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터너(좌)와 코디 벨린저

저스틴 터너(좌)와 코디 벨린저 ⓒ LA다저스


컵스가 정말 총력전을 펼친 끝에 로스엔젤레스로 가는 비행기를 타게 됐다. 한국시간 13일에 열렸던 컵스와 워싱턴의 디비전시리즈 5차전은 양팀 합계 17안타가 터지는 난타전 끝에 컵스가 이겼다. 시리즈 내내 초접전을 펼쳤던 두 팀은 오늘도 내용만 투수전에서 타격전으로 바뀌었을 뿐, 여지없이 초박빙의 승부를 이어갔다. 결국 컵스가 선발인 호세 퀸타나를 당겨쓰고 웨이드 데이비스에게 2.1이닝을 맡기는 초강수까지 두고 리드를 지켜내며 승리했다.

컵스와 워싱턴이 연일 초박빙 상황에 승부를 벌일 동안, 올해 최다승 팀인 다저스는 애리조나를 간단히 눌러버리고 3경기 만에 시리즈를 끝냈다. 이동 거리도 얼마 없었던지라 휴식으로 충분히 재정비를 한 상황에서, 다저스는 고생 끝에 진출한 시카고 컵스를 동부의 워싱턴에서 서부의 LA로 불러들여 경기를 치르게 됐다.

# 컵스 vs 다저스
 양팀 주요 성적 비교

양팀 주요 성적 비교 ⓒ 정강민


컵스는 워싱턴과 정말 대등한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했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됐다. 어제도 1-0 승부가 8회 5-0으로 갈린 걸 제외하면, 시리즈 모든 경기 모든 이닝에서 절대 3점 차 이상으로 벌어지도록 놔두질 않았다. 오늘도 8-4로 벌어지자 6회말에 곧바로 워싱턴의 만회점이 나왔고, 7-8회에도 추격의 점수를 뽑는 등 그 승패를 단정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컵스의 마운드 소모가 심했다. 4차전과 5차전은 마땅치 않은 팀 사정 등으로 인해 1-4선발이 모두 등판을 했다. 아리에타와 레스터, 퀸타나의 등판으로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을 맡길 투수가 마땅치 않다. 그나마 퀸타나가 얼마 던지지 않았지만, 오늘 성과가 시원치 않아 하루 쉬고 선발로 내보내기엔 불안하다. 불펜은 도무지 믿음을 주질 않는 활약을 하며 매든 감독이 투수교체 타이밍을 잡을 때마다 고뇌를 안겨주었다.

다저스는 정말 고무적인 성과를 들고 챔피언십시리즈로 향했다. 3연승으로 디비전시리즈를 깨끗이 끝내버렸으며, 강력한 무기인 불펜진에게 많은 휴식을 줄 수 있게 됐다. 커쇼 경기에서도 많은 득점지원과 불펜의 도움으로 승리를 챙겨주며 에이스 투수에게 자신감을 심어줬고, 마에다의 불펜행과 2-3차전 감행한 퀵후크 모두 의도대로 되면서, 뜻하는대로 시리즈가 가면 다저스가 얼마만큼 저승사자가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런데 다저스는 징크스가 있다. 바로 챔피언십시리즈 울렁증. 마지막 WS 우승 시점인 1988년 이후 진출한 4번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모두 탈락했다. 특히 1차전 성적도 4전 전패. 특히 이 4번 중 2번이 디비전시리즈 스윕 후에 이뤄진 시리즈였다. 당시 다저스는 2년 연속으로 챔피언십시리즈에서 격돌한 필라델피아에게 1차전을 전부 내주고 2승 8패로 약세를 보였다. 그 좋은 흐름이 1차전에 경기 내주고 맥이 끊긴 이후 끈질긴 추격도 못해보고 시리즈를 끝냈다. 이번엔 1차전을 기필코 사수해야 좋은 분위기 속에 시리즈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선발투수진 분석
 양팀 선발진 주요 성적 지표

양팀 선발진 주요 성적 지표 ⓒ 정강민


컵스의 선발투수진은 상대를 훌륭히 막았다. 오늘 같은 시리즈에 두 번째로 나섰던 헨드릭스가 좀 고전하긴 했지만, 선발로 나선 4명은 흠잡을 데 없는 피칭이었다. 경기 후반부 집중력이 대단했던 워싱턴 타선이었지만 초반부의 워싱턴 타선의 공격은 조용히 지나갔다. 불펜의 불안함을 감안했을 때, 컵스가 월드시리즈에 또다시 오르기 위해서는 선발투수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그러나 4-5차전 자신들의 선발진이 모두 불펜-선발로 모두 나서면서 초반 선발싸움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

다저스의 선발진은 커쇼를 제외하곤 평소대로 퀵후크가 적용됐다. 힐과 다르빗슈는 평소대로 마운드에 오른 동안 전력으로 상대 타선을 맞았다. 힐은 득점 찬스에서 과감한 대타 기용으로 4이닝만 소화했고 다르빗슈는 6회 첫 타자인 크리스티안 워커의 헬맷 챙을 맞추는 위험천만한 투구로 인해 투구 밸런스 붕괴와 부상을 우려해 교체됐다. 퀵후크 없이 갔던 커쇼는 미리 대비를 해놓긴 했지만 마지막 타자들에게 연속 홈런을 허용하며 강판됐다. 다르빗슈와 3주 간 공백을 깨고 등판할 우드가 활약이 중요하다. 그들이 도와줘야 작년의 큰 패배요인이었던 선발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고, 더불어 커쇼의 부담도, 불펜의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다.

