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푸르고 달력은 빨간 2017년 한가위는 여러모로 풍성하다. 꽉 막히는 귀성길도, 반가움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명절 스트레스도 올해는 좀 덜하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해본다. 이처럼 긴 연휴의 특권 중 하나는 평소보다 여유롭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으로 볼거리, 들을거리, 읽을거리가 넘친다. 그중 필자가 소개할 것은 '들을거리'로 올해 발매된 해외 앨범 중에서 귀성길에 듣기 좋은 다섯 장을 골라봤다.

Arcade Fire - < Everything Now >

캐나다 출신 밴드 아케이드 파이어의 다섯 번째 앨범은 댄서블한 사운드로 화제를 모은 전작 < Reflektor >의 실험을 계승한다. 밝고 생동감 넘치는 댄스 팝으로 새 앨범에 대한 기대를 높인 첫 싱글 'Everything Now'는 프랜시스 베베이(Francis Bebey)의 'The Coffee Cola Song'이 마음에 들어 리믹스를 시도하다 완성된 곡으로 100개가 넘는 데모가 존재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간결한 디스코 트랙 'Signs Of Life', 실험적인 신서사이저와 웅장한 편곡으로 강한 여운을 남기는 'Creature Comfort'로 이어지는 흐름 또한 매끄럽다.

 아케이드 파이어의 다섯 번째 앨범

아케이드 파이어의 다섯 번째 앨범 ⓒ 소니뮤직


레게 리듬이 더해진 'Chemistry', 상쾌한 신스팝 'Electric Blue', 뉴웨이브 풍의 'Good God Damn' 등은 복잡하지 않고 가벼운 댄스 록을 지향한다. 그러나 변화된 사운드와는 대조적으로, 노랫말은 사회 비판적 시각을 견지한다. 정보 과잉 시대의 보이지 않는 고통, 마약, 자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미국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운드를 갖춘, 바로 지금 들어야 할 생생한 음악들이다.

The XX - < I See You >

올해 여름,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을 통해 다시 한국 팬들과 만난 엑스엑스의 세 번째 앨범은 한결 밝고 개방적이다. 제이미 스미스(Jamie Smith)의 능력과 취향을 모두 드러낸 솔로 앨범 < In Colour >의 눈부신 성과가 다른 멤버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고, 변화를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엑스엑스의 세 번째 앨범

엑스엑스의 세 번째 앨범 ⓒ 강앤뮤직


두 번째 앨범을 제작할 때 느꼈던 부담감을 훌훌 털어낸 밴드는 화려하고 강렬한 톱 트랙 'Dangerous'로 자신감을 드러낸다. 홀 앤 오츠(Hall & Oates)의 'I Can't Go For That (No Can Do)'를 샘플링한 첫 싱글 'On Hold'의 외향적이고 따뜻한 팝 사운드는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다. 가벼운 파티 음악으로도 손색없는 댄스 팝 트랙 'I Dare You', 세련된 1980년대 팝을 발견한 것 같은 'Lips'의 감각도 예사롭지 않다. 'A Violent Noise'는 밴드의 과거와 현재가 멋지게 어우러졌으며 'Performance'는 일정한 톤을 유지하며 느리게 흐른다. 여유가 느껴지는 'Replica'는 신비함을 유지한다. 엑스엑스는 특유의 참신함을 잃지 않고 멋지게 도약했다. 

< Baby Driver > OST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는 차량 액션과 30개의 끝내주는 음악이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에드가 라이트(Edgar Wright) 감독의 플레이리스트가 영화의 본바탕이었던 만큼, 사운드 트랙도 존재감이 남다르다. 음악 저작권 문제 해결에만 영화 한 편 찍을 시간이 걸렸으니 '음악을 위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사운드트랙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사운드트랙 ⓒ 소니뮤직


사운드트랙은 영화의 오프닝이기도 했던 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플로전(Jon Spencer Blues Explosion)의 'Bellbottoms'부터 귓전을 강하게 자극한다. 댐드(The Damned)의 'Neat Neat Neat', 티렉스(T. Rex)의 'Debora', 데이브 브루벡(Dave Brubeck)의 'Unsquare Dance' 등은 간밤에 꾼 짜릿한 꿈 같은 영화 속 명장면들을 떠오르게 한다.

영화에서 두 번이나 등장하는 퀸(Queen)의 'Brighton Rock'도 흥미롭다. 널리 알려진 히트곡이 아니며 기타 비중이 큰 이 곡을 아주 멋지게 활용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퀸은 공연에서 이 곡을 기타 솔로 중심으로 아주 길게 연주했다.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Baby Driver'가 눈에 띄는 것은 아마도 영화 제목과 같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100분여 간 수없이 반복된 쾌속 질주도 마무리 되어 간다. 차 안에서 아이팟으로 재생하면 더 멋지게 들릴, 연휴를 앞둔 밤처럼 신나는 앨범이다.

Paramore - < After Laughter >

세 번째 앨범 < Brand New Eyes >에 수록된 히트곡 'The Only Exception'으로 전성기를 맞은 파라모어는 이후 해체 위기를 이겨내고 셀프 타이틀 앨범 < Paramore >를 발표했다. 스케일은 커졌고, 음악적 다양성이 돋보인 앨범은 밴드의 정점으로 보였다. 적어도 다섯 번째 앨범 < After Laughter >가 발매되기 전까진 말이다.

 파라모어의 다섯 번째 앨범

파라모어의 다섯 번째 앨범 ⓒ 유니버설 뮤직


2010년 탈퇴했던 창단 멤버 잭 패로(Zac Farro)의 복귀와 함께 트리오 체제를 유지한 밴드는 성공에 도취하지 않고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 헤일리 윌리엄스(Hayley Williams)는 남성 중심의 신(Scene)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는 것과 더불어 모든 일에 의문을 갖게 되었는데,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Hard Times'라는 상큼한 신곡을 완성했다. 미국 인디 록에서 영향을 받은 이 곡은 80년대 사운드를 지향한다. 예상치 못한 팝 사운드를 구체화한 'Rose-Colored Boy', 'Told You So', 잔잔한 발라드 '26' 등에서는 밴드가 추구한 새로운 사운드에 대한 확신을 느낄 수 있다. 또 한 번 기대치를 웃도는 탄탄한 팝 앨범이다.

Madonna - < Rebel Heart Tour >

2015년 9월부터 약 7개월 간 이어진 마돈나의 최신 공연이 담긴 앨범이다. < Rebel Heart > 수록곡을 중심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히트곡까지 화려한 라이브로 만날 수 있으며, 1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투어다운 스케일과 무대 연출은 영상으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마돈나의 라이브 앨범

마돈나의 라이브 앨범 ⓒ 유니버설 뮤직


마돈나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완벽한 쇼를 이어간다. 60세를 앞둔 게 믿기지 않는 강렬한 퍼포먼스와 안정적인 보컬로 2010년대에도 슈퍼스타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아찔한 퍼포먼스와 함께 한 편의 뮤지컬 같은 구성을 취한 'Holy Water / Vogue' 메들리, 데뷔 앨범 수록곡으로 공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Burning Up', 'Holiday', 드라마틱한 편곡이 돋보이는 'Music', 다 함께 노래하며 행복을 만끽하는 히트곡 'True Blue', 'Like A Virgin' 등 관객들과 친밀하게 소통하며 공연 자체를 즐기는 마돈나의 유쾌한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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