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되는 나비의 날개짓, 연극 <엠.버터플라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연극 <엠.버터플라이>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연극 <엠.버터플라이>는 올해 사연(앙코르 포함)을 맞이한 인기 라이선스 작품으로, 연극열전의 대표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오페라 <나비부인>을 보고 송 릴링에게 반하게 된 주중프랑스 대사 르네 갈리마르, 그는 알 수 없는 매력에 사로잡혀 송을 탐닉하고, 송은 그런 르네에게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게 된다. 김주헌·김도빈·장율·오승훈·서민성·권재원·송영숙·황만익·김동현 등.

ⓒ 곽우신


"'송'은 정말 무서운 사람 같아요. '송'은 정말 '어떤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이잖아요. 대단한 삶을 산 인물이죠."

배우 장율이 연극 <엠. 버터플라이>에서 송 릴링(아래 '송') 역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장율은 연극 <썬샤인의 전사들> <사물의 안타까움성> 등에 출연, 최근 <프라이드>에서 올리버 역을 맡으며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는 자신의 이름 율(栗)처럼, <엠. 버터플라이>를 통해 배우 장율로서의 견실(堅實)성을 내보였다.

올해 4번째로 막이 오른 <엠. 버터플라이>는, <프라이드> <햄릿 더 플레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등의 김동연 연출이 참여해 색다른 느낌으로 돌아왔다. 앞서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등, 작품이 가진 이름 자체로 의미가 큰 작품이었던 <엠. 버터플라이>. 이번 공연에서는 원작에서 축약된 장면을 되살리면서, 구조적, 의미를 더욱 견고히 다졌다. 장율이 맡은 맡은 '송' 역은 자신이 만든 환상 속에 갇힌 프랑스 외교관 르네 갈리마르(아래 '르네')가 사랑하는 인물로, 스스로를 완벽한 예술가라고 믿는다. 

작품 속에서 경극의 한 장면을 재현하기도 하고, 여성의 옷을 입기도 때문에 '송' 역은 목소리와 몸짓, 자세 뿐 아니라, 하나하나 세세하게 신경 쓸 부분이 많다. 관객들이 '여성'이 아님을 알고 있더라도, 르네와 마찬가지로, '여성'으로 느끼게, 아니 믿게끔 착각을 불러일으켜야하기 때문에 '송'역은 결코 가까이 다가가기 쉬운 인물이 아니다. 장율의 송 릴링을 지난 19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만났다.

혼란스러웠던 대본, 공부를 시작하다

다시 시작되는 나비의 날개짓, 연극 <엠.버터플라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연극 <엠.버터플라이>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연극 <엠.버터플라이>는 올해 사연(앙코르 포함)을 맞이한 인기 라이선스 작품으로, 연극열전의 대표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오페라 <나비부인>을 보고 송 릴링에게 반하게 된 주중프랑스 대사 르네 갈리마르, 그는 알 수 없는 매력에 사로잡혀 송을 탐닉하고, 송은 그런 르네에게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게 된다. 김주헌·김도빈·장율·오승훈·서민성·권재원·송영숙·황만익·김동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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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 버터플라이> 대본을 접하고선 혼란스러웠다. 시대적인 배경도 공부해야했고, 인물을 읽어내는 데도, 쉽지 않았다. 공부하면서도 혼란스러운 마음은 이어졌다. '송'이라는 인물을 따라가면서 읽었을 때도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엠. 버터플라이>는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 장율이 생각하는 작품의 주제는 무엇일까.

"작품에서 생각한 주제는 너무 많다. 키워드도 그렇고.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환상을 그리면서 살지 않나. 그것이 이념, 사랑이 되기도 하지만, 그 감정 안에서 본질적인 것을 보지 못한다는 거다. 그런 점이 작품의 주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대상이 여자인지 남자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말이다.

인물을 통해서 전달할 수 있는 주제, 작품의 주제가 맞닿을 때 기분이 좋다. 그렇게 연기하고 싶기도 하고."

<엠. 버터플라이>는 1988년 워싱턴에서 초연됐으며, 1986년 중국 경국 배우이자, 여장남자 쉬 페이푸가 프랑스 외교관 버나드브루시코를 속이고 국가 기밀을 유출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현재에도 관객들에게 울림을 주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당시는 이념과 충돌하는 시기이지 않았나. 사람의 눈을 보지 못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그런 시간은 현재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모두가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고, 그 흐름 안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소중하고 중요한 것을 놓치고 가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서 작품에 임했다."

'송' 역을 맡으면서 장율은 더 없이 힘들기도 했지만, 또 즐겁고 재밌는 시간이라고 했다. 인물에 푹 빠진 그의, 더 많이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자, 또 바람의 시간이었다. 인물에 대해 만들어나갈 것이 많기에, 표현하고 싶은 부분도 많기 때문. 

