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에브리원의 신규 예능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MBC 에브리원의 신규 예능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이번 러시아 특집은 예능적 재미와 별개로 많은 한계를 보여줬다. ⓒ MBC every1


TV를 자주 보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핫한' 예능은 입소문을 타고 들려온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도 그런 경로로 알게 된 것이었다. 제목 그대로, 한국에 처음 오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관광하며 겪는 에피소드들을 보여주는 이 예능은 분명 이전 예능 시장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유형이었다. 이는 예능 프로그램의 콘텐츠가 다양해졌고, 그만큼 문화 시장이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더 나아가, 한국이라는 하나의 문화적 배경이 가지는 위상이 조금씩 커짐을 어느 정도는 보장하고 있는 셈이었다.

새로운 예능은 단순히 재미를 넘어 많은 순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한국이 '단일민족' 임을 내세우는 만큼 외국인이라는 '낯선 타자'들이 방송에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새로웠다. (사대주의 등의 인종적 맥락성은 잠시 제쳐둔다) '국뽕'으로 흘러갈 위험성을 염두에 둔다 해도 그 순기능들은 분명하다. 한국은 이제 막 다문화 사회로의 발걸음을 내디뎠었기 때문이다.

본래 한국은 고립성이 강한 나라였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세계 도시가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으며, 관광지로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그런 외국인들에게 자연스럽게 한국의 문화와 모습을 소개한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한국의 문화가 어떻게 타 문화권에서는 수용되고 이해되는지, 한국에겐 당연한 것이 타 문화권에선 생소한 것일 수도 있음을 이야기한다. 우리에겐 당연한 비데가 그들에겐 새롭고 자동차 강국 독일 출신 사람이 보기에도 자동차 후방 카메라는 새로웠다.

과잉 친절

이는 한국에 여행 온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한국인' 시청자들에게도 안방에서 문화적 교류를 가능하게 한다. (여기서 '한국인 시청자'라고 표기하는 것은, 방송의 주 타깃 자체가 '한국' 문화권에서 자라온 한국인들이기 때문이다)

문화적 교류뿐 아니라 한국이 어떻게 문화 산업, 관광 산업을 발달시켜야 할지도 보여준다. 예를 들면 '된장찌개'를 '된장찌개' 발음 그대로 표기해야 하는 식이다. 어묵이라고 그걸 'fish cake'로 번역하니 외국인들이 거부감을 표했다. 한국 문화를 알려주기 위해 영어로 직역한 게 오히려 '과잉 친절'이 돼 역효과가 날 수 있음을 보여준 셈.

한국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 시청자들은 스스로가 타 문화의 것을 접했을 때의 경험을 비교해보게 된다. '스파게티'를 식당에서 '서양 국수'라 표기하지 않고 '타코'를 외국 쌈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한다. 사실 대부분의 외국 문물들은 그대로 수용되어 외래어처럼 받아들여졌다. 한국만 유달리 그 음식들을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번역하곤 한다. 이 '과한 친절'은 왜 유래된 걸까? 시청자들은 스스로 질문을 할 수도 있게 된다.

타 문화를 소개하는 방법은 굉장히 섬세해야 한다. 자칫하면 타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 타자화로, 타인에 대한 폭력적인 양상으로 번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았을 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아쉬움이 많았다.

또한, 지난 방송에선 독일에서 온 출연진들과 현 출연진들의 모습을 비교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독일인의 시종일관 꼼꼼한 모습이 강조됐다. 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여행의 일정이 바뀌지 않기를 바라며, 쉬는 것 또한 '정해놓고' 쉰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독일의 문화적 특징이 담겨 있긴 하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건 개인적 차원의 문제다. 그걸 한 국가에 대한 이미지로 고착시킬 순 없는 거다. '한국인이니 수학을 잘하겠다'고 생각하는 일부 미국인들 시각처럼 말이다.

물론 매회 첫 편, 호스트들은 자신의 나라에 관해서 설명했다. 멕시코 특집의 경우 '노는 게 프로예요'라고 했고, 독일 특집의 경우 '노잼일까 걱정된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는 개인들의 행동에서 결론을 도출해낸 것이다. 개인들의 행동에서 어떤 결론을 도출해 '이들 문화권은 이런 성향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그리고 해당 문화권의 사람이 나의 문화권은 이런 특징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문화적 메타포로 기능한다고 보며 각자가 다르게 판단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편집 양상은 그 전후 관계가 바뀐 듯했다. 그러니까, 어떤 행동을 보인 독일 사람들의 모습을 봤을 때 독일의 문화는 꼼꼼하구나, 가 아니라 '역시 독일인이기에 꼼꼼하구나'가 된 것이다.

문화적인 특징으로 '타 문화에 비해 꼼꼼한 성향이 있다'는 사실과 이에 영향을 받은 개개인들을 보며 '역시 너는 어느 나라 사람이라 어떤 성향을 가지는구나'로 정의하는 것은 맥락이 다르다. 하지만 독일 특집에서 내내 강조된 그들의 꼼꼼함과 철두철미함은 '독일 특집'이라는 이름과 맞물린다. 우리에게 '타자', '타문화'인 독일을 다시 한번 타자화하고, 그들에 대한 국가적 고정 관념을 재생산한 것이 아닌가 아쉬움이 남는다.

