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스완>과 <레슬러>로 천재성을 인정 받은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그의 신작 <마더!>를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했다. <마더!>는 지난 기사에서 소개했듯, 미국에서는 지난 9월 15일에 개봉 당시 평론가의 평이 극도로 갈려 화제가 되었다 ("제대로 미친 영화", <마더!>는 걸작인가 괴작인가 참조).

 영화 <마더!> 포스터

영화 <마더!> 포스터 ⓒ 파라마운트 픽처스


기본적으로 <마더!> 는 여성 심리극(female psychodrama)이다. 영화는 초대 받지 않은 손님들과 그들의 만행으로 고통 받는 시인의 아내 바이올렛(제니퍼 로렌스 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아로노프스키의 전작인 <블랙 스완>에서도 그랬지만 <마더!>는 더더욱이나 히로인, 즉 바이올렛 위주로 구성된 영화다. 전체 영화의 80% 가량이 바이올렛의 클로즈 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카메라는 그녀의 어깨 위에 바짝 붙어 추적하듯 그녀의 정서적 행보를 쫓는다.

영화가 빚어내는 갈등의 정도는 바이올렛의 집을 방문하는 불청객 (시인인 남편의 펜들) 들의 만행의 정도와 비례한다. 다시 말해, 아주 작은 '민폐'로 시작했던 이들의 작태가 점차적으로 대담해지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위를 넘기 시작하면서 영화의 서스펜스를 쌓아가는 것이다.

아로노프스키는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를 "롤러 코스터"에 비유했다. 영화를 만들 때부터 롤러 코스터가 주는 아찔함과 내리고 나서도 숨을 고르기 힘든 긴장을 생각하며 <마더!>를 디자인 했다고 한다. 감독의 목적은 200%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내내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의 긴장을 준다. 불청객들의 다음 '만행'을 숨 죽이고 기다리게 만든다.

안타까운 것은 <마더!>가 이 텐션 게임에 확실히 성공했음에도 텐션이 무엇을 위함인지 설명하는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궁극적으로 영화는 불청객들이 왜 이런 만행을 저지르는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영화의 테마를 구성하는 데 있어 성경에서 레퍼런스를 얻었다는 감독의 말을 고려할 때, 불청객들의 행동을 통해 인간의 탐욕스러움과 파괴적 본능을 그리려고 했을 것이라고 유추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극단으로 치닫는 이들의 행동은 명분과 목적이 부재한 폭주일 뿐, 그 일말에 성경적 인간 군상의 암시로 볼 수 있는 그 어떤 근거도 보이지 않는다.

 영화 <마더!>의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과 강수연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영화 <마더!>의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과 강수연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 김효정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갖는 잔상이 며칠이 가길 바랐다" 는 감독의 말처럼, <마더!>는 에드 해리스를 포함한 배우들의 연기로 며칠 간의 잔상 이상으로 기억될 작품이다. 특히 불청객 중 하나인 미셸 파이퍼의 악마적 연기는 그간 실제 악마 역할로 등장했던  <악마의 변호사>의 알 파치노와 <엔젤 하트>에서의 로버트 드니로를 뛰어 넘는 '세기의 명연기'라고 장담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고 강렬하다. 122분 동안 버거울 정도로 멈추지 않는 이 '텐션 게임'을 끝까지 목격하고 싶게 만드는 것은 아마도 제니퍼 로렌스, 하비에 바르뎀, 미셸 파이퍼, 에드 해리스 의 극강의 연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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