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형 프로듀서는 가톨릭평화방송(cpbc-fm) 라디오국에서 20년 넘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다. 특히 조 피디가 연출하고 배우 양미경 씨가 진행을 맡은 <양미경의 우리가 무지개처럼>은 매주 토요일 저녁 시간대에 다문화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2011년 5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두 사람을 포함, 게스트와 리포터가 7년째 한솥밥을 먹을 만큼 끈끈한 팀워크를 통해 전국의 청취자와도 친밀하게 소통해 온 라디오 프로그램으로도 알려져 있다.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조준형 프로듀서는 <세종대왕님 케이팝 타고 세계일주 하시네>란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한글날 오후 1시 전파를 탈 예정이다. 조 피디는 다문화 관련 제작자로서 입지를 다졌지만, 이미 90년대 후반부터 그는 이미 일본과 중국의 공연장에서 우리 가수들의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을 만큼 대중음악 콘텐츠의 해외보급과 홍보에 나름의 역할을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상당 기간 '한류와 다문화' 관련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조준형 프로듀서는 '소통'이란 단어를 인터뷰 내내 강한 어조로 언급했다. 한국의 케이팝과 드라마를 좋아해 한글을 배우고, 한식을 먹고, 한국문화를 접하고 싶어 하는 세계 곳곳의 한류 마니아들, 이방인이 아닌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살고자 하는 다문화가정과 체류 외국인들. 그들과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기 위해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하고, 그 매개체가 바로 '언어'임을 그는 힘주어 말한다.

<세종대왕님 케이팝 타고 세계 일주 하시네>란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한국 관련 콘텐츠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의 한글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실감할 수 있었다는 조준형 프로듀서를 지난 2일 오후, 가톨릭평화방송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준형 프로듀서

조준형 프로듀서 ⓒ 이종성


- 한글과 케이팝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한국의 다문화를 소개하는 관련 프로그램을 10년 넘게 제작하다 보니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나 프로그램 관련 해외 출장 중에도 취재차 현지인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올해는 6월과 8월 일본과 쿠바에 가서 한국어를 배우는 다수의 학생을 만나게 됐는데 그들에게 케이팝과 우리 가수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한글날을 맞아 음악과 언어의 상관관계를 통해 한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번 특집 프로그램에서 조명하고 싶었다."

- 프로그램 구성을 위해 어떻게 취재를 했나?
"3개월 정도 취재 기간을 가졌다. 우선 해외에서 한글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교수진들, 음악 등 우리 문화를 전파하는 데 힘쓰고 있는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우리나라에 약 200만 명의 외국인이 체류 중인데 유학생, 결혼 이주여성 및 이주노동자들과 인터뷰를 나누기도 했다. 또한 취재 기간 동안 노래대회와 말하기대회 등이 서울에서 열려 참가한 외국인들의 현장 반응을 생동감 있게 담을 수 있었다.

그리고 7년 넘게 가톨릭평화방송에서 다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탤런트 양미경 씨, 아이돌 그룹 비투비의 멤버 임현식 씨 등 해외 팬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연예인들과의 인터뷰도 했다,"

- 취재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먼저 쿠바 현지취재 중 만났던 한인 2세 안토니오 킴(Antonio Kim) 호세 마르티(Jose Marti) 한ㆍ쿠바 클럽 -한국과 쿠바 문화교류 협력단체-회장이 해준 이야기가 떠오른다. 다수의 한국드라마에서 나이 어린 사람들이 어른을 공경하는 장면들을 자주 보면서 전통적으로 내려온 우리 사회의 '윤리와 도덕, 순서'의 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멕시코에서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지형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전화인터뷰 중 현지에 사는 재외교포 가정의 일화를 소개해줬다. 멕시코 일반 학교에 다니던 10대 나이의 딸은 '반 친구들이 어느 순간부터 자신에게 친밀감 있게 다가서기 시작했다'는 말을 어머니에게 했는데, 그렇게 된 동기가 바로 케이팝 가수들과 노래였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와 대중음악의 인기만으로도 지구촌 곳곳의 현지인들에게 사랑받으면서 재외교포와 한인 혈통을 가진 분들에게도 긍지와 자부심을 주지 않나 싶다."

언어는 가장 중요한 소통의 수단
- 이번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언어는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나?
"외국인들이 한글을 처음 접하고 배우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한국가수와 노래를 좋아해서, 한국 드라마를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또는 한국 기업에 취업을 하기 위해서 우리 말과 글을 잘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수는 급증하고 있다.