 MBC 에브리원의 신규 예능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MBC 에브리원의 신규 예능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고정 MC들. ⓒ MBC every1


젠더 감성 제로

'독일 특집'에서의 아쉬움은 '러시아 특집'에서 더욱 커졌다. 사실, 독일 특집의 아쉬움은 어떤 아슬아슬함에서 온 것이었을 뿐, 온전히 비판하기엔 애매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러시아 특집으로 출연자들이 바뀌고 드러났던 문제들은, 독일 특집의 아슬아슬함까지 되돌아보게 했다. 러시아 편 초반엔 여성 출연자들이 등장해서 화제가 됐는데 러시아 '미녀' 스웨틀라나라고 표기됐다. '독일에서 온 다니엘'로, '멕시코 출신의 방송인 크리스티안 부르고스'로 표기된 것과 확연히 다르다.

소개부터 굳이 '미녀'임을 앞세운 건 분명 비판의 여지가 있다. 스웨틀라나는 '러시아에서 온 학생 스웨틀라나' 정도로 소개됐어도 무리가 없었으니까. 그 어떤 호스트들도 '독일에서 온 미남' '멕시코 출신의 미남 방송인'으로 표기된 적이 없지 않던가. 물론 방송 중 '상남자' 등의 타이틀을 붙이고, 이를 앞세우는 경우가 있긴 하였다. 하지만 예고편이었다. 예고편은 일종의 첫인상인 것이다. 방송의 영역에서 최초의 여성 출연자에게 '미녀'임을 앞세운 것이 과연 젠더적인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또한 '꼼꼼한 친구들'이 간 후에 러시아 출연자들의 여행 양상은 두드러지게 비교됐다. 다시 강조하지만 그녀들이 그렇게 행동하고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건 개인적인 차원이다. 하지만 방송의 편집, 자막 등을 거치며 제작진의 의도가 드러났다.

첫 화 내내, 여성 출연자들의 모든 행동에는 '소녀들의'와 같은 수식어가 붙여졌다. 다른 출연자들은 그들의 행동에 대해서 '여자들은~' 의 평을 남겼다. 그들의 모든 행동은 '여성'이라는 신체적 특성에 귀결됐다. 멕시코 편이나 독일 편이 국가적인 특징을 내세워 '파티를 한다', '꼼꼼하다, 생각이 깊다' 등 묶였다면 러시아 편은 '소녀들', '여성' 등 신체적 특수성에 맞춰 편집됐다. 예쁜 것을 보러 다니고 싶어 하는 것도 소녀 감성인 것이고, 즐거워하는 것 또한 소녀 감성인 것이다. 다른 행동으로 해석이 될 가능성이 분명히 있었음에도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그들의 모든 행동을 '소녀'로 읽었고, 그들의 행동은 '소녀'인 것으로 편집됐다.

러시아 편이 국가주의적인 생각을 온전히 차용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러시아 특집의 마지막 부분도 그러하다. 예고편이 나간 후 화제가 됐던 것은 소주를 물처럼 마시고 자몽 소주를 자몽 주스 같다 이야기하는 출연진들이었다. 러시아는 '보드카의 나라'임이 강조된 것이다. 추운 기후라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는 관습이 있는 게 사실이고, 보드카 역시 러시아 술인 건 맞다. '보드카국의 위엄'이라는 자막도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소녀 감성 친구들의 반전 매력'이라는 자막은 비판받을 만하다. 여성은 술을 즐기지 않는다는 관념이 포함된 표현이었다.

정 여행 스타일의 차이를 정의하고 싶었다면 성별 외의 다른 관점도 있었다. 가령 '젊은 친구들' 같은 식으로 말이다. 세대에 따른 여행 준비와 여행 과정은 충분히 구분될 수 있었으니. 중년의 여행자들이 여행 책자에 의지하고 어린 여행자들이 인터넷에 의존하는 등으로 말이다.

물론 이 또한 모든 개인이 그렇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이 중심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예를 드는 이유는 성별보다는 또 다른 좀 더 보편적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진정한 의미

사실 나 또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예능을 '독일 친구들' 편부터 알게 되었다. 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때였다. 개인적으로 이 에피소드의 성공은 출연진들 각자 개성이 돋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리더 역을 맡는 출연진, 역사에 관심이 많고 한식을 좋아하던 출연진, 허당 같은 출연진 등으로 말이다. 그들은 한국을 여행하며 각자 다른 매력을 힘껏 보여줬고 많은 시청자는 이 예능에 '입덕'했다.

여행이라는 포맷에 기댄 이 프로는 잠재성이 크다. 예능의 재미로도 뒤처지지 않는다. 특히 그들의 방송인의 친구일지라도, 어쨌든 일반인들의 여행이라는 것은 충분히 재밌게 다가올 법하다. 일반 시청자들에게, 해당 회의 출연진들 또한 자신과 다르지 않은 비방송인임을 전하면서 더욱 친밀감을 느낄 수 있게 하니까.

글로벌 시대라는 말은 모두에게 이젠 지겨울 만큼 당연한 용어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이 시대적 흐름에 맞춘 프로라는 점이다. 좀 더 섬세해지면 어떨까. 소위 '타자화' 보다는 각 개인에 집중해보자. 다르지만 다시 보면 같은 존재임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은 아쉬움이 많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예능이 더욱 나아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또한, 앞으로 더 많은 국적의 사람들이 출연하여 국적에 의한 타자들의 존재가 방송을 통해 '재미있게' 방영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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