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참석한 서병수 부산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이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걸으며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2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1일까지 세계 75개국 300편의 작품이 해운대 영화의전당과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CGV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32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며 해운대 비프빌리지에서 야외무대인사, 오픈토크, 핸드프린팅 등으로 관객을 찾아간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개막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은 서병수 부산시장. ⓒ 유성호


"레드카펫을 걸으며 지난 3년간의 일들이 문득 머릿 속을 스쳤습니다. 시민들께서 언젠가는 알아주시겠지 그 마음 하나로 이 곳 이 자리에 이르렀습니다. 제 모든 결정은 오직 부산시민을 향합니다. 오직 부산시민만을 바라봅니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레드카펫까지 밟은 서병수 시장. 그가 13일 자신의 SNS에 올린 소회다. 부산국제영화제 논란의 책임이 막중한 현 부산시장의 이 말을 어떻게 봐야 할까. 오로지 내년 6월로 다가온 지방선거만을 바라보며 재선을 노리는 한 정치인의 독선으로 보면 무리가 없지 싶다. 서 시장은 개막일이었던 12일엔 이런 글도 남겼다.

"또 한 가지 부산시민들이 자부심을 가져도 되는 것이 있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한 해 총 예산이 120억원 정도 드는 데요. 그 중 부산시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예산이 63억원입니다. 무려 반이 넘죠? 국가예산이 삭감되어도 그 부족분만큼 부산시민들이 힘을 합해 메우고 있으니, 우리 좀 더 당당하게 요구하고 당당하게 영화제를 즐겨도 되지 않을까요?^^"

노회한 정치인답다. '세금'을 내세우는 동시에 그 세금을 부산시민이 '충당'하고, 심지어 '메우고' 있다고 강조하는 꼴이. 헌데 죽어도 본인의 '책임' 부분은 언급조차 않는다. 2014년 <다이빙벨> 논란 이후 청와대의 지시에 예산이 삭감됐다는 사실과 그 청와대의 지시에 본인이 앞장섰던 과거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 논란 당시 부산시민과 영화인의 대결 프레임을 만들었던 부산시의 입장과 하등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그런 전 조직위원장이 그저 현 시장이라는 이유로 개막식에서 레드카펫을 밟았다. 지역 일간지인 <국제신문>의 카메라가 잡은 레드카펫 현장 영상은 어색함 그 자체였다. 객석에서 뚝 끊겨버린 환호성과 아랑곳 않고 손을 흔들며 입장하는 현 시장, 그를 영화의 전당 앞에서 어색하게 맞은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의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서병수 시장은 부산시민들이, 그리고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과 영화인들이 '좀 더 당당하게 요구하고 당당하게 영화제를 즐길' 수 없게 만든 이가 누구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또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서 시장에게 뚝 끊긴 환호성이야말로 부산시민들의, 관객들의 '응답' 아니었을까.

사과 않는 서병수 vs. 사과 요구 영화인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사과 든 민병훈 감독 "서병수 시장은 사과하라" 영화<황제> 감독 민병훈과 배우 이상훈, 서장원, 홍이주, 박가영, 김빛새날이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걸으며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민병훈 감독은 영화제의 자율성, 독립성 보장과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사과를 들어보였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2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1일까지 세계 75개국 300편의 작품이 해운대 영화의전당과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CGV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32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며 해운대 비프빌리지에서 야외무대인사, 오픈토크, 핸드프린팅 등으로 관객을 찾아간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서 민병훈 감독은 영화제의 자율성, 독립성 보장과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사과를 들어보였다. ⓒ 유성호


부산국제영화제 깨어나길 기원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일어나길 기원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 부활하길 기원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 가만두길 기원합니다.

본인의 영화 <황제>로 이번 영화제에 참석한 민병훈 감독이 13일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민 감독은 이번 개막식에 부산시로부터 영화제 독립을 뜻하는 'Independent Film Festival For Busan'란 구호와 함께 서병수 시장을 겨냥한 '니가 가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또 서 시장의 사과를 주문하듯 실제 사과를 들고 레드카펫에 서는 퍼포먼스로 주목을 받았다.

 13일 열린 야외무대 행사에서 배우들과 함께 서병수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메소드> 방은진 감독

영화 <메소드>의 방은진 감독은 지난 13일 오후 부산 해운대 비프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열린 무대인사에 배우들과 참석, '서병수 시장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사과하십시오'란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어 이목을 끌었다. ⓒ 부산영화제


<메소드>로 부산을 찾은 방은진 감독 역시 서 시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방 감독은 지난 13일 오후 부산 해운대 비프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열린 영화 <메소드> 무대인사에 참석, '서병수 시장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사과하십시오'란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어 이목을 끌었다.