언어는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다. 예를 들어 음악을 통해 한 나라의 언어를 알고자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관심, 더 나아가 사람과 국가에 대한 호감과 사랑으로 이어질 만큼 '말과 글'은 누군가를 친구로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 프로그램을 청취할 분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학창시절에 홍콩 영화를 보고 미국과 영국의 팝 음악을 들으면서 그들의 문화까지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유행은 말 그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케이팝과 드라마에 내재하여 있는 우리말과 우리글을 포함한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앞으로도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의 관심거리로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다문화 프로그램 제작, 언론인으로서 보람과 긍지 됐다

 조준형 프로듀서

조준형 프로듀서 ⓒ 이종성


- 다문화 프로그램 제작을 오랜 기간 했다고 들었다. 언제부터 시작됐나?
"2007년부터 다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특집 형태로 간헐적으로 제작했다. 이후 2009년 10월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신부님 신부님 우리 신부님>이란 프로그램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을 때 '레인보우 초대석'이란 주간 코너를 마련해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외국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매주 토요일 7시 10분부터 8시까지 방송되고 있는 다문화특집 <양미경의 우리가 무지개처럼>은 2011년 5월 첫 전파를 탄 이후 횟수로 7년째 청취자분들과 함께하고 있다."

-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게 된 동기도 있었을 것 같다.
"언어를 배우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지금도 여전히 많다. 영어를 잘하고 싶어 병역의무를 카투사(KATUSA)에서 마쳤다. 일본어ㆍ중국어ㆍ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여가를 이용해 학원은 물론 대학교에 편입해 공부했다. 이런 나름의 노력이 라디오 프로듀서로서 우리 음악과 가수들을 해외에 알릴 수 있는 콘텐츠 제작으로 연결되었고, 한국 내 점점 확대되어 가는 다문화사회의 여러 현상을 방송 프로그램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결실로 이어진 것 같다. (웃음)

또한 한류 드라마의 중심 <대장금>을 통해 많은 해외 팬들의 사랑을 받게 된 탤런트 양미경 씨와 2003년 이후 가톨릭평화방송에서 여러 프로그램의 기획자와 진행자로의 조우는 값진 동기부여가 되어 다문화 관련 콘텐츠의 지속적 제작의 근간이 됐다."

- <양미경의 우리가 무지개처럼> 프로그램의 장수비결은?
"TV나 라디오건 프로듀서ㆍ진행자ㆍ스태프진이 오랜 기간 같은 프로그램에서 호흡을 맞추는 경우는 흔치 않다. <양미경의 우리가 무지개처럼> 경우 양미경 씨의 역할이 가장 크다. 항상 제작진 및 출연자를 배려하고 책임감을 느끼고 프로그램을 대하는 그의 솔직담백한 모습이 장수의 비결이 아닐까 싶다. (웃음)"

- 지금까지 언론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나?
"문화 다양성 프로그램을 매주 제작해야 한다는 점에서 녹녹하지 만은 않다. 그렇지만 우리 프로그램을 많은 분이 들어주시고 사회 곳곳의 관심 있는 소재로 등장하기도 해 고마움과 보람으로 다가선 적이 훨씬 많다. 어려운 제작여건과 환경 속에서도 불특정 다수에게 우리 사회에 정착 중인 다문화의 현실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어서 보람과 자긍심을 느낀다."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대한민국의 미래 기대해

 조준형 프로듀서

조준형 프로듀서 ⓒ 이종성


-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 미래의 모습을 그려 본다면?
"2009년 다문화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외국인 거주 인구는 100만 명 남짓이었다. 8년이 지난 지금 200만 명 정도로 증가했다. 다문화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결혼이주여성,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및 다양한 부류의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정착하고 있다.

다문화 가족의 증가는 국제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모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현상이다. 그들 또한 우리 사회의 일원이자 미래 한국을 함께 이끌어 갈 주인공이자 동반자이다."

- 한류와 다문화의 발전을 위해 언론인으로서 꿈이 있다면?
"라디오 프로듀서로서 한류와 다문화에 관한 더 많은 공부와 경험 축적을 통해 새롭고 의미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다. 청취자들의 목소리에 더 깊이 귀 기울이고, 우리가 모두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려 한다. 지금은 특별한 것이 어느 순간부터 평범한 것이 돼 있을 때까지 말이다."

케이팝 다문화 조준형 양미경 가톨릭평화방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