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마지막날이자 추석 황금연휴의 첫날, 창원 마산구장은 경기시작 한참 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날은 2017시즌 NC 다이노스의 공식 홈 마지막 경기에 '팬 수고했 DAY'가 펼쳐졌다.

그러나 또 하나의 한국 프로야구사에 획을 그을 큰 이벤트가 있었다. 바로 '호부지'로 NC 팬들에게 불리는 클럽하우스의 리더 이호준의 은퇴식이었다.

 경기전 이호준의 은퇴를 알리는 전광판

경기전 이호준의 은퇴를 알리는 전광판 ⓒ 서민석


스무시즌 쉼없이 달려온 이호준의 마지막 홈경기 

'인생은 이호준처럼'

이호준이라는 야구 선수를 표현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문장이다.

흔히 야구를 잘하는 선수를 이승엽, 이종범, 선동렬, 양준혁 등에 비교하곤 했지만 야구를 넘어 '인생'을 언급할 때 소환되는 선수가 바로 이호준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단어에 긍정적인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항상 FA 계약 기간 마지막해에 좋은 성적을 올려 새롭게 계약을 체결하거나 이적할 때 본인의 가치를 더욱 업그레이드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꾸준함이나 지속성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었다. 그러나 분명 순간이 아닌 전체를 놓고봤을 때 그의 프로무대는 인정받기에 충분했다.

 이호준의 은퇴를 기념해 제작한 티셔츠

이호준의 은퇴를 기념해 제작한 티셔츠 ⓒ 서민석


특히 SK에서만 한국시리즈 우승등 12시즌을 뛰면서 전성기를 보내고 이룰 것을 다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013시즌을 앞두고 NC 이적은 그야말로 '과감한 도전'이었다. 나이를 감안해 볼 때 그의 이적에 의문을 보이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이호준은 NC에서만 총 574경기를 뛰면서 95홈런과 398타점을 쓸어담았다. 그 어떤 후배타자들보다도 돋보였다. 올 시즌까지 프로통산 2052경기를 뛰면서 타율 0.282 337홈런 1265타점이라는 성적의 상당부분을 NC에서 올린 것이다.

물론 한국 야구사에 한 획을 그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여기에 잡음이 없지는 않았지만 자기 야구만 하기 바쁨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선수협 회장이라는 감투를 마다하지 않은 것도 이호준 다운 선택이었다.

구단과 팬들, 이호준의 마지막을 함께하다

경기 전부터 매진을 예감하기에 충분한 광경이 연출됐다. 매표소 주변과 출입구 모든 곳에 팬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NC 구단도 이날 10000장의 기념 티셔츠와 응원 기구를 팬들에게 전달해 분위기를 돋웠다. 관중들이 하나 둘 입장하면서 관중석은 민트빛 물결로 넘쳐났다.

 우익수 뒤쪽을 수놓은 이호준 대형 유니폼 현수막

우익수 뒤쪽을 수놓은 이호준 대형 유니폼 현수막 ⓒ 서민석


선수 소개 시간에는 이호준의 유니폼 형태의 대형 현수막이 우익수 뒤쪽 관중석에 걸렸다. 경기의 시작도 이채로웠다. 이호준이 직접 시구를 했고, 장남이자 야구 선수인 이동훈 군이 시타를, 차남 이동훈 군이 시포를 했다. 그리고 이호준 팬클럽 회원들이 도열해 힘을 복돋웠다.

이날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모두 이호준의 등번호인 27번을 달고 경기를 뛰었다. 그래서였을까? 경기 내용도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1회만 양 팀의 0의 공방이 이어졌을 뿐 2회말에도 2사후 손시현의 좌전안타를 신호탄으로 상대 1루수와 유격수 실책에 김태군-박민우의 적시타로 두 점을 선취했다.

3회말의 빅이닝은 이호준의 은퇴 축포와도 같았다.

사구와 안타 두 개로 만들어진 무사 만루에서 권희동의 좌전 적시타를 시작으로 손시헌(1타점)-김성욱(2타점)-박민우(1타점)에 폭투로 무려 5점을 추가 했다. 그리고 2사 1-2루에서 타석에 나선 이호준이 바뀐 투수 신재영의 초구를 노려 이날 9점째를 뽑아냈다. 이후 모창민의 좌전적시타로 NC는 3회말에만 8점을 뽑아 10-0으로 달아났다. 최종 스코어 역시 11-4 NC의 대승이었다.

특히 3회말 나온 이호준의 적시타는 타고난 타격감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스윙이었다. 신재영의 공을 노련한 스윙으로 만들어낸 적시타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은퇴를 하는 것이 너무 아까울만큼 빼어난 타격이었다.

결국 이호준의 오늘 기록은 5타수 2안타 1타점이었다. 그리고 경기 마지막까지 김성욱과 더불어 교체되지 않은 유'이'한 선수였다.

 외야에 수놓은 이호준의 캐리커쳐

외야에 수놓은 이호준의 캐리커쳐 ⓒ 윤석준


한 가지 주목할 것이 있었다. 바로 외야에 새긴 이호준 은퇴기념 엠블럼이었다. MLB 구단인 보스턴 레드삭스의 데이비드 오티즈가 은퇴할 때 새긴 기계와 같은 기계로 만든 이호준의 엠블럼은 NC만이 할 수 있는 그들만의 독특한 이벤트였고 그에 대한 예우였다.

은퇴식을 끝으로 이호준의 또 다른 인생이 시작되다

경기가 끝난 직후 이호준 선수의 공식 은퇴식이 진행됐다. 은퇴식의 백미는 '다이노스 아너스 클럽 가입식'이었다. 이호준 헌정 영상 상영, 아너스클럽 재킷과 가입 인증서와 선수단 선물 전달 이후 선수단 전체 헹가래로 마무리됐다.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이크를 잡은 이호준은 "행복하다. 5년 전 NC 다이노스와 마산 구장으로 불러주신 감독님과 프런트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난 너를 높게 평가한다. 팀에 꼭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감히 누가 이렇게 멋지게 은퇴할까 싶다. 정말 감사드리고 팬 여러분들의 함성을 가슴에 품고 더 멋진 이호준이 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제 인생은 이호준이라는 말보다는 이호준이 본인의 인생을 어떻게 즐기는지 지켜볼 차례다.

앞으로 '인생 2막'을 살아갈 이호준의 인생을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

 이호준의 프로 통산 성적

이호준의 프로 통산 성적 ⓒ K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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