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VEB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 대 러시아의 경기. 손흥민이 드리블하고 있다.

7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VEB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 대 러시아의 경기. 손흥민이 드리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러시아에 충격적인 완패를 당한 신태용호가 불과 3일만에 아프리카 강호 모로코를 상대로 두 번째 평가전을 가진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 오후 10시 30분(아래 한국시간) 스위스 빌 비엔느의 티소 아레나에서 모로코와 격돌한다.

현재 신태용호를 둘러싼 분위기는 상당히 험악하다. 출범 이후 치른 3경기에서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하며 2무1패(2득점-4실점)에 그치고 있다. 최종예선 이란-우즈벡을 상대로 2연속 무득점 무승부에 그치며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하고도 '어부지리'라는 혹평을 들어야했고, 분위기 반전이 절실했던 지난 7일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는 수비불안을 드러내며 2-4로 완패했다.

대표팀은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을 포함해도 2017년에 치른 총 6차례의 A매치에서 고작 1승 3무 2패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와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이런 전력으로는 본선에서 도저히 경쟁력이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지난 러시아전이 남긴 후폭풍은 신태용 감독의 거취까지 덩달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6월 성적부진으로 경질된 슈틸리케 감독의 후임으로 한국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소방수' 신태용 감독은 출범 4개월만에 벌써 심각한 '레임덕'에 직면해 있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졸전에 가까운 경기력과 잇단 부적절한 언행으로 이미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신 감독은 어렵게 본선진출을 확정한 직후에는 때 아닌 '히딩크 복귀설'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축구협회와 신태용호에 대한 실망감의 반작용으로, 변화를 요구하는 축구팬들은 사이에서 2002년 한일월드컵의 영웅인 히딩크 감독을 다시 데려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신태용호, 모로코전마저 패배하면 '수렁'에 빠질 수도

축구협회는 논란 속에서도 일단 신태용 감독 체제로 월드컵 본선까지 함께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지만 여론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이번 유럽원정 2연전은 신태용 감독에게는 본선까지 안정적인 로드맵을 보장받수 있는 사실상 '중간평가'의 무대로 받아들여졌다. 신태용호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여론을 불식시키고 분위기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중요한 경기였지만, 결과적으로 신태용호는 러시아전의 참패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쓴 셈이 됐다.

그동안 감독교체나 히딩크 복귀설 등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이들조차도 신태용호의 미래에는 고개를 갸웃할만큼 러시아전의 경기력은 최악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본선을 대비한 실험에 초점을 맞추며 애써 대패의 의미를 축소했지만 오히려 여론의 싸늘한 반응만 더 부채질했을 뿐이다. 불안한 수비 조직력과 답없는 해외파 의존도 등 감독교체 이후에도 별다른 긍정적인 변화를 발견할수 없다는 점에서 '대체 슈틸리케 감독 시절보다 나아진게 뭐냐'는 혹평을 피할수 없었다.

러시아전 이후의 분위기는 더 이상 히딩크 복귀설이나 축구협회를 둘러싼 논란과는 또 차원이 다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바로 신태용 감독의 역량과 자질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만에 하나 모로코전마저 놓치거나 자칫 러시아전의 재탕이라도 될 경우, 신태용호를 중심으로 한 한국축구의 본선 로드맵이 시작도 하기 전에 붕괴될지도 모르는 위기다.

 9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빌/비엔 티쏘 아레나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생각에 잠겨있다. 대표팀은 10일 오후 10시 30분 스위스에서 아프리카의 '복병' 모로코와 두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9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빌/비엔 티쏘 아레나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생각에 잠겨있다. 대표팀은 10일 오후 10시 30분 스위스에서 아프리카의 '복병' 모로코와 두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 연합뉴스


아프리카의 강호 모로코는 러시아와 비교해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피파랭킹은 56위로 51위인 한국보다 다섯 단계 아래에 있는 팀이지만 대부분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주축이 된 모로코의 전력은 오히려 한수위라는 평가다. 모로코는 현재 진행 중인 2018 러시아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에서도 C조 1위(2승 3무)에 올라 본선 직행이 유력한 상황이다.

모로코는 한국전을 앞두고 지난 8일 새벽(한국시간) 가봉과의 아프리카 3차예선 C조 5차전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다. 다만 모로코 입장에서는 현재 아프리카 예선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급하게 편성된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과연 얼마나 전력으로 임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1.5군이나 2진으로 나선 모로코마저도 이기지못하면 러시아전 이상의 비난을 들을 것이 불보듯 뻔하다. 결국 이래저래 부담은 마찬가지다.

사실 지난 경기에서 대패하고 똑같은 선수단으로 3일만에 완전히 분위기를 전환하기란 쉽지않다. 심지어 신 감독은 모로코전에서도 또다시 러시아전에서 들고 나온 변형 스리백 전술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평가전 결과에 일비일희하지않고 본선을 대비한 실험을 계속하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감독의 소신도 그에 걸맞는 명분과 성과가 뒷받침칠 때 최소한의 설득력을 지닌다.

가뜩이나 신 감독의 역량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번 실패한 전술을 또다시 들고나오고, 심지어 결과마저도 좋지 못하다면 신 감독의 결단은 '오기'나 '아집'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지 평가전의 실패를 떠나 신태용호의 존립 근거에 심각한 회의를 몰고 올 수 있는 위기 상황인 것이다.

설사 당장 감독교체같은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가지 않는다고 해도 내년 월드컵 본선까지 신태용 감독이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진다. 역대 대표팀 감독들이 모두 크고 작은 위기와 시련이 있었지만 적어도 신태용 감독처럼 출범 4개월만에 이렇게까지 뭇매를 맞으며 '식물 감독'으로 전락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신 감독은 벌써 두 번의 경고(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을 받았다. 모로코전마저 흔들린다면 신태용호는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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