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년대는 팝, 록 음악의 황금기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뛰어난 재능의 싱어송라이터들을 다수 배출한 시대였다. 지금은 소위 '전설'로 추앙 받는, 그 시절을 대표하는 음악인 2명이 때마침 새 음반을 나란히 발표했다. 공연 실황, 미공개곡 모음집 등 성격은 달라도 그들의 신작은 한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1970년대 황금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캐롤 킹의 명반 < Tapestry > 생애 첫 전곡 라이브 녹음

 캐롤 킹의 공연 실황 음반 < Tapestry : Live In Hyde Park > 표지

캐롤 킹의 공연 실황 음반 < Tapestry : Live In Hyde Park > 표지 ⓒ 소니뮤직코리아


​캐롤 킹(Carole King, 1942년생)은 팝 역사상 가장 많은 빌보드 히트곡을 만든 여성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였다. 지난 1960년대 이후 1999년까지 무려 118곡(리메이크 버전 포함)이나 빌보드 Hot 100 인기곡 순위에 등장했는데 이는 여타 유명 남성 작곡가들조차도 엄두를 낼 수 없는 업적이다.

1960년대 첫 남편 제리 고핀(작사가)와 호흡을 맞춰 만든 'The Loco-Motion'(원곡 가수 리틀 에바), 'Will You Love Me Tomorrow'(셰릴스), 'Up On The Roof'(드리프터스) 등은 하루가 멀다하고 1위에 오를 만큼 이들 부부에게 엄청난 부와 명예를 안겨준다. (최근 브로드웨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토니상 수상 뮤지컬 <뷰티풀>은 이 무렵의 캐롤 킹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로 인해 이들 명 콤비의 호흡은 오래가지 못했고 고향 뉴욕을 떠나 두 딸을 이끌고 LA로 이주한 그녀는 이후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시작한다.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던 포크 록 그룹 시티(The City)를 거쳐 발표한 자신의 첫 음반 < Writer >(1970)은 기대와 달리 대중들에겐 큰 사랑을 받지 못했다.

절치부심한지 1년여, 친구 제임스 테일러와 조니 미첼, 시티 시절의 기타리스트 대니 코치마, 새로운 작사가 토니 스턴 등의 도움을 빌어 만든 1971년 두번째 솔로 음반 < Tapestry >는 팝 역사상 길이 남을 업적을 지금까지 남겼다.

- 15주 연속 빌보드 200 음반 순위 1위 (1992년 휘트니 휴스턴의 <보디가드> OST 등장 전까지 여성 가수 최고 기록)
- 300주간 빌보드 200 순위 유지 (아델의 <21> 등장 전까지 여성 가수 최고 기록)
- 미국내 1천만장 판매 (1985년 휘트니 휴스턴의 데뷔 음반 < Whitney Houston > 등장 이전 여성 가수 최다 판매 음반)
- 그래미 어워드 본상 3개 포함 4개 부문 석권 (Record Of The Year, Song Of The Year 부문 여성 최초 수상)
- 빌보드 Hot 100 1위곡 'It's Too Late'/'I Feel The Earth Move' (양면 싱글) 배출
- 2005년 롤링 스톤 매거진 선정 역사상 위대한 음반 500장 중 36위


제임스 테일러의 버전으로도 유명한 'You've Got A Friend' 등 대부분의 수록곡이 유명할 만큼 전설적인 명작으로 추앙받는 < Tapestry >지만 정작 그녀는 자신의 공연에선 일부 인기곡을 제외하곤 전곡 모두를 라이브로 들려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영국 런던 하이드 파크에서 열린 브리티쉬 섬머 타임(BST)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참석한 캐롤 킹은 12곡 전곡을 생애 처음으로 음반 순서 그대로 소화하면서 45년 전의 감동을 재현했다. < Tapestry Live In Hyde Park >는 바로 이날의 모든 것을 2장의 음반에 고스란히 녹여낸 공연 실황음반으로 자신의 딸이자 가수 루이스 고핀, 50년지기 기타리스트 대니 코치마, 뮤지컬 <뷰티풀> 출연진들이 참여하면서 원곡의 감흥을 거의 그대로 살려낸다.

