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릴로지의 마지막을 장식한, 서부개척의 주역들 지난 13일 오후, 서울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 <프론티어 트릴로지>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시연과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각 배우들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날 '피로 물든 달'에 출연했던 배우 박은석은 타 일정으로 인하여 간담회와 포토타임에 함께하지 못했다. 브라더1 역에 김동원, 박은석. 브라더2 역에 김우혁, 문태유, 시스터 역에 임강희, 전성민, 신부 역에 박인배, 최수형.

ⓒ 곽우신


배우 김우혁의 모습은 특히 무대에서 빛났다. 협소하고, 무대 장치조차 없는, 관객들과 가까이에서 자신의 표현을 여과 없이 보여야 함에도, 3번째 연극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안정적이고 또, 달랐다. 연극 <프론티어 트릴로지>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김우혁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우혁은 앞서 연극 <꽃미남탕> <뷰티풀 선데이>뿐 아니라 영화 <이스케이프>, 드라마 <딱 너 같은 딸> <드라마 스페셜-동정 없는 세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을 만났다. 최근에는 연극 <프론티어 트릴로지>에서 환한 미소에서 치열한 격투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프론티어 트릴로지>는  <카포네 트릴로지> <벙커 트릴로지>를 잇는 <트릴로지> 연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피로 물든 달' '시계는 정오를 친다' '방울뱀의 키스' 세 스토리로 진행된다. 김우혁은 상냥하고 예의 바르며, 형 에녹을 따르는 순수한 청년에서 자신의 내적갈등을 표현하는 레비, 적대적이며 의심이 많고, 자신의 이익에 대해 물러설 수 없는 보안관 펠릭스로, 또 젊은 패기로 가득한 연방 보안관으로 각각의 스토리를 채운다. 장면마다 다른 얼굴을 내보이는 그의 모습은, 김우혁이라는 배우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 충분한 이유가 됐다.

지난 9월 21일 오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김우혁과 만났다. 이후 '피로 물든 달' 스토리와 극 중 레비 캐릭터의 성격이 바뀌어서 12일, 유선으로 추가 질답을 나눴다. 아래는 이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무대에 참 서고 싶은 신인

배우 김우혁, 개척지의 온화한 동생 지난 9월 13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프론티어 트릴로지>의 프레스콜 현장. 첫 번째 에피소드 '피로 물든 달'에서 '레비 힐'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배우 김우혁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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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만에 오른 무대, 어떻게 결정하게 됐나?
"<꽃미남탕> <뷰티풀 선데이> 이후 2년 만에 <프론티어 트릴로지>에 올랐다. 앞서 작품에서 만난 김보정, 정선아가 작품 추천도 많이 해 줬는데, 스케줄이 잘 맞지 않아 쉽지 않았다. 무대에 너무 서고 싶어서, 이번에는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 결정했다."

- 무대에 서고자 한 이유는 무엇인가.
"<뷰티풀 선데이> 할 때도 너무 좋았다. 물론 드라마·영화도 굉장히 좋지만, 무대는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크게 들더라. 극 중 꼭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서는 것만으로도 기운을 많이 받는다."

- <트릴로지> 무대는 굉장히 협소한데, 부담이 되진 않나.
"무대에서 정말 기댈 곳이 없다. (웃음) 출연하는 배우도 딱 세 명이고, 무대와 객석이 분리된 것도 아니고. 모든 공간이 밀착돼 있어서, 함께 하는 배우들에게 기대고 있다. 관객들 눈도 마주칠 겨를이 없을 만큼 숨 가쁘지만, 정말 즐거운 시간이다."

- 세 인물은 의상뿐 아니라 성격, 표현까지 달라 연기하는데 쉽지 않을 거 같은데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누구인가.
"세 스토리 모두 주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많다. 그 중 '정오를 친다'에서 펠릭스 역할은 쾌감이 든다. 내가 에너지를 방출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인물이 워낙 표현적이고 다이내믹해서 나 역시 펠릭스가 되면 짜릿하다. 원래 레비 역할과 벤자민을 하는 거였는데, 프로덕션 측 의견으로 펠릭스를 분하게 됐다."

배우 김우혁, 개척지의 온화한 동생 지난 9월 13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프론티어 트릴로지>의 프레스콜 현장. 첫 번째 에피소드 '피로 물든 달'에서 '레비 힐'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배우 김우혁의 모습.

ⓒ 곽우신


- 세 스토리 인물 중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은?
"성격은 사실 되게 온화한데 불같이 열정적인 부분도 있다. 누구나 그렇지 않나. 레비 같기도, 펠릭스 같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감히 말하자면, 냉정하게 봤을 때 나만의 신념을 확고하게 지키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웃음)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을 봤을 때는 레비가 가장 가깝지 않나 싶다. 결정할 때 잘못된 결정을 해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스스로 결핍을 채우고 부족한 것은 채우려고 하는 모습 등."

- '피로 물든 달' 스토리가 바뀐 지금도 비슷하다고 느끼는가? 그렇다면 어떤 부분인가.
"전 여동생이 있는데, 동생과 다툼이 있을 때 레비와 에녹처럼 살벌하게 싸우지는 않는다(웃음). 동생을 많이 이해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스토리가 바뀌기 전의 레비와 조금 더 닮아 있는 것 같다."

