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로 불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줄곧 전쟁터와 비교되곤 한다.

황소를 연상케 하는 체격의 선수들이 볼 하나를 쟁취하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하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7시즌 동안 EPL을 누볐던 '두개의 심장' 박지성조차도 '너무 힘들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매 순간 불 뿜는 승부를 펼치는 까닭에 EPL에선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거나 그에 걸맞는 실력을 유지하지 못해 방출되는 선수들로 넘쳐난다.

이렇게 거칠고 잔혹하기로 소문난 EPL 무대에서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결같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가 있다. 바로 웨스트 브롬위치 앨비언FC의 가레스 배리다.

'잉글랜드산 박지성' 배리, 프리미어리그 새 역사 쓰다

 프리미어리그 웨스트브롬위치 가레스 배리의 모습

프리미어리그 웨스트브롬위치 가레스 배리의 모습 ⓒ 웨스트브롬위치 구단홈페이지


잉글랜드 출신의 미드필더 가레스 베리는 우리 나이로 37세다. 그는 3년 전 은퇴한 박지성과 동갑내기이고, '브라질 축구 전설' 카카(올랜도 시티 SC)보단 한 살 더 많다.

그의 나이 때 축구 선수들을 살펴보면 대개 은퇴를 선언하거나 중소리그를 누비며 선수생활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는 정도다. 하지만 배리는 다르다. 그는 백전노장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EPL을 대표하는 주전급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올 시즌 리그 개막 이래 5경기 풀타임 출장 중인 그는 2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날 FC와의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에서 '쉽게 깨지지 않을' 대기록을 작성했다. 바로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출전 기록이다.

1997~1998 시즌 아스톤 빌라에서 데뷔한 그는 이날 아스날과의 경기까지 총 633경기(601경기 선발)를 소화하며, 종전 최고 기록 보유자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라이언 긱스(웨일스,632경기)를 뛰어넘었다.

이 날 경기장 전광판에 가레스 배리의 얼굴이 등장하자 아스날 팬들은 큰 박수와 함성으로 대기록의 주인공이 된 그를 치켜세웠다. 평소 같으면 거친 욕설과 조롱을 퍼부었을 아스날 팬들이지만 이 날 만큼은 EPL 레전드를 향해 예를 차리며 아름다운 광경를 연출했다.  

배리의 기록은 이탈리아 세리에A,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역대 최다 출전기록을 가지고 있는 '전설' 파올로 말디니(이탈리아, 647경기)와 안도니 수비사레타(스페인, 622경기), 칼 하인츠 쾨르벨(독일,602경기) 비교해 봐도 손색없다.

1997~1998 시즌 아스톤 빌라에서 프로 데뷔한 배리는 첫 시즌에 리그 2경기 출전에 그친 것을 제외하면 거의 매 시즌을 '30경기 이상 출전'으로 채웠다.

중앙 미드필더 배리의 가장 큰 강점은 활동량이다. 상대 공격진에게 집요하게 따라붙어 수준 높은 압박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의 빼어난 활동량 덕분이다.

그는 지난 시즌 EPL 활동량 순위에서 10위에 오르며 은골로 캉테(첼시), 헥토르 베예린(아스날)등 20대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배리는 평소 빼어난 활동량과 헌신적인 움직임을 펼치는 까닭에 국내 팬들 사이에선 '잉글랜드 산 박지성'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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