"사실 기술적으로 힘든 것이 많다. 내추럴하게 표현할 수 없지 않나(웃음). 물론 다른 작품도 마차가지긴 한데, '송'은 내가 할 수 있는 표현으로, 정말 다양하게 만들어져야 할 부분이 많았다. '송'은 예술가이고, 나 역시 연기자니 집요한 순간을 만끽하는 표현을 많이 붙이려했다. 그러한 과정이 즐겁고 재밌기도 했다. 무대에 오르기 전, 오르고 나서, 송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좋다. 생각이 안 잡히면 쉽지 않은 때도 있지만, 가만히 생각하는 시간이 즐겁기도 하다. '장면을 어떻게 연기할까'에 대해, 인물에 대한 생각은 이미 잡혀있지만, 조금씩 더 상상을 더하고 있다. 이 과정이 즐겁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표현하고 싶다.

작품에 할애하는 시간을 비슷한 거 같은데, '송'은 경극, 춤에도 능하지 않나. 그 장면으로 관객들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 시간을 더 들여 완성도를 높이고 싶었다. 연출이 '송이 20년 동안 '송'으로 살면서 힘들었던 몫만큼, 무대 위 2시간 동안 똑같이 힘들어야한다.'라고 했는데 통감했다." 

다시 시작되는 나비의 날개짓, 연극 <엠.버터플라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연극 <엠.버터플라이>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연극 <엠.버터플라이>는 올해 사연(앙코르 포함)을 맞이한 인기 라이선스 작품으로, 연극열전의 대표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오페라 <나비부인>을 보고 송 릴링에게 반하게 된 주중프랑스 대사 르네 갈리마르, 그는 알 수 없는 매력에 사로잡혀 송을 탐닉하고, 송은 그런 르네에게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게 된다. 김주헌·김도빈·장율·오승훈·서민성·권재원·송영숙·황만익·김동현 등.

ⓒ 곽우신


장율의 이런 '집요'한 고민은 '송'을 장율로 생각하지 않게 만들게 했다. 아무리 '연기를 하는 배우'라지만,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은, 무대에 내려와 화장을 지운 모습을 보고서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이질적이다.

"'송'은 정말 무서운 사람 같다. 작품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분할 수 있었는데, '송'은 '어떤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이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는 대단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나랑 닮은 점? '송'이 아니라 잘 모르겠는데. 이 사람('송')은 예술가고, 나도 연기를 하는 사람이다. '송'은 천재적인 소질을 가진 사람이고, 난 부족한 것 같다(웃음). 나는 캐릭터를 바라볼 때. 공감과 연민이 들어야 인물과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송'이 집요하게 생각하는 습성에 대해 생각했다. 오랜 시간동안 그렇게 살았다면, 무언가에 잡고 늘어지는 사람일 것 같다. 나 역시 그렇다. 집요함이 있다. 많이 부족하더라도, 집요함으로 인물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 편이다. 또 '송'에 대해 생각한 점은 외로움이다. 분명 외로웠을 것이다. 나도 연기를 하면서 외로운 순간이 있다. 물론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은 있지만. 그런 감정과는 다른, 연기를 하는 사람의 외로움과 고독이다. 철저하게 혼자, 인물을 떠올리는 순간. 그런 순간이 분명 '송'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송과 르네의 관계... 그것은 어떤 감정이었나

다시 시작되는 나비의 날개짓, 연극 <엠.버터플라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연극 <엠.버터플라이>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연극 <엠.버터플라이>는 올해 사연(앙코르 포함)을 맞이한 인기 라이선스 작품으로, 연극열전의 대표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오페라 <나비부인>을 보고 송 릴링에게 반하게 된 주중프랑스 대사 르네 갈리마르, 그는 알 수 없는 매력에 사로잡혀 송을 탐닉하고, 송은 그런 르네에게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게 된다. 김주헌·김도빈·장율·오승훈·서민성·권재원·송영숙·황만익·김동현 등.

ⓒ 곽우신


그럼 과연, '송'은 '르네'를 사랑했을까. 배우로서의 완벽을 향한 연기였을까.

"'송'은 르네를 '완전히' 사랑했을 거다. 영화 <트루먼 쇼> 마지막 장면이 <엠. 버터플라이>와 통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트루먼에게 "여기 남아야 한다. 네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 말하지만 트루먼은 환상을 깨고 나가지 않나. 연출이 트루먼을 바라본 표정이 떠올랐다. 굉장히 사랑하고 있더라. 물론 <엠. 버터플라이>와 얘기는 다르지만. 나 역시 이전에 했던 캐릭터를 떠올리면 굉장히 사랑한 느낌이다. 사랑일 수도, 애증 등 다양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떠오르지만.

