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 더비는 끝내 최종전에서 승부를 가리게 됐다. 롯데가 NC를 꺾고 벼랑끝에서 탈출하며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13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롯데는 모처럼 홈런이 4방이나 터지며 화끈하게 폭발한 타선 덕분에 7-1로 쾌승을 거뒀다. 시리즈 전적을 2승 2패로 다시 동률이 된 두 팀은 다시 롯데의 홈구장인 사직으로 이동하며 15일 운명의 5차전을 치르게 되다.
우천 순연이 불러온 나비 효과가 두 팀의 운명을 미묘하게 갈랐다. 롯데는 지난 3차전에서 6-13으로 완패할 때만 해도 분위기가 NC 쪽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듯 보였다. 그런데 12일로 예정되어있던 4차전이 갑작스러운 우천으로 하루뒤로 연기되며 상황이 바뀌었다. 당초 4차전 선발로 박세웅을 내정했던 롯데는 조쉬 린드블럼으로 선발투수를 바꾸는 승부수를 던졌다. 반면 NC는 예정대로 최금강을 등판시켰다.
1차전에서 6이닝 2실점을 기록하고도 팀의 패배도 빛이 바랬던 린드블럼은 4일 휴식만에 다시 등판한 4차전에서 8이닝 무려 112구를 역투하며 5피안타 11탈삼진 1실점의 눈부신 피칭으로 롯데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뒤이어 등판한 박진형이 1이닝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틀어막으며 투수력 소모도 아꼈다.
이날 린드블럼이 기록한 유일한 실점은 1-0으로 앞선 4회초 1사 2루에서 권희동에게 허용한 적시타 뿐이었다. 5회부터 7회까지는 3이닝 연속 삼자범퇴를 기록하는 완벽한 투구를 과시했으며 NC의 중심 타선인 나성범-스크럭스-모창민에게 모두 삼진을 뽑아내기도 했다.왜 린드블럼이 부산에서 '린동원'(고 최동원)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지 이름값에 부끄럽지 않은 활약이었다.
또한 비가 몰고온 하루 휴식은 양팀 타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3차전까지 찬스에서의 빈약한 득점력으로 고전했던 롯데 타선은 이날 홈런 4방을 포함하여 안타 10개로 7점을 뽑아내는 화력을 자랑하며 그간의 한을 풀 듯 NC 마운드를 폭격했다.
마운드에 린드블럼에 있었다면 타선에서는 손아섭이 홀로 홈런 2방 포함, 4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의 맹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의 선봉장이 됐다. 손아섭은 4회 솔로 홈런과 5회 3점홈런으로 연타석 아치를 쏘아올리며 분위기를 롯데로 가져오는데 결정적 수훈을 세웠다. 손아섭은 팀이 패배했던 지난 3차전에서 8회 추격의 투런포를 쏘아올린 후 3루를 향해 포효하며 팀 분위기를 돋구는 세리머니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시리즈 전체적으로도 손아섭은 4경기서 타율 0.500(16타수 8안타) 3홈런 6타점 3득점으로 롯데 타자중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타점이 터지지 않아 애를 태우던 4번타자 이대호와, 부진 속에서도 꾸준히 톱타자로 기용됐던 전준우 역시 홈런포를 가동하며 그간의 설움을 다소나마 풀었다. 정규리그 후반기 돌풍을 일으키며 3위까지 올라왔던 롯데는 막상 준PO에서는 다소 답답한 경기내용을 거듭하며 탈락 위기에 몰리는 듯했으나 4차전에서야 비로소 모처럼 롯데다운 모습을 되찾은 경기를 펼쳤다.
반면 NC로서는 지난 3차전과는 상황이 정반대로 역전된 모양새였다. 3차전에서 홈런 5방을 터뜨리며 화끈하게 터졌던 NC타선은 이날은 린드블럼에게 철저히 농락당하며 고작 6안타 1득점에 그치며 무기력했다. 나성범-스크럭스-모창민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6회 린드블럼에서 3연속 삼진으로 물러나는 굴욕을 겪는 등 12타수 2안타 6삼진으로 부진했다. 이종욱-박민우이 구성한 테이블세터진도 7타수 1안타에 그쳤다. NC 입장에서는 상승세와 타격감을 앗아가버린 비가 야속할수밖에 없었다.
단 2명의 투수로 4차전을 끝낸 롯데와 달리 NC는 이날도 6명의 투수를 동원해야했다. 최금금강(4.1이닝 2실점)이 비교적 선방했으나 불펜진을 조기 가동한 5회에만 오히려 4실점을 허용하며 빠른 투수교체 타이밍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마산 2연전에서 조정훈-손승락 등 필승조를 끝까지 아낀 롯데와 비교하여 5차전을 앞두고 불펜 운용에도 다소 부담을 안게됐다.
이제 양팀의 운명은 롯데의 홈인 부산 사직구장으로 돌아가 15일 열리는 최종전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NC는 예상대로 에릭 해커가 6일간의 충분한 휴식을 거쳐 등판하고, 롯데는 포스트시즌 첫 줄장인 영건 박세웅을 선발로 투입할 예정이다. 롯데로서는 2차전에서 호투했던 브룩스 레일리가 부상의 여파로 최종전 출장이 불투명한 상황인게 아쉽다. 하지만 최종인만큼 양팀 모두 선발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가진 투수자원을 모두 쏟아붓는 총력전으로 나설 전망이다.
상승세와 홈 어드밴티지라는 측면에서는 롯데가 다소 유리하지만, 후반기 구위가 좋지않았던데다 큰 경기 경험이없는 박세웅이 최종전의 압박감을 극복할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린드블럼을 4차전에서 내세워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롯데에 비하여, 5차전을 대비하여 에이스 해커를 아껴둔 NC의 결정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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