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시즌 마지막 경기를 승리한 롯데 선수들이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지난 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시즌 마지막 경기를 승리한 롯데 선수들이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라이벌'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가을야구 첫 빅매치가 마침내 성사됐다. NC가 5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결정전 1차전에서 SK를 10-5로 완파하고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정규시즌 3위로 이미 준플레이오프에 선착해 있던 롯데는 오는 8일부터 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NC와 5전 3선승제의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됐다.

두 팀은 경남을 대표하는 신흥 라이벌이다. 프로 원년부터 KBO와 역사를 함께해온 롯데는 홈구장이 있는 부산을 비롯하여 PK(부산-경남) 지역을 대표하는 구단으로 오랫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2013년 마산을 연고로 하는 신생구단 NC가 새롭게 창단하여 1군에 합류하면서 롯데의 연고지와 팬덤도 일부 갈라졌다. 졸지에 경쟁자를 맞이하게 된 '박힌 돌' 롯데와 '굴러온 돌' NC의 관계는 시작부터 미묘할 수밖에 없었다.

양팀간 악연의 시작은 NC의 창단 당시로 거슬러올라간다. 국내 스포츠 시장에서 더 이상의 신생 프로야구단 창단이 과연 바람직한 지가 뜨거운 사회적 현안으로 부각된 상황에서 후발주자이자 대기업 구단도 아니었던 NC의 창단과 1군 진입을 가장 마지막까지 격렬하게 반대했던 구단이 바로 롯데였다. 2012년 당시 장병수 롯데 사장이 NC를 노골적으로 겨냥하여 "준비가 덜 된 신생구단이 성급히 1군에 진입할 경우 프로야구 전체 수준이 하락할 것"이라는 악담에 가까운 독설을 날린 것은 지금까지도 종종 회자된다.

하지만 이후 롯데와 NC의 리그 내 위상 변화를 감안하면 당시의 논쟁은 격세지감이다. NC는 '롯데의 저주'를 비웃듯, 프로야구 1군에 진입한후 2년만인 2014시즌부터 올해까지 무려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하며 단기간에 KBO의 '신흥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롯데는 NC가 1군 무대에 합류한 이후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을야구 진출에 번번이 실패하며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경기 외적으로도 CCTV 파문과 잦은 감독교체 등 잇단 사건사고로 도마에 오르며 홈팬들로부터 "롯데가 지금 프로야구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성토를 듣기도 했다.

양팀의 가을야구 첫 맞대결, 뜨거운 열기 '예고'

롯데-NC간 악연의 정점은 지난 2016시즌이었다. NC는 롯데와의 맞대결에서 KBO 역대 타이기록인 15승 1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며 '부마 지역의 맹주'가 더 이상 거인이 아닌 공룡 군단이었음을 확고히 했다.

NC는 지난해 창단 이후 사상 처음으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여 역사를 새롭게 썼고, 롯데는 8위로 또다시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실패하며 초라한 가을을 보내야 했다. 연이은 졸전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롯데 팬들이 현수막에 내건 '느그가 프로가'라는 문장은 그 해 롯데의 현 주소를 함축적으로 설명하는 유행어로 등극할 정도였다.

2017 시즌들어 양팀의 천적 구도에 변화의 바람이 또다시 불기 시작했다. 간판스타 이대호의 KBO리그 복귀로 전열을 가다듬은 롯데는 일찌감치 NC전 설욕을 공공연하게 선언했다.  롯데는 올시즌 후반기 돌풍을 일으키며 5년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NC와의 상대 전적도 지난해와 달리 9승 7패로 4년만에 우위를 점했다.

백미는 역시 막판 순위싸움에서 NC를 제치고 3위까지 올라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한 장면이다. 롯데가 NC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은 NC의 1군 합류 첫 시즌이었던 2013년 이후 무려 4년만이다. 전반까지만 해도 7위에 그쳤던 롯데는 2위 NC에 무려 다섯 계단이나 뒤져있었으나 후반기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하며 치열한 순위싸움 끝에 시즌 최종전에서 NC를 극적으로 밀어내고 3위 자리를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NC는 비록 막판에 4위까지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4년연속 가을야구 티켓을 차지했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SK를 완파하며 1경기만에 출혈을 최소화하고 준플레이오프로 올라와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양팀의 가을야구 첫 맞대결은 정규시즌 이상가는 뜨거운 열기를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KBO리그에서 과거 해태(현 기아)-롯데간의 '영호남 더비', 두산-LG의 '잠실 더비' 등이 있었지만 정작 포스트시즌에서는 만날 기회가 별로 없어서 흥행 카드로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롯데-NC전 '부마 더비'의 경우, 지역 연고를 둘러싼 특수성이 있는 데다 창단 과정에서부터 누적된 다양한 '스토리'(+악연)들이 있는만큼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양 구단의 경쟁심이 그야말로 불타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증된 흥행 카드 '부마 더비'

 지난 5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NC 다이노스와 SK 와이번스 경기. 1회말 무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타석에 선 NC 나성범이 3점 홈런을 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NC 다이노스와 SK 와이번스 경기. 1회말 무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타석에 선 NC 나성범이 3점 홈런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비슷한 듯 하면서도 또다른 양팀 팬들의 응원 열기를 바라보는 것도 또다른 변수다. 부산-경남 지역의 야구팬들은 유난히 열정적이기로 유명하다. 특히 '부산 아재', '마산 아재' 등으로 통하는 양팀의 열혈팬들은 좋게 말하면 호전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극성스러울 정도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KBO 역사상 각종 관중 사건사고를 거론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언급될만큼 화려한 전적의 에피소드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2010년대 이전까지는 롯데 팬덤으로 통합되어 있던 전설의 부산-마산 '아재'들이 이제 KBO 사상 최초로 가을야구에서 '라이벌'로 맞서게 되는 역사적인 모습을 보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야구팬들에게는 남다른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벌어진 5일 마산 경기에서는 빈 자리가 육안으로 봐도 두드러질만큼 관중 동원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롯데와의 부마 더비가 벌어질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랜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한 롯데 팬들의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데다 '부마 더비'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검증된 흥행 카드이기 때문이다.

후반기 이후 최고의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는 '형님' 롯데와, 지난 수년간의 가을야구 경험으로 숙성된 '동생' NC의 대결은, 벌써부터 역대급 준플레이오프 승부를 기대하는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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