비록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 때문에 공연 초반 불안한 음정으로 위태롭게 노래하기도 했지만 열정적인 피아노 연주와 원키에 그대로 맞춘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생기 발랄하다. 특히 'You've Got A Friend', '(You Make Me Feel) Like A Natural Woman' 등에선 6만 5천 여 관객들의 떼창이 어울어지며 라이브의 참맛을 들려준다. 한편으론 그녀의 생애 마지막 대규모 공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듣는 이에겐 울컥하는 마음을 일으키게도 하는, 묘한 감정을 만들어준다. (Tapestry: Live in Hyde Park 공식 트레일러 영상)

얼터너티브 록의 아버지, 닐 영의 미공개곡 모음집 < Hitchhiker >

 닐 영의 2017년 새 음반 < Hitchhiker > 표지

닐 영의 2017년 새 음반 < Hitchhiker > 표지 ⓒ 워너뮤직코리아


캐나다가 배출한 최고의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 닐 영(Neil Young, 1945년생)을 가르쳐 혹자는 얼터너티브 록, 그런지 록의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Heart Of Gold'처럼 어쿠스틱 기타 한 대만으로 잔잔하게 노래하다가도 'Rockin' In The Free World' 마냥  공격적이면서 거친 일렉트릭 기타 연주를 동반한 록을 들려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훗날 합작 음반을 만들기도 했던 펄 잼, 너바나 등 1990년대 일련의 록밴드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던 그는 2000년대 이후 더욱 왕성한 음반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매년 1~2장 씩 신보를 연이어 내놓을 정도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생애 통산 38번째 스튜디오 음반으로 지난달 발매된 < Hitchhiker >는 다소 특별한 성격의 작품이다. 신작이지만 실제 내용물은 1976년 8월 11일 말리부의 스튜디오에서 별다른 오버 더빙 없이 보컬, 기타, 피아노 등 단순한 구성으로 단 한 번에 일사천리로 녹음된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의 작업이 그의 마음엔 그리 탐탁지 못했던지 이날의 작업은 그냥 스튜디오의 보관함에 그냥 묻히고 말았다. 물론 전체 10곡 중 8곡은 이후 일렉트릭 기타 연주를 입힌 리믹스, 자신의 백밴드 크레이지 호스와의 재녹음 등을 빌어 재탄생하신 했지만 날 것 그대로 세상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본작에서 가장 돋보이는 곡들은 기존 닐 영의 팬과 해외 비평가들에게 친숙한 첫 두 곡 'Pocahontas', 'Powderfinger'다. 인디안 사냥꾼을 꿈꿨던 자신의 어린 시절의 꿈+1970년대 미국 사회의 이야기를 투박한 감성으로 부른 'Pocahontas', 폭력이 난무하는 서부 시대를 그린 'Powderfinger'는 이른바 '일렉트릭 버전'의 기존 발표곡과 달리 어쿠스틱 기타 한대만으로 색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머릿곡 'Hitchhiker' 역시 지난 2010년 거의 소음에 가까울 정도의 일렉트릭 기타 반주만으로 구성했던 음반 < Le Noise > 버전과 비교해서 타악기 질감의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로크 연주로 극단적인 대비를 이룬다.

기타 들고 노래하는 요즘의 제이슨 므라즈, 에드 시란 같은 아기자기한 소리는 여기선 찾아볼 수 없다. 요즘 음악팬들에겐 다소 심심한 맛을 줄 수 밖에 없겠지만 즉흥성이 가미된 단순 반복적인 곡들은 치밀하게 계산된 방식의 요즘 팝 음악과는 차별되는 닐 영 특유의 독자성을 보여주기에 여전히 부족함이 없다. (닐 영 Powderfinger 뮤직비디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닐영 캐롤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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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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