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뉴이스트 멤버들의 <프로듀스 101> 출연 당시 모습.  왼쪽부터 강동호, 김종현, 최민기, 황민현.

뉴이스트 멤버들의 <프로듀스 101> 출연 당시 모습. 왼쪽부터 강동호, 김종현, 최민기, 황민현. ⓒ CJ E&M


[기사 수정: 11일 오후 5시 31분]

지난 4월 <프로듀스 101> 시즌2가 처음 방영되었을 때 참가자 중 뉴이스트 4인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아직 데뷔조차 안 한 연습생들과 달리, 이들은 이미 활동한 지 벌써 6년째를 맞은 중고참 그룹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싱글 < Face >로 데뷔할 때만 하더라도 뉴이스트의 미래는 장밋빛일 줄만 알았다. 신인 그룹으론 이례적으로 몇천만 회 조회 수를 기록한 유튜브 조회 수부터, 야심 찬 일본 진출까지….

하지만 생각만큼 이들의 행보는 순탄치 못했다. 그룹의 존폐 위기 상황에서 선택한 <프로듀스 101> 출연은 그들에겐 마지막 지푸라기라고 잡는 심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들이 경연 과정에서 흘린 땀과 눈물에 많은 대중은 동화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 황민현은 11명의 워너원 멤버 중 한 명으로 선발되었다. 비록 김종현, 강동호, 최민기는 최종 11인에 들지 못했지만 웬만한 유명 그룹 멤버 이상의 인지도와 인기를 얻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프로듀스 101> 마지막 회(6월 16일)가 방영된 직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틑날 새벽부터 뉴이스트의 이전 발표곡들이 갑자기 주요 음원 순위에 지각 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저 일시적인 현상일 줄 알았지만 3개월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 '여왕의 기사', '러브 페인트', '여보세요' 등은 여전히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들 노래의 "역주행"은 뉴이스트 부활의 원동력이 되어줬다.

팬서비스 차원에서 7월 말 공개한 디지털 싱글 <있다면>은 별다른 활동 없이도 음악 방송 순위 1위 후보에 오르는 등 연이은 이변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리고 10월 '4인조 유닛' 뉴이스트W의 새 음반 < W.HERE >가 공개된다.

4인 체제의 첫 음반 < W.HERE >

 뉴이스트W의 새 음반 < W.HERE > 표지.

뉴이스트W의 새 음반 < W.HERE > 표지. ⓒ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내년 12월 말까지 워너원으로 활동하는 황민현을 제외한 JR(김종현), 렌(최민기), 백호(강동호), 아론 등 4명의 한시적 유닛 체제 '뉴이스트W'로 처음 발매된 새 음반 < W.HERE >는 2곡의 단체 곡, 4곡의 솔로곡 등 총 6곡의 신곡들로 채워졌다.

기존 뉴이스트 음반을 비롯한 플레디스 소속 인기그룹 세븐틴과 프리스틴의 주요 곡을 담당한 BUMZU(계범주)가 이번에도 핵심 작곡/편곡자로서 중심을 잡아줬고 백호(작곡), JR(작사) 등 멤버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앞선 뉴이스트의 작품들은 템포 빠른 곡 + 격렬한 퍼포먼스를 앞세운 기존 아이돌 그룹들과 달리, 서정성을 담아낸 수려한 멜로디의 음악, 마치 순정만화 속 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콘셉트로 차별화를 추구했었다.

최신 유행과는 거리가 먼 행보가 이들의 발목을 잡기도 했지만, 기존 발표곡들의 "지각 인기"에서 보듯 이런 선택은 결과적으론 옳았다.

< W.HERE >는 보컬의 한 축이었던 황민현의 부재+4인 현재 구성원에게 맞는 조합으로 기존 5인 시절 뉴이스트의 음악적 흐름을 계승하고 있다.

세련된 R&B('여왕의 기사'), 유로 일렉트로닉 팝('러브 페인트')를 선사했던 지난해와 달리 머릿곡 'Where You At'에선 이른바 퓨쳐 베이스 기반의 음악을 앞세웠다. 중음역대를 책임진 아론과 렌+공동 작곡자이기도 한 백호의 샤우팅 보컬 + 흔들림 없이 팀을 이끌어온 리더 JR의 랩이 어우러지며 듣는 재미를 더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라는 옛말처럼 물량 공세급으로 제작한 뮤직비디오 역시 판타지 성향을 앞세웠던 기존 뉴이스트 콘셉트의 계승+뉴이스트W라는 현재의 모습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

노력 없는 기적은 없다

 뉴이스트W. 왼쪽부터 아론, JR, 백호, 렌.

뉴이스트W. 왼쪽부터 아론, JR, 백호, 렌. ⓒ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음반 전체적으론 멤버들의 솔로곡 비중이 높긴 하지만 '유닛'으로서의 다양성을 보여주기엔 적합한 방식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험난한 길을 걸어온 자신과 동료들의 이야기를 무덤덤하게 이야기하는 JR의 솔로곡  'WITH', 팬 송의 의미도 지닌 백호의 '지금까지 행복했어요'는 뉴이스트라는 팀을 사랑하는 팬들을 살짝 울컥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도 담겨있다.

혹자는 뉴이스트W의 성공을 기적이라고 말한다. 최근 4개월여 사이에 이들을 둘러싼 모든 것이 마치 영화, 드라마 속 이야기처럼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그룹에서 활동하다 <프로듀스 101>에 출연한 참가자들은 제법 많았지만, 뉴이스트만큼 원소속팀이 큰 반향을 얻은 사례는 전무후무했다. <프로듀스 101>이 JR, 렌, 백호 등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된 건 분명하지만 결과적으로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건 오롯이 이들의 노력이 컸다.

노력 없는 기적은 없다.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벼랑 끝 상황에서도 이들은 희망의 불씨를 피우는 데 성공했다. 뉴이스트W와 < W.HERE >은 바로 그러한 노력의 결실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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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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