방 감독은 "1회 때부터 부산영화제를 가까이서 봐왔던 사람이고, 그 많은 분들이 지금 이곳에 안 계셔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부산영화제를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이 이 영화제가 30회, 40회, 200회까지 갈 수 있도록, 그리고 부산영화제가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시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실제로 이번 영화제엔 많은 국내 감독과 배우들이 본인의 영화가 초청됐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제를 찾지 않거나 공식적인 자리에 서지 않은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영화감독조합 등이 보이콧을 풀지 않고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참석한 영화인이나 일부 보이콧을 푼 영화단체 소속 영화인들 역시 서 시장에 대한 사과와 영화제 정상화 요구를 계속해 나갈 전망이다. 오는 15일 김조광수 감독은 1인 시위를 예고하고 나섰다.

 2014년 '다이빙 벨'사태에 대한 부산시와 부산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BIFF 전야제인 11일 부산 남포동에서 '부산국제영화제학생대행동'에 함께한 대학생들이 영화제의 표현의 자유와 관객의 볼 권리의 침해에 대해 시민들에게 알렸다.

2014년 '다이빙 벨'사태에 대한 부산시와 부산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BIFF 전야제인 11일 부산 남포동에서 '부산국제영화제학생대행동'에 함께한 대학생들이 영화제의 표현의 자유와 관객의 볼 권리의 침해에 대해 시민들에게 알렸다. ⓒ 부산국제영화제대학생행동


"10/15(일)에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영화의 전당에서 '서병수 규탄' 일인시위를 합니다. 어제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탄압한 서병수 부산시장이 레드카펫을 밟았습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일정 : 10/15(일) 오후 1시-5시
장소 : 부산 영화의 전당 야외"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제작자이자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연출했던 김조광수 감독은 오는 15일 1인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김조광수 감독은 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위와 같은 공고를 열고, 한국독립영화협회 영화인들과 함께 할 것을 예고했다. 이에 앞서 부산지역 영화과 학생들도 나섰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정부의 소유가 아니다. 또한 정부가 개최한 행사도 아니다. 수많은 영화인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 시민들의 피와 땀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손으로 영화제를 지켜내야 한다.

그 어떠한 경우에도 정부의 개입과 제재에 반대하며 모든 예술가들과 영화인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 부산국제영화제 자체와 또 그 고유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많은 사람들의 명예를 실추시킨 부산시와 부산시장에 사과를 요구하는 바이다."

이번 영화제 기간 서병수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학생대행동'이 <오마이뉴스>에 밝힌 기획 의도다. 부산지역 영화과 학생들로 구성된 '부산국제영화제 학생대행동'은 영화제 기간 동안 <다이빙벨> 사태를 알리는 서명을 받는 동시에 부산시와 부산시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BIFF 기간 동안 곳곳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누가 '축제'를, 고인의 죽음을 욕되게 하는가

 지난 5월 29일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치러진 부산국제영화제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 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이 고인에 대한 묵념을 올리고 있다.

지난 5월 29일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치러진 부산국제영화제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 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이 고인에 대한 묵념을 올리고 있다. ⓒ 성하훈


지난 5월, 많은 영화인들이 김지석 전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 프로그래머의 영결식에 참석한 서병수 시장에게 힐난의 눈초리를 보냈다. 서 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의 중심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사과 한 번 하지 않은 채 무책임으로 일관했던데 대한 비난에 가까웠다.

고 김지석 전 부집행위원장은 지난 5월 제70회 칸국제영화제에 참석, 심장마비로 안타깝게 숨졌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영화인들에게 두루 존경 받은 인물이자 20년 넘게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켜 온 김 전 부집행위원장은 <다이빙벨> 사태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상화를 위해 백방으로 뛴 인물이다.

이번 영화제는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의 추모 성격이 깊다. 그의 죽음으로 충격에 휩싸였던 영화제 측 역시 개막식에서 고인을 위한 추모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13일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 참석한 이란의 바흐만 고바디 감독과 필리핀의 라브 디아즈 감독 역시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을 추모했다.

이번 영화제의 행사에 게스트 자격으로 참석 예정인 한 감독은 "서병수 시장이 레드카펫에 선 것은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안타까운 죽음을 욕되게 하는 것 아니냐"며 "개인적으로 보이콧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 만큼 서 시장의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둘러싼 행보는 '후안무치'에 가깝다는 평가다. 특히나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벌인 행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부산시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서 시장. 누구로 인해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훨씬 더 성대한 '축제'가 되지 못하고 있는지, 누구 때문에 부산시민들이, 관객들이, 영화인들이, "당당하게 영화제를 즐겨도 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개인적으론, 2018 6.13 지방선거 이후에 개최될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그 어느 곳에서도 그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으면 하는 하는 바람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서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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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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