- 배우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를 꿈꿨다. 살짝 겉멋이 있기도 했고. (웃음) 패션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중학교 3학년 때 교회에서 연극을 했는데,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서 활기찬 1학년을 보내다가, 무언가를 배워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러시아 문학, 연극 등 공부에 빠져들었고, 작품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하루에 영화를 두, 세 편씩 보면서 나만의 식견을 넓혔다. 그래도 공부가 부족한 것 같아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 감명 깊게 본 영화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도그빌>. 무대를 라이브로 끌어들이는 데 정말 재밌다."

- 대학원 전공은 무엇인가. 공부를 꾸준히 하기 쉽지 않을 텐데.
"연극영화과다. 공부하지 않거나, 나를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무대,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배우로서 책임감이 없다고 생각해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려고 노력하고 있다, 관객, 시청자들 기억에 미숙한 상태로 남지 않기 위해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

피로 물든 달, 살인이 일어난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 <프론티어 트릴로지>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첫 번째 에피소드 '피로 물든 달'에서 레비 역에 배우 김우혁, 에녹 역에 배우 박은석, 아넬리즈 역에 배우 전성민, 마노아 신부 역에 배우 박인배가 열연하고 있다. '피로 물든 달'은 엘라 계곡에 정착하여 금을 캐던 두 형제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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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하는 배우(박인배, 최수형, 김동원, 박은석, 문태유, 임강희, 전성민)들과 호흡이 '착착' 맞는 것 같다.
"연습하면서도 정말 즐거웠다. 작품 역시 사람이 하는 일 아닌가. 서로 친밀하지 않으면 완벽한 무대는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인물 분석도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형, 누나들과 친해지는 것이었다. 많이 까불고 다가갔고, 또 형·누나 역시 심적으로 큰 힘이 되고 있다."

- 형·누나가 해준 말 중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나.
"동원(김동원)이 형과 은석(박은석)이 형이 굉장히 막역하게 친한데 나를 '토끼'라고 부른다. 닮았다고(웃음). 특히 동원이 형은 공연 마치고 집에 같이 갈 때가 많은데 '잘하고 있다. 난 너 나이 때 이렇게 못했다'라고 말을 해준다. 심적으로 큰 힘이 됐다.

공연 시작할 때 <벙커 트릴로지> <카포네 트릴로지>에 출연한 문태유 형과 임강희 누나가 '이제 죽었다!'라고 엄청 떨릴 거라고 겁을 많아 줬다. 그래서인지 막상 무대에 서니 예방주사를 맞은 것처럼 괜찮더라."

- 바뀐 스토리로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 힘든 부분은 없었나.아니면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이 높아진 것 같나? 의견이 궁금하다.
"공연이 없는 날 시간이 되는 배우들끼리 모여 아주 분주하게 열심히 준비했다. 잠도 아껴가면서!​ 다른 형 누나들은 다른 공연 연습때문에 시간을 내기 쉽지 않았을텐데 그래도 좋은 작품, 좋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내고 열심히 했다.

힘들었던 부분은 공연은, 공연대로 하면서 수정하고 연습해야 했기 때문에 공연 버전과 수정 버전이 헷갈리고 혼동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항상 공연 전에 미리 모여 대사를 계속 맞춰보고 공연에 임했다.

​아무래도 레비가 예전에 비해 에녹에게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고, 지지 않고 싸우는 모습들을 통해 두 캐릭터의 대립이 잘 보여서 좋은 것 같다."

- 작품을 보고 관객들이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점은.
"시대는 서부극이지만, 서부에 국한되지 않는 것 같다. 우리를 돌아보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을 놓치지 않고 자신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배우 김우혁, 개척지의 온화한 동생 지난 9월 13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프론티어 트릴로지>의 프레스콜 현장. 첫 번째 에피소드 '피로 물든 달'에서 '레비 힐'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배우 김우혁의 모습.

ⓒ 곽우신


- 앞으로 오르고 싶은 작품이 있나.
"공연은 정말 계속 오르고 싶은 곳이다. 많은 작품을 하고 싶은데 특히 <올모스트 메인>에 오르고 싶다. 캐릭터가 다 매력 있어서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다. 또 <히스토리 보이즈>도. 출연할 기회가 있었는데 스케줄이 겹쳐 출연을 못 한 적 있다. 좋은 작품이라 꼭 출연하고 싶다.

작품에 임하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이런 작품도 하고 싶다' '이 작품에서는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등 많은 생각이 이어진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그리고 잘 하고 싶다. 차근차근 하나씩 해낼 것이다."

-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 아닌가.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생각해본 적 있나.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된다고 생각이다. 이제 발을 디디고 시작하는 단계지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막연히 '좋은 사람'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사람. 좋은 능력과 실력으로 내실이 꽉꽉 채워진 그런 배우 말이다."

- 10년 뒤 김우혁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계속 무대에 서고 있을 거예요. (웃음) 잘하고 있다! 초심을 잃지 말고! 새롭게 하는 마음으로 잘할 수 있을 거야!"

 연극 <프론티어 트릴로지>에 출연 중인 배우 김우혁 버전 포스터 및 연습실 사진.

ⓒ (주)아이엠컬처



김우혁 프론티어 트릴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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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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