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가요계를 풍미했던 디바 양수경. '사랑은 창밖에 빗물 같아요', '사랑은 차가운 유혹' 등 많은 히트곡을 부른 그는 1998년 아내, 엄마로서의 삶 속으로 홀연히 떠났다. 오래도록 볼 수 없었던 그가 지난해 가요계로 돌아왔다. 17년 만이다. 그리고 지난달 8일~10일에는 단독콘서트 <초대>를 열었는데 자그마치 27년만이다.

감회가 새롭다 못해 모든 것이 양수경에게는 소중했고, 그런 만큼 할 이야기도 많았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그와 인터뷰를 나눴다. 

27년 만의 단독콘서트, 나의 정체성 되찾은 날

양수경 가수 양수경 인터뷰 사진

가수 양수경이 27년 만에 단독콘서트를 열고 팬들과 재회했다. ⓒ 양재명 작가


- 얼마 전 27년 만에 단독콘서트를 열었다. 소감이 궁금하다.
"콘서트를 하기 전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란 생각, 준비 과정에서는 '이렇게 힘든데 또 할 수 있을까',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모든 걸 다 쏟았다. 3일의 공연 동안 사람이 그렇게 모인 건 인간의 힘으로 된 게 아닌 것 같다. 수많은 무대에 서봤지만 이번 콘서트처럼 사람들이 나를 감싸주는 듯한 힘을 느껴본 적이 없다. 마치 한 여자를 다시 가수로 세워주는 느낌이었다. 왜 사람들이 나한테 그렇게 힘을 보태주는지 놀라웠다. 모든 게 상상 이상이었고 같이 울고 웃었다. 앞으로 모든 걸 다 던져서 노래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 오랜만에 팬들을 만난 기분이 남달랐겠다.
"팬들이 나보다 더 잠도 못 자고, 자기들이 많은 준비를 해줬다. '정성'과 '따뜻함'을 느꼈다. 30년 된 팬들이 지방 곳곳에서 왔는데 한결 같았다. 내가 그들에게 뭘 해준 게 없는데 어떻게 그러나 싶었다. 애인이 조금만 서운하게 해도 토라지는데, 30년을 나를 사랑해준 팬들인 거다. 더 훌륭한 가수가 많지만 그 자리에 온 분들은 내가 일어서는 것에 용기를 주고 싶어 한 것 같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에게서 느끼는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

- 오랜 공백을 깨고 가요계로 복귀하는 게 쉽지는 않았겠다.
"나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언젠가 무대에 나갈 거라 항상 생각했는데, 그동안 안 좋은 일들이 개인적으로 많아서 새롭게 시작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세상에 다시 나가면 나를 기억해줄까, 안 나가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가수고, 나에게는 아이들을 보살펴야할 '현실'도 있었다.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건 노래니까 그걸 하자고 결심했다."

- 요즘 행복하실 것 같다.
"희망이 생겼다."

- 복귀하고 자신의 삶에서 가장 변한 건 무엇인지.
"콘서트 때 첫 마디로 '안녕하세요 가수 양수경입니다' 라고 말했다. 내가 노래를 못하니까 내 정체성이 없어졌었는데 이제는 내가 '가수 양수경'인 거다. 내가 뭘 하고 있다,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다, 이런 것이 생겼다. 정체성이 생겼다. 나는 진짜 열심히 잘하고 싶다."

- 노래에 대한 욕심도 커진 것 같다.
"이선희씨와 친한데 그의 30주년 공연을 봤다. 이선희씨가 노래하는 거 보니까 내가 지금 공연이 끝났다고 들떠 있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선희씨에 비하면 나는 새발의 피다. 유튜브 등을 보면서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 가수로서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 있다면.
"나는 대중가수다. 깊은 감정을 건드는 클래식 음악도 좋지만 대중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이 내 일이다. 모든 사람의 삶은 처해있는 위치나 환경이 다를 뿐이지 똑같은 24시간이고 똑같은 희로애락이 있다.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노래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

- 앞으로 어떤 스타일의 노래를 부르고 싶은지.
"따뜻하고 포근한 노래를 하고 싶다. 너무 무거운 건 싫다. 내 노래를 듣고 사람들이 슬퍼서, 혹은 기뻐서 함께 부를 수 있다면 좋겠다. 사람들 곁에 오래 남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예쁘게 생각하려고 늘 노력해

양수경 가수 양수경 인터뷰 사진

가수 양수경은 평온한 마음을 위해 늘 노력해왔다. ⓒ 브라보 마이 라이프


- 가요계에 복귀한 최근 1년의 생활은 어땠는지.
"최근 1년은 정말 신기한 나날들이었다. 모든 게 달라졌고, 새롭게 시작했다. 나는 신인가수나 다름없다."

- 이렇게 큰 변화와 희망이 삶에 찾아온 가장 큰 계기는.
"세상이 나를 버렸다고 생각하고 사람들과 담을 쌓고 살아왔는데, 결국 사람들이 다 도와주더라. 그게 가장 큰 계기다. 마음을 열고 사람들과 밥도 먹고 서로 웃고 그렇게 사니까 사람들이 편안하게 주위로 모이더라. 사람들이 따뜻하게 안아주고 도와준 만큼, 기대해준 만큼 잘 일어서고 싶다."

- 이미 일어선 것이 아닌지.
"운동선수들이 깁스를 풀고 바로 달리면 휘청거리는 것 처럼 난 아직도 어설프다. 이제야말로 진짜 시작이다. 고마운 건, 옛날과 달리 지금은 주변에 좋은 선생님이 많다는 점이다. 무대에서 내려오면 선생님 눈치를 본다. 그날 내가 노래했던 걸 선생님과 모니터링하고 상의하는데 그런 과정이 너무 좋다."

- 얼굴이 편안해 보인다.
"매일 기도했다. 얼굴에 따뜻함을 달라고. 힘든 시간을 지나도 미소 지을 수 있는 얼굴, 선하고 따뜻한 눈빛을 가지고 있게 해달라고 매일 자기 전에 기도한다. 아들에게도 하는 말이 '네 인생을 바꿀 일 아니면 차라리 손해보고 살라'는 말이다.

어느날 남산에 갔는데 초록색이 다 다르더라. 어떤 건 짙고 어떤 건 옅고. 내가 여태껏 살면서 왜 저게 안 보였지? 싶었다. 다 내려놓고 나니까 보이더라. 더 이상 내려놓을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고, 그 다음에는 모든 게 감사하더라. 다 없어지고 나니까 하나씩 미약하게 채워지는 것들이 있고, 그런 것들이 그렇게 따뜻하기 그지없다. 예전에는 성공만 생각하고 살았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 최근 신곡 '애련'을 발표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리메이크 앨범을 준비 할 예정이다. 하광훈 작곡가가 음악감독을 맡을 거다. 정확한 발표 시기는 아직 알 수 없다."

- 끝으로, 바람이 있다면.
"나를 바라보고 사람들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같이 살아가고 나이 먹고 같이 추억도 공유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 지금도 성공하고 싶고 돈도 벌고 싶지만 지금은 거기에 더해 따뜻함 늘 생각하고 추구하고 있다.

우리 나이 여자들이 섹시함이나 우아함을 포기하는데, 내 노래에 그런 것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폼 재려는 게 아니다. 여자들이 나이 들면서 희망의 끈을 너무 빨리 놓는 것이 안타깝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양수경 인터뷰 애련 콘서트 복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