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추석연휴 기간 동안 다양한 형태의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이 각 채널을 통해 방영되었다.  KBS 2TV를 통해 지난 7일과 8일, 이틀동안 안방을 찾은 <건반 위의 하이에나> 역시 그러한 목적으로 탄생한 프로 중 하나였다.

동시간대 편성된 한국 대 러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등에 밀려 비록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윤종신, 그레이 등 출연진이 만든 노래들은 공개와 동시에 주요 음원 사이트 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방송을 능가하는 화제몰이에 나섰다. 

정규 편성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이지만 <건반 위의 하이에나>는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예능'이라는 가벼운 틀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는 유익한 시간을 마련했다. 그저 가창력 뽐내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최근 '음악 예능'과의 차별화는 <건반 위의 하이에나> 만의 돋보이는 부분 중 하나였다.

전통적인 작업법을 선보인 정재형-윤종신

 < 건반 위의 하이에나 >의 한 장면.  피아니스트 정재형은 소속사 후배 정승환과 함께 곡 작업에 몰입했다 (방송화면 캡쳐)

< 건반 위의 하이에나 >의 한 장면. 피아니스트 정재형은 소속사 후배 정승환과 함께 곡 작업에 몰입했다 (방송화면 캡쳐)ⓒ KBS


50대를 바라보는 중견 음악인 정재형, 윤종신의 작업법은 수백년 이상 명맥을 이어온, 지금도 유효한 작곡 방식 중 하나다. 피아노, 기타 등으로 기본적인 멜로디의 틀을 만들고 (방송에선 보이지 않았지만) 이후 편곡 과정을 통해 현악기, 드럼 등 나머지 악기 연주를 입혀 녹음을 완성한다.

물론 정재형과 윤종신 두 사람은 다른 방식으로 곡작업을 진행한다. 영감을 얻기 위해 정재형은 멀리 강원도 바다를 찾아 자연 속에서 서핑을 즐기고 낡은 피아노 한 대에 의존해서 멜로디, 가사를 만들기 위해 부던히 애를 썼다. 반면 윤종신은 그리 크지 않은 작업실에서 기타 치고 노트북에 가사를 입력하는 평이한 형식으로 곡 작업을 진행한다.

 < 건반 위의 하이에나 >의 한 장면.  윤종신은 건반 연주에 능한 작곡가 강화성의 도움을 빌어 곡을 만들어 나갔다. (방송화면 캡쳐)

< 건반 위의 하이에나 >의 한 장면. 윤종신은 건반 연주에 능한 작곡가 강화성의 도움을 빌어 곡을 만들어 나갔다. (방송화면 캡쳐)ⓒ KBS


정통 클래식을 전공한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정재형과 달리, 윤종신은 간단한 기타 반주만 가능하다는 연주력의 차이로 인해 후자는 건반 연주에 능한 작곡/편곡가(강화성)의 힘을 빌려 노래를 만들어 나갔다.

직접 악기를 연주하면서 즉흥적인 감성을 채보, 메모하는 식으로 작업한다는 점에선 최근 젊은 음악인들의 컴퓨터 기반 작곡법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게 이들 1990년대 음악인들의 작업법이었다.

시퀀싱 프로그램을 활용한 컴퓨터 기반 작곡... 그레이-펜타곤 후이

 < 건반 위의 하이에나 >의 한 장면.  그레이는 기본 비트를 먼저 마련해 놓고 여기에 동료 후디, 로꼬, 슬리피 등이 각각 멜로디와 랩을 만들어 입히는 방식으로 곡을 만들었다. (방송화면 캡쳐)

< 건반 위의 하이에나 >의 한 장면. 그레이는 기본 비트를 먼저 마련해 놓고 여기에 동료 후디, 로꼬, 슬리피 등이 각각 멜로디와 랩을 만들어 입히는 방식으로 곡을 만들었다. (방송화면 캡쳐)ⓒ KBS


이에 반해 20대와 30대를 대표한 후이, 그레이는 철저히 컴퓨터를 활용한 작곡법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가장 뜨거운 프로듀서 중 한 명인 그레이의 작업은 요즘 국내 가요계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할 만하다.

이른바 "비트를 찍는다"라는 표현처럼 기본적인 리듬(드럼, 베이스 등 타악기 중심)을 그레이가 먼저 만들어 놓은 후 여기에 즉흥적으로 동료 음악인이 멜로디를 만들고(이른바 '탑 라이너' 역할) 랩을 입히면서 한번에 녹음+믹싱+마스터링 작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을 한다.

철저히 싱글 위주 + 다작이 필요한 시대임을 감안하면 이게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 될 수도 있다.

반면 가장 '짠내 나는' 환경 속에서 곡을 만든 아이돌 그룹 펜타곤의 리더 후이는 어떤 면에선 열악한 여건 속에서 작곡가를 꿈꾸며 자신의 일에 매진하는 요즘 청년들의 일상을 그대로 담고 있어서 시청자들의 공감 + 분노를 동시에 자아내게 만들었다.

 < 건반 위의 하이에나 >의 한 장면.  후이(펜타곤)은 연식 오래된 PC 및 장비가 계속 문제를 일으켜 작업 내내 고생을 했다. (방송화면 캡쳐)

< 건반 위의 하이에나 >의 한 장면. 후이(펜타곤)은 연식 오래된 PC 및 장비가 계속 문제를 일으켜 작업 내내 고생을 했다. (방송화면 캡쳐)ⓒ KBS


소속팀 컴백을 앞두고 연습을 한 후에도 밤새가면서 손바닥만한 작업실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낮에는 아르바이트+밤에는 곡 작업을 하는 20대 젊은 작곡가 지망생들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이젠 업계 및 초보자들 조차도 잘 쓰지 않는 '큐베이스5' 같은 구형 시퀀싱 프로그램, '윈도우 7' 기반의 연식 오래된  PC의 잦은 에러(블루 스크린)로 인해 힘겹게 곡을 만들었기에 일부 시청자들은 관련 기사 댓글을 통해 소속사의 처사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다행히 2회 방영분에선 이후 새 PC 등으로 장비를 교체했다는 근황이 전해지긴 했지만.

"투자라고 생각하고 컴퓨터, 키보드 정도만 새로 사줘도 3~4배 이상 뽑아낸다(?)"라는 출연자 윤종신의 말이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았기에, 각종 사고 장면들이 예능적 재미를 위한 인위적인 설정이었기를 바랄 따름이었다.

어찌되었든 4인의 작곡가들의 화면 속 각기 다른 창작 형태는 최근 음악계의 흐름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곡을 만드는 과정에 정답이 없지만 이 프로그램 속에 등장하는 작업 방식은 작곡가를 꿈꾸는 어느 누군가에겐 좋은 곡을 만들기 위한 모범 답안일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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