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방송된 JTBC 시사 토크 프로그램 <썰전>에서 박형준 교수는 적폐청산 작업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5일 오후 방송된 JTBC 시사 토크 프로그램 <썰전>에서 박형준 교수는 적폐청산 작업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JTBC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어떤 정부가 각 부처에 적폐청산 TF를 만들어서 과거의 했던 일을 탈탈 먼지 털듯이 한 정부가 있었어요?"

"특히 전직 대통령을 향한 기획 수사로 사용해 적폐청산의 미명 아래 분노의 정치보복을 한다고요."

"적폐청산 이름으로 자행되는 정치 기획 자체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지난 5일 오후 방송된 JTBC 시사 토크 프로그램 <썰전>에서 보수 쪽 패널인 박형준 교수가 쏟아낸 말들이다. 박 교수는 최근 연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불거지는 의혹이 불편했나 보다. 평소와는 다르게 현 정부 들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적폐청산 작업에 작심 발언을 쏟아 냈다.

그의 불편한 감정은 토론을 마무리하는 지점에서 정점을 찍었다. 다시 그의 말을 들어보자.

"일괄조사하라 이거에요. 일괄조사해서 일괄발표하고 처벌할 것은 처벌하고 문제 삼을 것은 문제 삼고 그리고 정리를 해야지, 전전 정부에 대해 정치 공세, 정치 보복의 형태로 적폐 청산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유시민 작가는 현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이 이 전 대통령의 주변인을 표적 사정하는 것도 아니고,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 의혹이 제기된 당사자들이 정치적 책임을 지면 된다는 논리로 박 교수를 설득했다. 그러면서 '친절하게' 반론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이 모든 반론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토론을 마치면서 사뭇 비장한 어조로 "현재와 과거가 싸우면 다치는 건 미래"라며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모든 광경을 보고 있자니, 박 교수는 현 정부의 적폐청산이 의도적으로 이명박 전 정권을 향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 같다.

성난 시청자들, 박 교수 하차 요구 

 5일 오후 방송된 JTBC 시사 토크 프로그램 <썰전>에서 박형준 교수는 적폐청산 작업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5일 오후 방송된 JTBC 시사 토크 프로그램 <썰전>에서 박형준 교수는 적폐청산 작업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JTBC


시청자의 반응을 보기 위해 트위터를 검색해봤다. 반응은 박 교수를 성토하는 내용 일색이다. <썰전> 시청자 게시판에서도 성난 시청자들의 반응이 속속 올라왔다. 그중 일부를 인용한다.

"MB 실드 치는 방송을 볼 바에야 <썰전?을 없애버립시다!"

"박형준 하차할 때까지 <썰전> 시청 중지합시다! 게시판에 떠든다고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박형준 하차 때까지 <썰전> 시청을 하지 맙시다! 시청률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고 광고가 줄면 <썰전>이 폐지되거나 박형준이 하차하게 됩니다! 어차피 박형준이 계속 나오는 <썰전>을 볼 바에는 폐지되는 게 낫다고 봅니다!"

"박형준씨, 이명박 정부에서 혈세로 인간 이하의 짓들을 해온 사실들이 명명백백한데도 도둑이 제 발은 저리는지 덮으라는 둥, 포용하라는 둥 말 같지 않은 말 하지 마시고, 이명박 대변인 노릇 그만하시고,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다면 전파 낭비하지 마시고 자진 하차해주시길 요청합니다!"

사실 박 교수를 패널에서 하차시켜야 한다는 여론은 지난달 28일, 2012년 총선 당시 이명박 전 정부가 박 교수를 지원대상에 넣은 문건이 공개되면서 일기 시작했다. 박 교수로서는 이번 방송이 자기 뜻을 해명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시청자로서 든 생각은, 박 교수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이 전 대통령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편으로 이용했다고 본다.

박 교수 하차 보다 더 중요한 건?

박 교수의 <썰전> 하차 여부는 JTBC가 판단할 일이다. 적어도 내 생각은 차라리 박 교수를 계속 출연시키는 게 좋다고 본다. 박 교수의 발언 하나하나에 이 전 대통령 측의 입장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SNS에 "안보가 엄중하고 민생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든 시기에 전전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이러한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 때가 되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박 교수가 한 발언도 이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전 대통령은 결코 허술한 사람이 아니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기도 했던 정두언 전 의원은 지난달 2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원세훈 전 원장이 보고를 했고 그렇게 하라고 지시를 했다라고 진술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진술을 한들 이명박 대통령이 '나는 그런 적 없다'고 하면 증거가 없다. 법적으로는 그렇게 쉽지는 않다."

이런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적폐청산 작업을 완수해 내기 위해선 상대의 의중을 잘 알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박 교수의 발언 하나하나는 그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

문제는 이 전 대통령 측의 인식이다. 이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박 교수와 같은 생각이라면 참 큰일이다. 연일 신문과 방송 1면을 장식하는 국정원 심리전단의 대국민 심리전, 문화계 블랙리스트, 군 사이버 사령부 댓글 공작 의혹 등은 결코 예사로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 모든 일은 이 전 대통령이 국민이 쥐여준 권력을 자신의 권력 유지와 확장에 사용했음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달 30일 SBS 시사 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이 전 대통령이 청와대와 법무부, 검찰을 동원해 김경준 전 BBK 대표에게 140억을 받아냈다는 정황을 고발했다. 이 사안 역시 무심코 넘길 수 없다. 이 전 대통령 사익을 위해 국가기관을 동원한 것이고, 이는 명백한 국기문란이요 국정 농단이어서다.

무엇보다 이 전 대통령 시절 자행된 갖가지 비리 정황은 국가공동체에 이루 말할 수 없는 후유증을 남겼다. 따라서 그에게 책임을 묻는 건 단순한 사법처리 차원을 넘어 엉망이 된 국가공동체의 기강을 바로잡는 중요한 과제다.

사태가 이토록 위중함에도 이 전 대통령 측은 그 어떤 입장표명도 없다. 오히려 정치보복 운운하며 국면전환을 노린다. 전직 대통령의 행태치곤 참으로 야비하다.

아무래도 더 말이 필요 없다고 본다. 그에게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묻는 건 시대적 과제임이 분명하다. 제대로 적폐청산을 이루려면 이명박 전 정권 아래에서 자행됐던 모든 비리 의혹들을 남김없이 밝히고, 사법 책임을 물을 자들에겐 철저하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정점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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