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일만에 꿈같은 승리를 거뒀다. 남기일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김학범 감독의 첫 승리였기에 꼴찌 팀 광주 FC의 환호성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11위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승점 차이가 7점이기에 꼴찌 탈출이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고 있는 광주 FC가 15일 오후 3시 광양 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7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후반전 교체 선수 완델손의 해트트릭 맹활약에 힘입어 4-2로 멋진 재역전승의 기쁨을 누렸다.

완델손, 들어온지 28초만에 일내다

그들은 더이상 물러설 곳 없는 신세였다. 스플릿 라운드 마지막 다섯 경기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11위와의 승점 차이가 10점이나 됐기 때문이다. 5경기를 모두 다 이긴다는 계산을 해도 광주 FC보다 위에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와 전남 드래곤즈가 다섯 경기를 치르는 동안 5점 이상을 얻어내면 닭 쫓던 개의 상이 되고 만다.

그래서 스플릿 라운드 첫 경기가 매우 중요했던 것이다. 꺼지는 불씨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점이 이 경기에 매달려 있었다. 광주 FC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 경기 직전까지 3경기를 치르는 동안 패배가 없었다는 것에서도 알 수가 있다. 그 상대가 모두 상위 스플릿에 올라 있는 팀들이기에 더욱 놀랍다. 강원 FC(6위), 제주 유나이티드(2위), 울산 현대(3위)를 상대로 모두 1-1로 비겼다는 점이다.

광주 FC 선수들은 경기 시작 후 27분만에 멋진 콤비 플레이로 선취골을 만들어냈다. 역습 과정에서 송승민이 오른쪽 크로스를 절묘하게 넘겨줘 나상호가 헤더 골을 넣은 것이다. 어웨이 팀이 먼저 웃었다.

하지만 전남 드래곤즈도 강등 걱정을 해야 하는 팀이기에 경기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되는 입장이었다. 실점 후 6분만에 골잡이 페체신이 헤더 동점골을 성공시켜 일단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후반전 초반에 집중력을 발휘하며 역전골까지 터뜨렸다.

51분, 이슬찬이 왼쪽에서 오른발로 올린 크로스를 반대쪽에서 달려든 최효진이 몸을 날리며 헤더로 방향을 살짝 바꾼 것이다. 이 때까지 터진 3골이 모두 헤더 골이라는 사실도 놀라운 점이었다.

이렇게 경기가 뒤집히자 김학범 감독은 중대 결단을 내려야 했다. 58분 56초에 미드필더 임선영을 빼고 골잡이 완델손을 들여보낸 것이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정확하게 28초만에 완델손의 동점골(59분 24초)이 나왔다. 동료 미드필더 본즈가 발바닥으로 세워놓은 공을 첫 번째 터치로 밀어놓고 오른발 슛을 시원하게 성공한 것이다. 선취골을 넣은 나상호의 스크린 플레이도 돋보였다.

85일만에 맛본 승리의 '감격'

완델손이 정말로 탄력을 받았다. 65분에 전남 수비수 양준아의 백 패스가 짧다는 것을 확인한 완델손은 전남 골키퍼 이호승에게 달려갔다. 그 덕분에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이다. 반 박자 늦은 이호승의 오른발 끝이 완델손의 발목을 걸어 넘어뜨렸다.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완델손은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가볍게 오른쪽 구석으로 밀어넣으며 점수판을 다시 뒤집어 놓았다. 이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완델손의 득점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73분에 광주 FC 선수들의 경쾌한 조직력이 반짝반짝 빛났다. 오른쪽 측면에서 이종민이 넣어준 패스를 완델손이 받는 시늉을 하면서 전남 수비수들을 속였다. 그리고는 본즈와 절묘한 삼자 패스를 완성시켰다. 완델손이 이렇게 해트트릭을 완성시킨 시간은 모두 1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 달 10일 전북 현대의 이승기가 7분만에 해트트릭(역대 최단 시간)을 완성시킨 것에는 모자라지만 승점 3점이 절실한 광주 FC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결실인 셈이다.

하루 전 강등권 탈출 싸움 당사자 중 하나인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포항 스틸러스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0-5로 완패한 것과 맞물려 광주 FC의 이 승리는 꼴찌로 직접 강등될 팀을 함부로 예상하지 말라는 선언으로 들린다.

아직 꼴찌 광주 FC(승점 26점)를 포함하여 모두 네 경기씩 남겨놓고 있다. 같은 승점(33점)으로 10위 전남 드래곤즈와 11위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광주 FC의 바로 앞에 서 있다. 산술적으로는 세 경기만에 순위를 뒤집어버릴 수 있는 거리 7점이다. 그들이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광주 FC는 오는 22일 오후 3시에 9위 상주 상무(34점)를 광주월드컵경기장으로 불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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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7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 결과(15일 오후 3시, 광양 축구전용경기장)

★ 전남 드래곤즈 2-4 광주 FC [득점 : 페체신(33분), 최효진(51분,도움-이슬찬) / 나상호(27분,도움-송승민), 완델손(60분,도움-본즈), 완델손(66분,PK), 완델손(73분,도움-본즈)]

◇ 2017 K리그 클래식 하위 스플릿 순위표
7 포항 스틸러스 43점 12승 7무 15패 52득점 54실점 -2
8 대구 FC 37점 8승 13무 13패 45득점 51실점 -6
9 상주 상무 34점 8승 10무 16패 38득점 59실점 -21
10 전남 드래곤즈 33점 8승 9무 17패 50득점 63실점 -13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33점 6승 15무 13패 28득점 51실점 -23
12 광주 FC 26점 5승 11무 18패 32득점 55실점 -23

◇ 광주 FC 남은 일정(왼쪽이 홈 팀, 경기 시각 오후 3시)
10월 22일 광주 FC - 상주 상무
10월 29일 인천 유나이티드 FC - 광주 FC
11월 4일 대구 FC - 광주 FC
11월 18일 광주 FC - 포항 스틸러스
축구 K리그 클래식 광주 FC 전남 드래곤즈 완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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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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