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 수원과 전북의 경기가 열렸다. 우승경쟁을 하고 있는 두 팀의 대결은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예상되었고, 굵은 비가 쏟아짐에도 빅버드에는 많은 관중이 들어찼다. 전반은 수원의 압도적인 경기력이 빛났다. 32분 박기동이 선취골을 만들어내며 수원 경기력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후반 이동국과 신형민을 연달아 교체 투입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로페즈가 들어온 이후에는 전북의 공격이 한 층 더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77분 페널티 박스에서 장호익과 이동국의 경합과정에서 이동국이 넘어졌고, 페널티킥이 선언되었다. VAR판독 이후 페널티킥을 이동국이 성공시키며 전북이 힘겹게 동점을 만들었고, 경기는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90분 밖의 이야기가 경기장에 들어온 아이러니
문제는 페널티킥에서 나왔다. 중계화면에도 적나라하게 잡힌 매튜의 손짓은 논란이 될만 했다. 이동국이 킥을 하기 전 매튜는 돈을 세는 듯한 손짓을 보였다. 선수 본인은 "킥이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였다고 했지만 이 장면은 중계화면을 탔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후 최강희 감독과 수원 팬들 사이에서 마찰이 생겼다. 수원 매튜의 손짓뿐 아니라 수원 팬들의 직접적인 조롱에 최강희 감독이 참지 못한 것이다. 경기 이후 인터뷰에서 최강희 감독은 수원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것을 이야기하며, 수원 팬들에 대한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매튜의 손짓과 수원 팬들의 언행의 시작점은 지난 해 불거진 전북 스카우터의 심판 매수 사건이다. 전북의 스카우터 A씨가 경기에서 유리한 판정을 받기 위해 K리그 2명의 심판에게 돈을 송금한 혐의가 드러난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전북을 제외한 모든 구단 팬들이 심판매수 사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경기장에서 보여주었다. 무엇보다도 '승부조작'이라는 단어가 K리그에 다시 붙었다는 것이 팬들의 분노를 일으켰고, 결국 매튜와 수원 팬들의 언행도 이 사건에서 만들어진 결과였다. 90분 안의 문제의 시작점은 경기장 밖에 있었다.
비슷한 사건과 다른 결말잠깐 시계를 뒤로 돌려보자. 이탈리아에서는 전 세계 축구팬들을 경악하게 했던 승부조작 사건이 있었다. '칼치오폴리'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유벤투스의 단장이었던 루치아노 모지가 구단에 재직할 당시 있었던 일이 뒤늦게 밝혀지며 시작됐다. 팀의 승리를 위해 심판의 배정에 관여하고, 언론까지 매수해 유벤투스에게 유리한 여론이 만들어지게끔 요청하는 등 모지는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경기결과를 바꾸려는 시도를 했다. 결국 이 행동은 유벤투스에 재앙을 떠안겼다.
이탈리아 축구협회는 초기 징계안으로 유벤투스를 1부리그 세리에A에서 3부리그 세리에C로 강등시키고 승점을 30점 감하는 결정을 했다. 그리고 이 사건과 관련된 팀들 역시 2부리그 세리에B로 강등시키고 승점을 7~15점 감하는 방안이었다. 물론 징계안이 감소되어서 유벤투스는 세리에B로 강등과 승점삭감, 관련 팀들은 잔류와 승점삭감의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인 일이었다. 강등뿐 아니라 해당 기간 유벤투스가 거머쥔 2회의 리그 우승도 취소되었다. 이탈리아 축구협회의 이런 중징계는 승부조작에 대한 엄벌로서 축구사에 기록될만한 일이었다.
다시 시계를 되돌려서 지난 해 전북 스카우터의 심판매수 징계결과 발표가 있던 날로 가보자. 심판은 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었고, 전북의 스카우터 역시 검찰 조사 결과 혐의가 드러났다. 심판과 스카우터간의 접촉으로 경기 결과에 영향을 준 것이 명백해진 상황에서 모두가 중징계를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맹은 전북에게 단지 승점 9점 감점과 벌금 1억원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최강희 감독마저 "2부리그로 강등이 되는 상황도 고려하고 있었다"고 말할 정도로 모두가 중징계를 예상한 상황에서 전혀 걸맞지 않는 경징계가 나왔다. 결국 이 9점 감점 징계로 인해 마지막 라운드에 우승팀이 변경되며, 2016 K리그는 마지막까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연맹이 어떠한 근거로 이러한 징계 결정을 했는지는 몰라도, 이 징계로 인해 전북은 심판 매수 사건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었다. 또한 팬들의 분노도 가라앉을 수 없었다.
전북을 향한 손가락질 끝이 날 것인가결국 수원의 매튜는 이동국에게 한 손짓과 언행으로 벌금 200만원과 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매튜의 손짓과 언행은 어쩌면 K리그에 퍼져있는 전북에 대한 불신의 표시였을지도 모른다. 결국 전북이 받았어야 마땅한 벌을 연맹이 내리지 않았기에 전북은 신뢰를 복구하지 못했다.
칼치오폴리 사건 이후 유벤투스는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유벤투스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2부리그에서 승점을 삭감당한 채로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의 유벤투스는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구단이 되었다. 죄에 대한 벌을 받고,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였기에 불미스러운 사건에도 인기구단으로서의 위치를 지킬 수 있었다.
전북은 어쩌면 첫 번째 단추가 꼬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최강희 감독마저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징계가 아니었다"고 말 할 정도로 가벼운 징계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의심만 한다면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결국 해결책은 투명성이다. 팬들이 의심을 벗어버리기 위해서는 공정한 판정이 나와야 한다. 심판과 구단 스카우터의 접촉이 사건의 본질인데, 어떻게 팬들이 전북에 대한 판정을 쉽게 믿을 수 있겠는가.
연맹도 잘못에 대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연맹의 솜방망이 처벌로 시작된 불신은 이제 전북에게 '적반하장'이라는 말을 듣게 하고 있다. 또한 잇달아 전북을 상대로 한 팀들이 논란의 판정의 대상이 되었다. 불과 작년에 사건이 있었던 것을 잊은 듯이 심판판정에 대한 논란은 이번 시즌 내내 이어졌다. 연맹은 스스로 왜 이런 사태가 끝나지 않는지 잘 생각해봐야한다. 잘못에 대한 변화가 없다면 사건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