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분, 인천 유나이티드 FC 미드필더 김도혁의 왼발 프리킥을 강원 골키퍼 이범영이 오른쪽으로 몸을 내던지며 막아내는 순간

33분, 인천 유나이티드 FC 미드필더 김도혁의 왼발 프리킥을 강원 골키퍼 이범영이 오른쪽으로 몸을 내던지며 막아내는 순간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평창은 씁쓸한 기억만 남긴 곳이 되고 말았다. 후반전 중반까지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강원 FC를 압도하면서 강등권 탈출 드라마를 본격적으로 쓰는 듯 보였지만 강원 FC의 슈퍼 서브 디에고를 막지 못해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11위 자리에 그대로 서서 스플릿 라운드를 시작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박효진 감독대행이 이끌고 있는 강원 FC가 8일 오후 3시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7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전 교체 선수 디에고의 맹활약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이범영의 슈퍼 세이브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의 이기형 감독은 퇴장 징계가 풀리지 않아 이날도 벤치를 지키지 못했다. 그렇지만 외국인 공격수 엔조와 웨슬리를 동시에 들여보내는 공격적인 포메이션을 내세우며 강등권 탈출을 위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지난 5월 7일 이곳에서 열린 10라운드 어웨이 경기를 안타깝게 1-2로 역전패한 인천 유나이티드가 그 아쉬움을 씻어내고자 전반전부터 날카로운 역습 전술을 들고 나왔다. 역시 그 중심에는 아르헨티나 출신 골잡이 엔조와 브라질 출신 멀티 플레이어 웨슬리가 있었다.

경기 시작 후 32분만에 인천 유나이티드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 엔조의 역습 드리블로 위험 지역에서 직접 프리킥을 얻어낸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로서는 5월 7일 10라운드에서도 주장 최종환의 그림같은 프리킥 골 기억이 있기에 기대를 모을 수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키커를 바꿨다. 왼발잡이 김도혁이 기습적인 왼발 감아차기를 날린 것이다. 이에 강원 FC 골키퍼 이범영은 스키 점프대 옆으로 넘어가는 가을 햇빛이 강렬했지만 오른쪽으로 날아올라 왼쪽 톱 코너 쪽으로 빨려들어가는 그 공을 기막히게 쳐냈다.

결과를 놓고 봐도 바로 이 지점이 피말리는 정규리그 마지막 라운드의 진정한 갈림길이 된 셈이다. 강등권 탈출이라는 당면 과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에게 기선을 제압당한다는 것은 그 결과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어렵게 다시 1부리그 K리그 클래식에 복귀한 강원 FC로서는 새 시즌 출발 시점에서 목표로 삼았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클래식 3위 이내)과는 거리가 좀 멀어졌지만 쟁쟁한 경쟁자들을 밀어내고 상위 스플릿에 안착한 뚝심을 보여준 셈이었다.

슈퍼 서브 '디에고', 64초만에 결승골

강원 FC 이범영 골키퍼는 자신의 슈퍼 세이브 능력을 보여준지 단 2분만에 인천 유나이티드의 김도혁에게 다시 한 번 위기의 순간을 맞았지만 약 50미터짜리 장거리 슛을 뒷걸음질로 침착하게 막아냈다.

 81분, 강원 FC 골잡이 정조국이 디에고가 얻은 페널티킥을 오른발 파넨카 킥으로 성공시키는 순간

81분, 강원 FC 골잡이 정조국이 디에고가 얻은 페널티킥을 오른발 파넨카 킥으로 성공시키는 순간 ⓒ 심재철


이런 실점 위기를 이범영의 활약으로 모면한 강원 FC는 후반전 선수 교체를 통해 기막힌 승리 공식을 마련했다. 바로 슈퍼 서브 디에고의 존재였다. 64분 30초에 김경중 대신 그라운드를 밟은 디에고는 65분 34초에 정승용의 패스를 받아 벼락같은 선취골이자 이 경기 결승골을 오른발로 시원하게 터뜨렸다. 교체로 들어와서 64초만에, 자신에게 배달된 세 번째 공을 듬직하게 골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발휘한 것이다.

