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섹시한 대사와 "온종일 그렇게 서 있을 거야? 아님 싸울 거야?"로 대변되는 유쾌한 액션. 무려 612만9681명의 관객을 매료시켰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가 2편인 <킹스맨: 골든 서클>로 돌아왔다.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영화 속에 녹여냈던 매튜 본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고, 에그시 역의 태런 에저튼은 더욱 성숙해졌다.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에게 죽임을 당했던 해리(콜린 퍼스)도 (억지스러웠지만) 살아 돌아왔다. 이쯤 되면 구색은 모두 갖춘 셈이다.

그런데 141분이라는 긴 런닝타임을 '견뎌내고', 영화관을 나서면서 냉정히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만족보다는 실망이 훨씬 크다.

전편 보다 못한 속편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이른바 '젠틀한 액션'으로 스파이 액션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혔던 <킹스맨>이었건만, 2편에서는 '껍데기'만 남은 그저 그런 액션 영화로 전락해버린 느낌이다. 전작이 거둔 찬란한 성취 덕분에 '스케일'은 커졌지만, 커진 몸집에 비해 '스토리'는 허약해졌다. 내실 없는 업그레이드는 일종의 허탈함마저 준다.

물론 전작의 미덕이 몽땅 사라진 건 아니다. <킹스맨> 특유의 '유쾌함'과 '잔혹함'은 그대로 유지됐다. <킹스맨: 골든 서클>은 전작이 그랬던 것처럼, 유쾌한 액션과 잔혹한 감성을 조화시키려 노력했다. 여기에는 리드미컬한 음악이 (전편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힘을 보탠다. 프린스의 '레츠 고 크래이지(Let's go Crazy)' 같은 노래들 말이다. '신 스틸러'로 맹활약하는 앨튼 존의 노래 '새터데이 나이츠 올라이트 포 파이팅(Saturday Night's Alright For Fighting)'도 윤활유 역할을 제대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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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의 빌런인 발렌타인의 빈자리는 포피(줄리안 무어)가 대체했다. 세계적 마약 조직 '골든 서클'의 수장인 포피는 친절함과 사악함이라는 이중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존재감을 과시하지만, 역시 사무엘 L. 잭슨이 보여줬던 전형적이지 않은 빌런의 활약에는 미치지 못한다. 또, <킹스맨>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교회 몰살 신'의 짜릿함을 재현하려 애썼지만, 그 감각적인 액션 장면을 대체하는 데는 실패했다. 의족 칼날로 사람의 몸을 반으로 잘라냈던 날카로운 액션(가젤)이 의수의 둔탁함(찰리)으로 바뀐 데서 '눈치'를 채야 했다.

문제는 결국 스토리다. <킹스맨: 골든 서클>은 골든 서클의 미사일 공격으로 영국 스파이 조직인 킹스맨의 본부가 무참히 폭파당한 후의 상황을 그린다. 운 좋게 목숨을 건지게 된 에그시와 멀린(마크 스트롱)은 미국의 켄터키로 가서 형제 스파이 조직이라 할 수 있는 '스테이츠맨'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그리고 두 조직(한쪽은 사실상 모든 기능과 능력을 상실했지만)이 힘을 합쳐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려는 골든 서클의 음모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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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설정을 세계관의 확장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상 킹스맨의 남은 요원들이 스테이츠맨의 힘을 빌리는 정도에 관계 설정밖에 만들어내지 못했다. 가령, 진저(할리 베리), 데킬라(채닝 테이텀), 샴페인(제프 브리지스)은 존재감이 약해 캐릭터로서 온전히 기능하지 못했다. 그나마 에그시와 멀린을 간단히 제압했던 데킬라가 눈에 띄지만, 초반 이후에는 아예 활용조차 하지 않았다. 카우보이 액션을 보여줬던 위스키(페드로 파스칼)가 매력적이지만, 갑작스럽게 '배신자'가 되면서 처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비밀스러운 조직으로 그 위세가 크고 역사가 깊었던 킹스맨이 한순간에 폭파돼 사라진다는 설정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려면 골든서클의 짜임새가 두터워야 하지만, 캄보디아 오지에 자리 잡고 있는 골든서클의 비밀기지는 그저 '지뢰'로만 지켜지고 있을 만큼 허술하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무시무시한 로봇 개가 있다고 하나 골든서클의 짜임새를 높일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애당초 포피에겐 '킹스맨'이라는 조직을 제거할 만한 동기가 마땅치도 않다.

캐릭터 활용도 떨어지고, '여성혐오' 논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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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가장 큰 의문은 위스키라는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식과 그의 죽음이 온당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1편에서도 요긴하게 써먹었던 '배신자'라는 반전을 2편에서도 써먹기 위해선 누군가 제물이 될 필요가 있었겠지만, 위스키가 새로운 캐릭터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렇게 버리는 카드로 쓰기엔 너무 아까웠다는 생각이다. 또, 분쇄기에 몸이 갈리는 처참한 죽임을 당할 만큼 위스키가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의문이다. 딸과 아내를 잃었던 위스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죽음은 아니었을까.

굳이 여성의 질 안에 위치 추적기를 삽입하는 장면을 집어넣었어야 했겠느냐는 물음표도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실제로 이 장면은 여성 캐릭터를 성적 도구로 활용했다는 비판과 함께 '여성 혐오'와 관련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매튜 본 감독은 "에그시가 처한 도덕적 딜레마가 핵심이지 지금의 논란은 맥락에서 벗어난 거 같"다면서 "여성 차별 코드가 들어갔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최소한 불필요했을 장면을 통해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관련 기사: <킹스맨2> 매튜 본 감독, 여성비하 논란 "이해 안 간다")

현재 <킹스맨: 골든 서클>은 368만3978명의 관객을 동원(10월 5일 기준)하며, <남한산성>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 중이다. 1편이 뿜어냈던 매력에 흠뻑 빠졌던 팬들이 보기엔 다소 아쉬운 구석이 눈에 띄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화려하고 유쾌한 액션들은 관객들의 눈길을 휘어잡을 만해 보인다. 개봉 첫 주에 제작비 1억400만 달러를 회수한 이후의 성적은 신통치 않은 편이지만, 글로벌 수익이 받쳐주고 있어 결국 3편 제작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디 3편에선 보다 촘촘한 영화가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직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사심을 담습니다. 다만 진심입니다. 제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제 진심이 닿으리라 믿습니다. 공채 7기 입사, 사회부 수습을 거쳐 편집부에서 정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은 오마이스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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