<프라이드> 끝날 때도 너무 서운했다. 3개월가량도 그랬는데, 약 20년 동안이나 '송'이라는 인물로 살았을 텐데. 그 것을 벗어버렸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상대가 더 이상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았을 때 감정은 어떨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르네'는 '송'에 대한 환상에 빠져있는 인물. 때문에 <엠. 버터플라이>를 보고나면 누구가 가지고 있는 '환상'과, 깨고 싶지 않은 '환상' 등 그 감정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장율이 품고 있는 '환상'이란 무엇일까.

"연극에 대한 환상이 있다. 어떤 작품을 통해 내가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처럼, 연극을 하면서 내 삶이 뒤집어진 것처럼, 관객들이 내 연기, 움직임을 통해 작품의 주제나, 아주 작은 감정이라도 느끼게 하는 것이 배우라고 생각한다. 좋은 작품이 계속 있을수록 세상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나의 환상이다."

다시 시작되는 나비의 날개짓, 연극 <엠.버터플라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연극 <엠.버터플라이>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연극 <엠.버터플라이>는 올해 사연(앙코르 포함)을 맞이한 인기 라이선스 작품으로, 연극열전의 대표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오페라 <나비부인>을 보고 송 릴링에게 반하게 된 주중프랑스 대사 르네 갈리마르, 그는 알 수 없는 매력에 사로잡혀 송을 탐닉하고, 송은 그런 르네에게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게 된다. 김주헌·김도빈·장율·오승훈·서민성·권재원·송영숙·황만익·김동현 등.

ⓒ 곽우신


그렇다면 장율이 '송'을 분하면서 느낀 '사랑'이란 감정이란 어떨까.

"너무 좋은 것. 다 해주고 싶고, 같이 있고 싶고, 있는 그대로 상대를 봐주고, 나눌 수 있다면 좋고 그런 감정 아닐까.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사랑은 굉장히 본질적인 감정인 것 같다. 환상이라는 것에 쌓여서 사랑이 되는 것. 있는 그대로 그걸 봐줄 수 있다면 그것처럼 큰 사랑이 있을까. 그 사람의 표정, 눈. 본질을 봐야 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사랑 아닐까.

'송'을 분하면서, 그의 감정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르네'라는 인물이 상대가 돼 연기를 했을 거고, 사랑을 느꼈을 것이다. 내 인생을 바친 상대인데, 얼마나 사랑했을까. 자신과 철저하게 분리되지 않았을 것 같다. 나 역시 내 경험과 삶을 바탕으로 캐릭터와 충돌하면서 연기를 하게 된다. 감정이입 등 다양한 연기 방법으로, 배우마다 다르겠지만. 나라는 사람과 역할과 계속 만나려고 한다. '송'도 분명히 그랬을 것이다. 구분 짓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 연출자이자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천재적인 인물 같다. 연기하면서 주변 뿐 아니라,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앞으로 어떻게 밝혀질까, 그러면 어떻게 행동할까, 등 정말 많은 것을 생각했을 거다.

'르네'에게 환상을 심어주고, 자기 모습을 보고 달라져야한다고 얘기하고 변화시키려고 한다.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나. 그에게 환상을 심어주면서도 여러 감정이 들었을 것이다.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분명 받았을 거고, 그 안에서 죄책감이 있을까. 물론 사랑 했겠지만."

<엠. 버터플라이>는 한 번 보면 어렵게 읽은 책을 한 단어, 한 단어 곱씹어 읽은 듯 난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을 보면 볼수록, 작품을 통해 느껴지는 바가 더 없이 많아진다. 장율에게 <엠. 버터플라이>를 본 관객들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은 무엇일까.
 

"혼란스러움. 내가 <엠. 버터플라이>를 텍스트로 처음 접했을 때 그랬다. 관객들 역시 혼재된 감각을 담고 극장 밖을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품 안에서 환상은 무엇인지, 개인이 품고 있는 환상, 환상 안에서 있다가 나오는 감정, 앞으로 좆아야할 환상, 나와야 할 환상을 생각하는 등,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연극 <엠. 버터플라이> '장율' 버전 포스터 2종.

ⓒ 연극열전


배우 장율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신구 선생님. 물론 좋아하는 배우는 엄청 많다. 예전에 신구의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선생님이 공연장에 오는 길,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보내실까' 생각하면서 나 역시 선생님처럼 나이 들어서도 관객들을 만나러 극장에 오고, 공연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시간을 보내고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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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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