# 불펜투수진 분석
 양팀 불펜투수진 주요 성적 지표

양팀 불펜투수진 주요 성적 지표 ⓒ 정강민


컵스의 불펜진은 휴스턴 못지않게 골칫거리였다. 1차전에는 고민이 아니었다. 헨드릭스가 7이닝을 끌기도 했지만, 올라온 불펜투수들은 모두 문제될 게 없었다. 특히 전년도에 비해 성장을 이룬 칼 에드워즈 주니어는 헥터 론돈 등이 담당하던 8회 셋업맨을 맡았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전혀 흔들림 없이 이닝을 소화하며 첫 단추를 잘 끼웠다. 그런데 컵스도 2차전 이후에는 불펜 분위기가 급변했다. 에드워즈가 투런포를 얻어맞으며 징조가 이상했고, 몽고메리가 주자 3명을 홈으로 또 불러들였다. 3차전은 조용했지만 4차전 데이비스의 만루홈런 허용, 5차전 4실점으로 하마터면 시리즈 전체에 초를 칠 뻔 했다.

다저스의 불펜진은 여전히 물량전이었다. 투수 교체의 기조인 '사고 치기 전에 바꾼다'에 충실한 다저스는 3경기에서 불펜투수를 4명씩 기용하며 여전히 이를 잘 지켰다. 모로가 피홈런 한 방 허용하긴 했지만 디비전시리즈에서는 완벽에 가까운 운용이었다. 이번 디비전시리즈에 컵스가 득점이 저조했고, 특히 작년 우승할 때도 컵스 타선은 블랜튼을 제외하면 승리조에게는 터치도 못했다. 작년의 아픔을 씻고 월드시리즈 진출을 하기 위해선 올해도 다저스 불펜진의 활약이 중요하다.

# 타선 분석
 양팀 타선 주요 성적 지표

양팀 타선 주요 성적 지표 ⓒ 정강민


컵스의 공격력은 5차전을 제외하면 전혀 살아나질 못했다. 4차전 이전에는 리조 홀로 분투했다. 콘트레라스가 출루로 거들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파트너 브라이언트도 크게 부진했고 나머지 타자들도 활약이 미진했었다. 워싱턴 타선이 컵스에 맞먹는 심한 부침을 겪었기에 다행이었지, 만약 워싱턴 타선이 보스턴이나 콜로라도 수준의 컨디션만 보여줬어도 컵스는 짐 쌌어야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수비마저도 불안했다. 특히 에러가 무려 8개가 쏟아져나왔다. 공수 모두에서 최저점에 있었던 컵스 야수진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월드시리즈 진출은 고사하고 다저스에게 단숨에 집어삼켜질 것이다.

반면 다저스의 공격력은 디비전시리즈 내내 좋았다. 자신들을 상대로 정규시즌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던 애리조나 투수진을 상대로 끈질긴 승부를 계속 이어오면서 대부분의 타자들이 출루에 성공했다. 애리조나는 투구 수가 너무 많이 불어나고 실점을 한 선발진을 빠른 타이밍에 내릴 수 밖에 없었고 약한 불펜투수들을 상대로 여유있게 점수 필요할 때 추가점을 쉽게 내면서 시리즈를 쉽게 끌고갔다. 디비전시리즈에서 컵스 불펜진의 안정성이 심히 떨어져보였기에, 디비전시리즈 때처럼 다저스 타선이 상대 선발진을 빠르게 마운드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면 시리즈 향방을 쉽게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승부 예상

컵스가 비록 4차전까지는 답답한 공격력이었지만 5차전에는 달랐다. 흔들리는 상대 투수진과 야수들을 상대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빅이닝을 만들어냈고 추가점도 얻어냈다. 다저스 선발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분위기 반전을 이루고 나온 상황에서 다저스 선발진을 상대로도 기세를 올린다면 휴스턴처럼 불펜의 불안함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컵스 타선이 살아난 기세를 타고 부활을 이룰 수 있느냐가 NLCS, 더 나아가 월드시리즈 진출을 해도 컵스에게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다저스는 디비전시리즈의 좋았던 흐름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4일의 휴식일 이후 치르는 1차전이 상당히 중요하다. 때로 너무 일찍 시리즈를 끝내는 게 오히려 좋았던 흐름을 지워버리는 독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 이 점이 다저스가 가장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특히 '단기전에서 공격력 믿으면 안된다'는 격언이 있듯, 흐름에 크게 좌우되는 공격력이 휴식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느냐가 시리즈의 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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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십시리즈 포스트시즌 메이저리그 다저스 컵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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