지 무자책이다.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가 구원승으로만 2승을 챙기고 3이닝 퍼펙트를 기록하고 있으며,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도 5경기 무자책(1실점)으로 완벽하게 뒷문을 틀어 막았다.

원 포인트로 등판하는 중간 계투들 중에서도 토니 싱그라니와 조시 필드가 아직까지 실점하지 않고 있다. 브랜든 모로우가 디비전 시리즈 2차전에서 부진하긴 했지만, 그 경기를 빼면 실점한 경기가 하나도 없다.

다저스 불펜에서 포스트 시즌에 가장 부진하고 있는 선수가 토니 왓슨인데, 왓슨은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2.1이닝 2실점이다. 그나마 원 포인트 릴리프이기 때문에 던진 이닝이 많지 않은 것이 다행이며, 그 역시 부진했던 경기는 디비전 시리즈 2차전 뿐이었다.

선발투수들도 어느 정도 최소한의 역할만 하면 철벽 불펜이 투입되고 승리에 충분한 점수를 뽑아주는 타선 덕분에 이기고 있는데, 문제는 커쇼와 우드다. 커쇼가 포스트 시즌에서 정규 시즌만큼의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야구를 관심있게 보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통산 정규 시즌 144승 64패 2.36, 포스트 시즌 5승 7패 1세이브 4.57)이다.

커쇼는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는 그래도 예년과는 다르게 아직 크게 무너지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디비전 시리즈 1차전 7회에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과감한 교체 결단을 내리지 않았더라면 2014년 NLDS 1차전과 같은 악몽이 또 일어날 뻔했다.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에서도 아주 잘한 것도, 아주 못한 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기록 중에 대타로 교체됐다.

우드는 아직 포스트 시즌에서 선발로 등판할 기회도 얻지 못했다. 우드는 포스트 시즌에서 구원으로만 4경기 등판해 평균 자책점 4.91에 그쳤는데, 올해 전반기에 보여줬던 임팩트(전반기 15경기 10승 무패 1.67)에 힘입어 포스트 시즌 4선발로 내정됐다.

그러나 디비전 시리즈에서 다저스가 3경기 만에 시리즈를 끝내 버리면서 우드는 아직 포스트 시즌에서 자신의 가치를 검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7전 4선승제로 치러지는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우드는 4차전에 등판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우드는 포스트 시즌에서 선발투수로서 가치를 확인하게 된다.

만일 4차전에서 선발로 등판하는 우드가 부진하게 될 경우 다저스는 류현진과 브랜든 맥카시라는 대안 카드가 있다. 월드 시리즈 진출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다저스는 월드 시리즈 로스터에서 우드를 빼거나 불펜으로 돌리고 4차전 선발로 류현진이나 맥카시를 선택할 수 있다.

후반기 11경기에서 2승 3패 3.17을 기록했던 류현진은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1경기에 등판하여(양키 스타디움 원정) 6이닝 3실점 퀄리티 스타트 패전을 기록한 바 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는 등판 기록이 없다. 다저스가 2015년 애스트로스와 인터리그를 치렀는데, 당시 류현진이 어깨 수술을 받느라 시즌을 통째로 쉬었기 때문이다.

류현진과 맥카시는 포스트 시즌 로스터에는 없지만 예비 명단으로서 리글리 필드 원정에도 동행한다. 현재 챔피언십 시리즈 로스터에 다저스는 투수 11명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 11명 중 아직까지 이번 포스트 시즌 등판 기록이 없는 선수는 우드와 로스 스트리플링 2명이다. 원래 로스터 교체는 다음 시리즈로 넘어갈 때만 가능한데, 시리즈 중간에 부상 선수가 발생했을 경우는 예외로 교체할 수 있다.

타선에서도 선발 출장하는 선수들을 기준으로 부진한 선수가 보이는데, 바로 뉴욕 메츠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커티스 그랜더슨이다. 다저스 이적 후 36경기 출전에 타율 0.161로 부진했던 그랜더슨은 포스트 시즌 로스터에 포함되어 있으나 5경기에 모두 출전했음에도 아직까지 1안타에 그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다저스의 빈 틈들은 선발투수가 크게 무너지지 않고 구원투수들이 현재와 같은 철벽 계투를 선보일 경우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하는 다저스, 시카고에서 시리즈 끝낼까

이제 다저스는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2승으로 앞선 가운데 3차전을 맞이하게 됐다. 다저스는 이전까지 2008년과 2009년(이상 상대 필라델피아 필리스), 2013년(상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2016년(상대 컵스) 4번의 챔피언십 시리즈를 치르면서 2008년에는 2차전까지 2패, 2009년에는 1승 1패, 2013년에 2패 그리고 2016년에 1승 1패 상황을 맞이한 적이 있었다.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로 이동한 뒤 18일과 19일 경기에 다르빗슈와 우드가 선발로 등판한다. 만일 다저스가 1경기 이상을 패하여 5차전 이상으로 가게 될 경우 20일 경기에 1차전 선발이었던 커쇼가 다시 등판한다. 5차전에서 시리즈가 끝나지 않으면 22일과 23일 다시 다저스 스타디움으로 돌아와 6차전과 7차전을 치르게 된다.

다저스로서의 최상의 시나리오는 현재의 좋은 흐름이 이어져 챔피언십 시리즈를 리글리 필드에서 끝내는 것이다. 다저스는 월드 시리즈에서도 홈 어드밴티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리글리 필드에서 시리즈를 끝낼 경우 25일에 시작하는 월드 시리즈까지 4~5일을 쉴 수 있다. 완벽한 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다저스가 계속해서 좋은 흐름을 보일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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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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