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영광의 시대는 역시 '92연승 신화'와 '겨울리그 9연패'를 달성했던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는 장윤희, 이도희, 홍지연, 박수정, 정선혜로 이어지는 호남정유 5인방에 한일합섬의 라이트 김남순을 더해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 대표팀을 이끈 사령탑은 다름 아닌 호남정유의 '독사' 김철용 감독이었다.

GS칼텍스는 프로 출범 후에도 2007-2008 시즌과 2013-2014 시즌 두 번에 걸쳐 V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2007-2008 시즌엔 챔프전에서 '여제' 김연경(상하이)이 이끄는 흥국생명을 꺾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생각해 보면 전성기의 김연경과 황연주(현대건설)에 외국인 선수 마리까지 있던 흥국생명을 꺾은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2013-2014 시즌 두 번째 우승 이후 GS칼텍스는 다시 동력을 잃고 최근 세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선수들의 FA 이적과 은퇴, 트레이드 등을 통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젊은 팀을 구축한 GS칼텍스는 지난 천안·넵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017-2018 시즌 '겁 없는 아이들'의 돌풍을 예고했다.

국가대표 센터 배유나 공백 절감하며 세 시즌 연속 봄배구 탈락

 지난 시즌 토종 선수 득점 3위 이소영은 무릎부상으로 사실상 시즌아웃이 확정됐다.

지난 시즌 토종 선수 득점 3위 이소영은 무릎부상으로 사실상 시즌아웃이 확정됐다. ⓒ 한국배구연맹


2015-2016 시즌 5할 승률을 기록하고도 승점 1점 차이로 봄배구 진출이 좌절된 GS칼텍스는 시즌이 끝난 후 정지윤 세터와 표승주, 배유나가 나란히 FA자격을 얻었다. GS칼텍스는 정지윤과 표승주를 무난하게 잔류시켰지만 GS칼텍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배유나는 한국도로공사로 이적했다. 가뜩이나 한송이(KGC인삼공사)의 부진으로 고민이 많았던 센터진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이다.

GS칼텍스는 배유나에 대한 보상 선수로 윙스파이커 황민경(현대건설)을 지명했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1994년생의 젊은 라이트 공격수 알렉사 그레이를 선발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강릉여고의 세터 안혜진을 선택했다. 팀의 기둥이었던 국가대표 센터 배유나를 잃었음에도 센터진을 보강하겠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은 채 시즌을 맞은 것이다.

중앙에 훤히 보이는 약점이 있는 GS칼텍스가 성적이 잘 나올 리 없었다. GS칼텍스는 외국인 선수 알렉사가 득점 부문 상위권을 달리며 분전했지만 한송이와 짝을 이룰 센터 자원을 끝내 키워내지 못했다. 결국 GS칼텍스는 2라운드까지 4승 6패에 머물며 부진했고 이선구 감독이 자진 사퇴하며 팀을 떠나는 악재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후임 차상현 감독을 일찍 선임해 감독 공백 상태를 최소화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차상현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노장 정지윤 세터 대신 젊은 이나연 세터를 주전으로 중용하고 도로공사 시절 센터 경험이 있는 표승주에게 중앙을 맡겼다. 공수에서 팀을 이끌며 부담이 컸던 '아기용병' 이소영은 조금 더 공격에 집중시키고 이소영의 리시브 부담은 '밍키' 황민경으로 하여금 나누게 했다. 후반기에는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을 마친 2015-2016 시즌 신인왕 강소휘까지 가세하며 팀 전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비록 전반기에 상위권 팀들과의 격차가 심하게 벌어지면서 봄배구 진출은 또 한 번 좌절됐지만 GS칼텍스는 마지막 6라운드에서 3승 2패로 분전하며 다음 시즌 활약을 기대케 했다. 토종 거포 이소영이 득점 8위(427점, 국내선수 3위)에 올랐고 표승주가 서브 3위(세트당 0.26개), 나현정 리베로가 디그 부문 1위(세트당 6.63개)에 오르며 개인기록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더욱 젊어진 GS칼텍스, 2017-2018 시즌 돌풍 몰고 올까

 1990년생 나현정 리베로는 외국인 선수 듀크를 제외하면 GS칼텍스의 최연장자다.

1990년생 나현정 리베로는 외국인 선수 듀크를 제외하면 GS칼텍스의 최연장자다. ⓒ 한국배구연맹


GS칼텍스는 2016-2017 시즌이 끝나고 정지윤 세터가 은퇴하고 FA자격을 얻은 황민경이 현대건설로 이적했다. 물론 여기까지는 GS칼텍스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하던 부분이었다. GS칼텍스는 황민경에 대한 보상 선수 지명권으로 국가대표 센터 김유리를 영입하는 수완을 발휘했다(한유미 지명 후 트레이드). 인삼공사와의 트레이드를 통해서는 또 한 명의 센터 유망주 문명화와 백업 레프트 자원 김진희를 영입했다.

하지만 팀 내 토종 거포 이소영이 대표팀에 차출됐다가 십자인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것은 차상현 감독의 계획에 없던 일이다. 그나마 다행스런 부분은 위 종양제거수술을 받으면서 대표팀에서 제외된 강소휘의 복귀시기가 빨랐다는 점. 강소휘는 천안·넵스컵에서 GS칼텍스의 공격을 이끌며 대회 MVP에 선정됐다.

GS칼텍스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도 1순위 후보였던 이리나 스미르노바, V리그 득점왕 출신의 헤일리 스펠만을 제치고 태국리그에서 활약했던 세네갈 출신의 파토우 듀크를 지명했다. 듀크는 6개 구단 외국인 선수 중에서 가장 나이(1985년생)는 가장 많고 신장(180cm)은 가장 작지만 이미 천안·넵스컵에서 뛰어난 탄력과 체공력으로 위력적인 공격력을 뽐낸 바 있다.

국가대표 센터 김유리와 함께 중앙을 책임질 센터 유망주들의 활약도 기대를 모은다. 인삼공사 시절 유희옥과 한수지에 밀려 벤치로 밀려 났던 189cm의 장신 유망주 문명화는 지난 컵대회 준결승에서 블로킹 4개, 결승에서 3개의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뛰어난 높이를 과시했다. 센터와 라이트를 오갈 수 있는 이영은 컵대회 속공 성공률이 무려 90%(9/10)였다. 두 선수의 높이와 공격력이 잘 조화를 이룬다면 이번 시즌 GS칼텍스의 센터진은 결코 약하지 않다.

GS칼텍스는 외국인 선수 듀크를 제외하면 팀 내 80년대 태생 선수가 아무도 없다. 그만큼 젊고 패기 넘치는 팀 색깔을 가졌다는 뜻인데 이는 장기 레이스에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젊음과 패기를 앞세워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팀의 구심점이 없어 승부처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무너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난 시즌에도 GS칼텍스는 20점을 넘긴 세트 후반에 속절 없이 무너지는 경기가 유난히 많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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