디에고는 이 선취골 말고도 80분에 노련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주장 최종환이 크로스를 막기 위해 태클한 발에 걸려 넘어진 것을 김종혁 주심이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11미터 지점을 가리켰다. 이 기회를 동료 골잡이 정조국이 파넨카 페널티킥 강심장을 자랑하며 성공시켰다.

그런데 김종혁 주심과 인천 유나이티드 주장 최종환의 인연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7월 16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 FC와 강원 FC의 경기에서도 강원 FC의 페널티킥 선취골(19분)이 나왔는데 김경중의 드리블을 막기 위해 잡기 반칙을 저지른 선수가 바로 최종환이었고 휘슬을 길게 분 심판이 바로 김종혁 주심이었다. 그런데 최종환의 잡기 반칙 위치와 김경중이 쓰러진 위치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이 페널티킥 판정은 오심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VAR(비디오판독심판)이 분명히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이 판정에는 개입하지 않았던 것이다.

강원 FC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불편한 페널티킥 인연은 5월 7일 평창 경기에서도 있었다. 크로스를 받은 강원 FC의 김경중이 왼팔을 뻗으면서 먼저 핸드 볼 반칙을 저질렀지만 곧바로 이어서 인천 유나이티드 FC 채프만의 팔에 공이 맞은 것만 페널티킥 판정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아무리 VAR 도입 이전이라고 하지만 인천 유나이티드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패한 인천 유나이티드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같은 시각 대구 FC가 광양에서 전남 드래곤즈를 4-1로 이겨서 8위까지 치고 올라갔으며 전남 드래곤즈, 상주 상무에게 득점 기록에서 밀려 11위를 벗어나지 못한 것 때문이다.

K리그 클래식 정규 라운드 종료 시점 11위 33점 승점은 9위 전남 드래곤즈부터 10위 상주 상무, 11위 인천 유나이티드까지 똑같지만 득점 기록(전남 48득점, 상주 36득점, 인천 유나이티드 28득점)에서 큰 차이를 보여 순위표 뒤집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로서는 스플릿 라운드에서 이기는 경기를 꼭 만들어 승점 3점을 챙기지 않으면 지난 시즌 얻은 '잔류왕' 수식어가 떨어져나갈 지경이다. 이기형 감독에게 또 한 번 어려운 숙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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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7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결과(8일 오후 3시,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

★ 강원 FC 2-0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디에고(66분,도움-정승용), 정조국(81분,PK)]

◇ 2017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순위표
1 전북 현대 65점 19승 8무 6패 62득점 31실점 +31
2 제주 유나이티드 59점 17승 8무 8패 56득점 31실점 +25
3 울산 현대 59점 16승 11무 6패 39득점 36실점 +3
4 수원 블루윙즈 53점 14승 11무 8패 54득점 36실점 +18
5 FC 서울 53점 14승 11무 8패 48득점 34실점 +14
6 강원 FC 46점 12승 10무 11패 53득점 56실점 -3
----------------- 이상 상위 스플릿 -----------------------
7 포항 스틸러스 40점 11승 7무 15패 47득점 54실점 -7
8 대구 FC 36점 8승 12무 13패 43득점 49실점 -6
9 전남 드래곤즈 33점 8승 9무 16패 48득점 59실점 -11
10 상주 상무 33점 8승 9무 16패 36득점 57실점 -21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33점 6승 15무 12패 28득점 46실점 -18
12 광주 FC 23점 4승 11무 18패 28득점 53실점 -25

* 10월 14일부터 스플릿 라운드(팀당 5경기) 시작
* 3위까지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 12위는 2018 시즌 2부리그 K리그 챌린지로 강등
* 11위는 2017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 승리 팀과 최종 승강 플레이오프 홈&어웨이 치름
축구 강원 FC 인천 유나이티드 FC K리그 클래식 디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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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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